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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네 와인바 사장 Nov 11. 2019

위스키도 사놓고 오래 묵히면 좋은가요?

"위스키도 사놓고 오래 묵히면 좋은가요?"


요즘에는 와인바들도 몇 종류 정도는 위스키를 구비하고 있습니다. 싱글 몰트 위스키가 유행하게 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새로운 맛을 찾아다니는 손님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변화겠죠. 아무래도 와인을 즐기는 손님 층과 싱글 몰트 위스키를 즐기는 손님 층이 아주 많이 겹치다보니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그리고 물론 저도, 20종 정도의 싱글 몰트 위스키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20종이라고 하니 많아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정말 기본적인 라인업만 12~15년산 정도의 엔트리급 위주로 갖추어 놓고 있습니다. 사실 칵테일과 위스키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바에 비하면 정말 비교하기에도 민망할 만큼 적은 종류입니다.


하여간, 가게에서 위스키를 팔다보니 손님들에게 위스키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가 꽤 많습니다. 전 그럴때면 그냥 솔직히 위스키는 잘 알지 못한다고 말해버립니다. 뭐,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들도 몇 개 있기는 합니다. 그 중에 하나가 이것 입니다.

“와인은 오래 묵히면 좋다고 하잖아요? 위스키도 사놓고 오래 묵히면 좋은가요?”

대답은, 아닙니다.


만약 제가 2010년에 마트에 가서, 2000년 빈티지의 와인을 한병 사고, 12년 숙성 위스키를 한병 샀다고 해봅시다. 그리고 그 두병을 2020년 까지 10년동안 보관 했다고 칩시다. 그랬을 경우,

“이 와인은 2000년 빈티지 이고, 20년 묵은 와인입니다”

라는 문장은 맞는 문장이지만,

“이 위스키는 12년 숙성 위스키이고, 22년 묵은 위스키입니다”

라는 문장은 틀린 문장이 됩니다.

굳이 맞는 문장으로 고쳐 써보자면,

"이 위스키는 2010년에 샀던, 12년 숙성 위스키입니다."

라고 써야하겠죠.

이 차이는 술을 만드는 과정의 차이에서 생기는 부분입니다. 그 차이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와인과 위스키의 양조과정에 대해서 모두 설명해야만 하지만, 그러면 너무 길어지니 빨리 포기하고 짧게 해보겠습니다. 요점은 이것입니다.

“와인은 유리병에 담기고 나서도 계속 숙성이 되지만, 위스키는 유리병에 담기는 순간 숙성이 멈춘다.”

위스키를 숙성시키는 나무통

와인은 포도를 수확한 순간부터 사람 입에 들어가는 순간까지가 전부 숙성기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위스키는, 나무통에 넣어둔 상태에서 숙성이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나무통에서 꺼내는 순간 숙성이 멈춥니다. 즉, 나무통에서 12년 동안 묵히다가 꺼내서 유리병에 담으면 ‘12년’ 위스키가 되는 것이고, 18년 동안 묵히다가 꺼내서 담으면 ‘18년’ 위스키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유리병에 담긴 위스키를 아무리 오래 보관한다고 해도 더 이상 숙성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런 위스키의 특징은, 숙성이 오래된 위스키가 왜 비싼지를 설명해 주기도 합니다. 만약 40년숙성의 위스키가 있다면, 그것은 40년동안 위스키 제조업자가 자기 창고에서 숙성을 시킨뒤 유리병에 담아서 판매를 시작했다는 의미가 되는 것이고, 창고 보관을 위한 유지비, 그리고 숙성과정에서 증발해 버리는 위스키의 양을 생각해 보았을 때, 높은 연수의 위스키에 높은 가격이 책정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가 되는 것이죠. 뭐, 물론 더 맛있으니까 더 비싸기도 합니다만.


그러니까, 선물받은 좋은 위스키가 있다면, 괜히 아끼면서 숙성시킬 생각하지 말고 타이밍이 왔을때 시원하게 마셔버리세요. 선조께서 말씀하셨죠.

“아끼면 똥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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