오뚝이
누구에게나 첫 번째 장난감은 있었으리라. 기억하지 못할지라도, 형이나 오빠 또는 언니에게 물려받은,
새 장난감이 아닐지라도.
나의 첫 번째 장난감은 단연컨대 오뚝이다. 오뚝이보다 먼저 만난 장난감은 기억엔 없다. 나와 오뚝이의 만남은 강렬했다. 오뚝이가 장난감 맞나? 넘어질 듯하다 일어서는 오뚝이 말이다. 여전히 신생아 선물로 오뚝이는 팔리고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뽀로로 가 오뚝이 모양으로 전시되어 있는 것도 봤다. 오뚝이로 바뀐 뽀로로는 마치 전쟁 포로 같았다. '이제 저 아이의 포로가 되겠군...'
바닥을 신나게 기고 있을 때였다. 내 기는 실력은 겨우 기는 정도가 아니다. 굉장히 빨랐다. 내 생각만 그런 게 아니다. 살짝 내 자랑을 하자면 유치원 때, 과자 따먹는 시합을 했는데 (그때까지 사람들 앞에서 뛰어 본 적이 없었음) 그냥 뛰어서 과자만 따먹으면 된다는 말에 냅다 달려서 과자 앞에 도착하니 나 밖에 없었다. 뒤를 돌아봤다. 아이들은 저만치 뒤에서 뛰어 오고 있었다. 이게 시합하는 게 맞나 싶었다. 나는 천천히 과자를 먹고 1등을 했다. 나는 빠르게 다니는 게 좋았다. 그렇게 방안을 온통 휘젓고 다니고 있을 때 어떤 물체와 마주쳤다. 호감 있는 외모는 아니었다. 어린 내 눈에도 이상했다. 생긴 건 눈사람을 닮아 친근한 둥근 체형이었지만 움직이지 않는 두 눈이 섬뜩했다. 장르가 호러였다. 입이라도 웃는 모습으로 그려주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입이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왜 그 유명한 키티 인형이 서양에서는 인기를 끌지 못한 이유가 나중에 알고 보니 입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요상한 물체를 나는 힘차게 밀었다. 오뚝이가 괜히 오뚝이겠나. 다시 일어났다. 눈도 깜빡이지 앉고 볼링핀처럼 빙그르르 돌다 띠리링 소리를 내며 일어났다. 안에 뭐가 있는 건가? 아랫부분이 묵직했다. 쳐도 쳐도 일어났다. 무서움은 곧 재미로 바뀌었다. 힘껏 잡았다가 놓기도 하고, 옆으로 눕혀서 공처럼 굴려보기도 하고, 거꾸로 세워 보는 등 온갖 만행을 저질렀지만 오뚝이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일어섰다. 요놈 봐라!' 오뚝이는 어떤 시련에도 묵묵히 일어나며 내 장난감이 되어줬다. 넘어져도 일어나는 오뚝이. 어랏! 캔디와 닮은 점이 있는데? 혹시 오뚝이 생각하고 캔디를 좋아한 건가? 무의식의 세계를 쓸데없이 연결 지어 봅니다.
나에게 오뚝이는 시련을 딛고 일어서는 캔디와는 다르다. 그냥 장난감. 처음 만난 장난감이다. 내 만행을 고스란히 받고서도 일어서는, 고통을 줘도 일어서는 그런 존재. 내 만행에도 사랑을 주는 존재로까지 거창하게 포장하지는 않겠지만 오뚝이를 보면 문득 어린 날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