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만찐두빵 Mar 28. 2022

금요일이 평화롭게 바뀌기까지

매번 싸우던 날이 어떻게 변했을까?


누구나 생활패턴이 있고 생활리듬이 있다.

그리고 그 리듬이 깨지거나 피곤하거나 뭔가 나의 컨디션이 확 떨어질 때 우리는 예민해지고 작은 말에도 상처 입고 날카로워진다.


같이 살게 되면서 우리가 예민해지는 날은 공교롭게도 같았다.

사실 어느 한 명만 예민하고 어느 한 명이 평화롭다면 다른 한 명의 예민함을 받아줄 정도의 포용력이 남아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둘 다 예민하다면 그것은 싸움으로 이어진다.


우리에게 그날은 금요일 밤이었다.


일을 하고 한 주의 마무리가 되는 금요일, 휴일의 시작과도 같은 금요일에 우리는 왜 싸우게 되었을까 생각해보니 그것은 남자 친구가 나를 마중 나오면서부터 시작됐던 것 같다.

보통 나는 금요일마다 퇴근 후 셔틀버스를 타고 서울에 온다.

밤 8시가 조금 넘을 무렵 집 근처 역에 도착하면 남자 친구는 그즈음에 맞춰서 나를 마중 나왔다.

그러고 나서 집에 간 다음 저녁식사를 하면 거의 밤 10시에 다다른다.


누가 봐도 피곤에 지쳐 힘들만한 금요일 밤, 우리는 각자의 사정이 있다.


남자 친구는 퇴근 후에 집으로 20분가량 걸어온다. 그리고 잠시 쉬다가 나를 데리러 역까지 10분 걸어온다. 그리고 다시 집으로 가기까지 10분. 금요일 저녁시간에만 약 40분가량을 걷는다.


나는 셔틀버스에 2시간 내내 앉아있다가 내려서 지하철을 탄다. 그리고 집에 가서 저녁식사 준비를 한다. 마무리는 남자 친구가 하지만 밥을 준비하고 먹기까지 걸리는 시간들이 있다.


우리는 매번 금요일마다 싸우게 되면서 왜 싸우는지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서로 피곤해서 그러려니 했는데 또 막상 주말이 돼서 토요일, 일요일이 되면 그때는 싸우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고민해보게 된 것이다.

우리가 금요일에 왜 싸울까? 왜 매번 금요일일까?


생각해보니 남자 친구는 퇴근을 하고 피곤한데도 집 정리를 하고 나를 데리러 온다.

나는 평일에 타지에 있다가 집에 온 순간 집이 정돈되지 않는 모습을 보고 짜증을 낸다.

그럼 남자 친구는 나름대로 정리한 것임에도 내가 짜증을 내니 서운해지고 이것이 반복되었던 것이다.


우리는 그 사실을 인지한 때부터 몇 가지 패턴을 바꿨다.


첫 번째, 남자 친구가 금요일 밤에는 데리러 오지 않고 집에서 쉬거나 정돈을 먼저 한다.

두 번째, 밀키트로 간단히 식사 준비를 하거나 내가 너무 피곤할 때에는 식사를 차리지 않고 배달을 시켜먹거나 포장을 해서 먹는다. 


이 두 가지를 바꿨음에도 불구하고 금요일 싸움이 일어나지 않는다.

간단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금요일 싸움이 멈춰지기까지는 몇 개월이 걸린 것 같다.


금요일은 한 주를 마무리하는 아주 평화로운 날이 되어야 했는데 그동안 이렇게 싸우다가 풀고를 반복했던 지난날이여...


반성하자.

이전 05화 집돌이와 밖순이의 차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