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것
내가 생각하는 일상적인 집안일의 리스트는 이러하다.
1. 식사 준비
2. 설거지 및 뒷정리
3. 방, 거실 등 청소
4. 화장실 청소
5. 빨래 널고 개기
6. 분리수거 및 음식물쓰레기 버리기
내가 원거리 발령이 끝나고 난 뒤에 일상을 찾기까지는 한 달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그 사이에 집안일도 합리적으로 나뉘게 되었다.
나: 식사 준비, 설거지 및 뒷정리, 빨래 널고 개기
남자 친구: 방, 거실 등 청소, 화장실 청소, 분리수거 및 음식물쓰레기 버리기
각자 선호하는 집안일과 평일 루틴을 생각해서 우리는 집안일을 나누게 되었다. 사실 다른 사람이 봤을 때 조금은 합리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시간의 쓰임이 약간씩 다르게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둘의 패턴을 봤을 때는 이게 가장 맞는 나눔이었다.
나 같은 경우에는 남자 친구보다 일찍 퇴근하는 날이 많아서 식사 준비를 하는 게 더 맞다. 그리고 식사 준비를 하는 동안 빨래를 돌려놓고 시간의 텀이 남는다면 빨래를 개기도 한다. 설거지 및 뒷정리는 내가 더 깔끔하게 하는 편이라서 내가 하는 것이 맞다. 빨래의 경우에도 내가 옷을 정리해두는 게 더 편하고 남자 친구의 옷을 내가 찾아주는 일이 많아서 내가 빨래를 하기로 했다.
남자 친구는 매일 하는 일이 아니라 주 1~2회 정도만 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 사실 식사 준비는 매일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남자 친구에게는 맞지 않을뿐더러 요리를 즐기지 않는다. 분리수거, 음식물쓰레기 버리는 일 또한 일주일에 한두 번만 하면 된다. 그리고 의외의 면이긴 한데 청소는 나보다 남자 친구가 더 꼼꼼하게 하기 때문에 남자 친구에게 더 적합하다.
우리는 각자의 패턴에 맞게 집안일을 나눴고 그에 따라서 열심히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남자 친구가 식사 후 뒷정리를 도와주거나 빨래 개는 걸 도와주기도 하고, 내가 외출을 할 때에 쓰레기를 버리는 등 칼 같이 나눠서 집안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집안일을 나누되 서로 도와줄 수 있을 때 돕는 것이 좀 더 맞는 것 같다.
가끔 퇴근시간이 너무 피곤할 때는 남자 친구에게 배달음식을 제안하기도 하고 내가 너무 힘들어 보이면 남자 친구가 먼저 외식을 제안하기도 한다.
집안일을 합리적으로 나누는 것은 역시나 어렵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옆에 있는 사람이 힘들지 않도록 서로 돕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어느 과정의 한 부분을 지나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