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같이 있어 좋은 점
마중과 배웅.
내가 어딘가를 멀리 갈 때마다 함께 동행을 해준다는 것의 의미를 요즘 새삼 크게 느끼고 있다.
사실 나는 월요일 새벽마다 셔틀버스를 탄다.
현재 직장이 타지에 있어서 새벽 셔틀버스를 타고 강원도로 출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요일에 타지로 가서 금요일에 다시 집으로 오는 생활을 하고 있다.
이전에 가족에게서 독립하기 전에는 더 늦게 일어나도 돼서 서울에서 강원도로 주 2~3일은 출퇴근을 했다. 셔틀버스를 타고 집에 오는 시간이 길기는 했지만 크게 무리는 없는 선이었기 때문에 출퇴근을 하기 괜찮았다. 새벽 5시 45분에 일어나긴 했어도 셔틀버스를 타러 가는 정류장까지 도보 10분가량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독립을 하고 나니 그 지역에서 운행하는 셔틀버스 시간이 더 빨라서 새벽밥도 못 먹고 나가는 지경이 되었다. 게다가 지하철까지 타니 더욱 힘들었다.
월요일 새벽 5시 5분 알람이 울리면 나는 일어나서 준비를 하고 지하철을 탈 채비를 한다.
그 전날에 미리 갈 짐을 준비하지 않으면 시간이 빠듯하기 때문에 미리미리 준비를 해둬야 한다. 여러 번 시행착오 끝에 가장 빨리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찾았다.
그리고 5시 25분경 나갈 때 나 혼자 나가는 것이 아니라 남자 친구도 함께 나간다.
셔틀버스를 타러 가는 곳은 지하철 한정거장 거리의 역에 있는 정류장인데 매주 월요일마다 함께 가주고 있다.
그리고 내가 간혹 평일에 휴가를 내게 돼서 평일에 셔틀버스를 한번 더 타는 경우도 있는데 그때도 함께 가주고 있다. 평일 셔틀을 타러 갈 때는 월요일 셔틀보다 약 20분가량 더 늦게 준비를 해도 되지만 새벽에 일어나는 건 마찬가지이다.
함께 산지 어느덧 반년이 되어가는데 그동안 한 번도 거르지 않고 함께 정류장에 가는 남자 친구의 끈기에 새삼 감탄한다.
물론 무조건 즐겁게 가주는 것은 아니다.
남자 친구도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피곤할 것이다. 내가 준비를 하는 동안 나가기 5분 전에 알람을 해놓고 일어나서 나와 같이 나간다.
졸린 눈을 비비고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가끔 혼자 간다고 말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여태까지 배웅을 간 게 아까워서 안된다고 내가 서울 발령이 나는 7월이 다 돼가기에 가는 거라고 이야기한다.
같이 있어서 좋은 점 중의 하나는 누군가 나를 이렇게 매번 배웅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마중 나오는 것은 이제 그만하기로 했지만 새벽이슬이 채 맺히기도 전에 눈을 비비고 일어나서 내가 가는 길을 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큰 힘이 된다.
매주 셔틀버스를 타는 곳까지 마중 나와주는 것을 듣는 지인들은 굉장히 놀란다.
자신이 출근하는 것도 아닌데 매주 가는 게 얼마나 어렵겠냐며 남자 친구의 희생정신에 감탄한다.
나 또한 매주 이렇게 함께 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 것을 알기에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사실 나보고 하라고 하면 나는 못할 것 같다. 내 출근도 아닌데 이렇게 함께 일어나는 게 너무 힘들 것 같이 때문이다.
언제나 즐거운 나날만이 아니긴 하지만 내가 가는 길에 동행자가 있다는 것,
그리고 내가 가는 뒷모습을 바라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꽤나 즐거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