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만나러 고속도로를 밟았다

우리 집에 새로운 가족이 왔다

by 스페라

*고양이는 우리 삶에 들어와,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바꿔 놓는다.


어릴 때부터 강아지를 좋아했던 나는 고양이를 무서워했던 거 같다.

지금이야 인식이 많이 바뀌어서 그렇지 내가 어릴 때만 해도 길에 사는 고양이들을 '길고양이'라고 부르지

않고 '도둑고양이'라고 불렀었다.

그렇게 불러서 그런지 쥐를 잡아먹는다는 사실이 무서웠던지 고양이는 귀엽지도 사랑스럽지도 않았다.


그러던 내가 집사가 됐다.

사실 나는 '집사'라는 말이 낯설다.

집사?

도대체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 왜 집사란 말인가.


집사는 원래 귀족이나 왕족 집에서 주인을 모시고 살림을 관리하던 사람을 뜻한다.

그런데 고양이를 키우다 보면 알겠지만 은근 고양이가 주인 같고 사람이 하인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 느낌들이 일본에서 밈처럼 퍼졌고, 한국에서도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은 말이라고 하는데,

동물은 동물처럼 사람은 사람처럼 살아야 한다는 주의를 가진 나로서는 고양이 집사라는 말이

뭔가 불편했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불편하지 않은 고양이 집사로서의 삶을 행복해하고 있다ㅎ





여튼, 강아지 파였던 내가 아줌마가 되고 나서 왜 고양이를 키우게 됐는가 하면 그건 고양이를 무척 좋아하는 나의 아들 덕분이다.


어느 날 갑자기 나는 골드리트리버나 시베리안 허스키 같은 대형견이 키우고 싶었고,

가족들을 꼬시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들은 무조건 고양이를 키우자고 했다.

고민을 하던 찰나 대형견을 아파트에서 키우는 건 무리 같았고, 아들이 보여주는 고양이 유튜브를 계속 보다 보니 '어?? 인형같이 너무 귀여운데? 고양이한테 이런 매력이 있었어?' 점점 고양이에게 빠져들기 시작했다.


좋다!! 고양이를 입양하자!!

아들은 펫샵에서 고양이를 사자고 했고, 나는 동물을 돈으로 사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우선 유기센터를 둘러보자고 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두어 달 정도 유기센터를 찾아다녔다.


그런데 눈에 들어오는 고양이는 없었고, 유기센터라는 이름아래 신종펫샵 같은 곳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많은 것들에 대해 의심이 들기 시작했고 선뜻 고양이를 데려올 수가 없었다.

유기센터에서 고양이를 입양하는 과정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차라리 이쁜 새끼 고양이를 사는 게 쉽겠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펫샵에서 부르는 가격은 평균 150만 원에서

300만 원이었다. 물론 그것보다 더 비싼 경우도 많다고 들었다.

무리해서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런데 정말 사는 건 아니라는 많은 글들을 보고 아이에게 인연이 되는

고양이를 기다려보자고 했다.

우리가 고양이를 키울 운명이면 우리랑 인연이 될 고양이가 찾아올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던 중 자주 들락거리던 고양이 카페에서 아들 녀석이 꼭 키우고 싶다던 1살 안된 청소년냥이를

만날 수 있었다. 우리 집에서 고속도로를 밟아서 슝슝슝 달리면 4시간 거리.

고양이 한 마리 데리고 오겠다고 남편한테 가자고 하기는 좀...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남편은 흔쾌히 가자고 했고, 우리는 광복절날 고양이를 데리러 새벽 5시에 차에 올랐다.

연휴라서 차가 조금 막혔고 4시 30분 만에 고양이가 살고 있는 집에 도착.

여러 가지 사정으로 키울 수 없게 된 고양이를 만났을 때 마음이 아팠다.

빨리 데리고 가서 행복한 우리 집을 보여주고 싶었다.

우리의 사랑을 듬뿍 받고 무럭무럭 건강하게 자라주기를 기도했다.

무서워서 침대 밑에 숨어버린 고양이를 이동장에 넣어 차에 싣고 오는데, 알까? 보호자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이런 경우, 사람으로 치면 모르는 사람에게 납치를 당하는 것과 맞먹는 공포라고 했는데 납치범(?)인 우리가 얼마나 무서울까 생각하니 빨리 집으로 데리고 가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집에 가면 그래도 좀 낫지 않을까 싶었다.

휴게소에 잠깐 들르는 것 말고는 밥도 안 먹고 4시간을 달려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오는 동안 조금 울기는 했지만 멀미도 하지 않고 잘 견뎌줘서 고마웠다.




오자마자 거실에 풀어뒀더니 이동장 밑으로 숨어서 우리를 이리저리 살피고 경계했다.

고양이가 새로운 곳에 가면 마음을 여는 시간이 꽤 오래 걸린다고 하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밥도 주고 물고 주고 했지만 잘 먹지 않았다.

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할 거 같아서 모르는 척 우리 할 일을 하면서 몰래몰래 지켜보는데

고양이도 우리를 몰래몰래 쳐다보는 것을 보고 웃음이 났다.

무슨 인연이 있길래 그 먼 데서 우리 집에까지 왔나 하는 생각에 우리 가족은 고양이를 위해

가구배치를 다시 하기로 했다. 고양이는 숨을 곳이 필요한 동물이라고 하니 숨을만한 곳을 곳곳에 만들어주었고, 베란다 창문에 방묘창을 안 했던 터라 급하게 다이소에 가서 네트망을 구입하고 남편이 앞뒤 베란다에 방묘창을 달았다.

우리 집은 고층이라 고양이가 방충망에 매달리기라도 하면 끔찍한 일이 발생할까 창문도 열지 못하고 있었는데 방묘창을 달고 나니 속이 다 시원했다.

그렇게 고양이와의 하루가 흘러갔다.

그날 밤 나는 고양이가 야행성 엄밀히 말하면 해가 뜰 무렵인 새벽과 해가 질 무렵인 해 질 녘에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박명성'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렇게 많이 공부하고 데리고 왔건만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 터지다니!!

역시 인생은 이론보다는 경험으로 배운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

밤마다 이러진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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