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시끄러운 날에 적어보는 월요일기
1. 낯가림
친정집에서 어른 넷에게 약간은 과한 사랑과 보살핌을 받아오던 아기는 나와 단 둘이 남게 된 서울에서 조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물론 아기가 말을 할 줄 모르기 때문에 그저 엄마인 나의 촉과 예감이기는 하지만.
아기의 낯가림은 4개월 후반대부터 시작되었다. 친정아빠를 보고 엉엉 울곤 했고, 때로는 새로운 사람을 보고 뿌앵 하며 울곤 했다. 그래도 이것저것 관심은 많은 편이라 새로운 장소나 손님, 지나가는 사람을 보며 운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서울에 돌아와 홀로 한낮의 육아를 버텨낼 재간이 없어 아이 돌봄 서비스를 신청했다. 천운처럼 지인이 2년 정도 맡겼던 선생님이 배정되었고, 나는 마음의 빗장을 바로 내던지고 온 맘 다해 선생님께 친밀감을 쌓아가고 있다. 문제는 아기의 마음. 아기는 마음을 굳게 닫았다. 선생님이 주시는 밥에는 입도 벌리지 않는다. 선생님이 읽어주는 책에도, 불러주시는 노래에도 절대 마음을 열지 않는다. 그저 엄마인 나만 바라보고 나에게 예쁜 짓을 해가며 눈길을 달라 하염없이 갈구한다.
첫 주에는 30분 남짓 산책도 다녀왔었다. 방에서 30분이 넘게 쉬기도 했다. 두 번째 주에는 집 문을 나서자마자 소리 지르며 우는 아기가 안쓰러워 10분 만에 돌아왔다. 그렇게 아기는 나와 남편의 무릎에 폭 안겨 선생님께 절대 돌아가지 않는다. 눈앞에 보이는 1미터 떨어진 공간에 있어도 ‘공포’를 경험한 듯 소리치며 울기도 한다. 선생님을 향한 아기의 마음은 공포 그 자체인 걸까.
복직은 앞으로 4달 정도 남았다. 그 사이 아기는 어린이집도 가야 하고 새로운 선생님에게도 적응해야 하는데 시름이 날로 깊어지는 기분이다. 돈은 돈대로 힘은 힘대로 빠지고, 아기는 아기대로 스트레스받는 기분. 현명하게 잘 지내가면 좋겠다. 이 난관.
2. 가을비
올 가을엔 참 하늘이 높고 예뻤다. 종종 더웠고 때로 찬 바람에 옷을 여미는 순간들도 있었다. 아기를 어르고 달래 한강에 나가기도 하고, 백화점과 마트를 돌며 산책을 즐기기도 했다. 오늘 오는 가을비 끝에는 엄청나게 찬 바람이 불어왔다. 이제 아기에게 간식을 쥐어주며 5분만 10분만 하며 즐기던 노을산책은 끝이 났구나. 아쉽다.
3. 하고 싶은 것들
종종 하고 싶은 것들을 생각해 본다.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바다도 보고 싶고, 베이비캠 관찰 없이 커피도 마시고 싶다. 때로는 하릴없이 버스를 타고 한 시간이 넘는 곳에 가서 커피도 마시고 책도 읽고 싶고 친구들과 수다 떨며 산책도 하고 싶다.
언제쯤 내 딸이 커서 나의 좋은 친구가 되어줄까? 늘 궁금하면서도 조금은 아쉽기도 하고. 나에게 좋은 친구가 되는 동시에 나에게서 독립할 날과 가까워지는 거겠지 싶기도 해서. 우선 지금 하고 싶은 것은 책 읽기와 멍 때리기다.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