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소성(Scarcity)과 구매욕구의 관계
전통적인 경제학에 따르면 시장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이루는 지점에서 형성됩니다.
중고등학교에 배운 경제학의 근간을 이루는 가격 결정 이론입니다.
물건을 가지고 싶은 마음 (수요)과 생산할 수 있는 능력(공급)이 균형을 이루는 어떤 지점에서 가격이 형성된다는 이 이론은 현재의 경제학에서 쉽게 부정됩니다.
시장에서 대부분의 물건은 무한의 대체제를 가지고 있어 다른 상품의 영향을 받기도 하고 거꾸로 대체제가 없는 물건 (예를 들어 휘발유)이라면 수요는 가격에 영향을 끼칠 수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한 물건의 가지고 싶은 마음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은 독립적이지 않고 서로 영향을 미칩니다.
오늘은 공급과 가지고 싶은 마음 (수요)의 관계를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희소성(Scarcity)'이 물건을 가지고 싶은 마음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우표를 수집해 본 적이 있나요?
우리나에서 가장 비싼 우표는 1955년 발행된 20 환 짜리 '산업도안 보통우표 20 환 물결무늬 투문 전지'라고 합니다.
낱장으로 비싼 우표는 현재까지 27장만 발견되어 평가액이 1억 원을 호가하는 문위우표라고 합니다.
20 환이나 5문이 현재의 화폐가치로 얼마나 될지 모르겠으나 발행 당시 가격에 비해 현재의 가치는 엄청나게 올라갔네요.
2016년 스트릿 의류 브랜드 슈프림은 Supreme이라고 쓰인 붉은 벽돌을 한정 출시했습니다.
아무런 기능이 없는 그냥 벽돌을 말이죠.
30달러에 출시된 슈프림 벽돌은 한때 350만 원 넘는 가격으로 거래되었습니다.
당연하게도 희소성과 가치의 관계를 매우 밀접합니다.
금, 다이아몬드는 희소하기 때문에 그 기능보다 훨씬 더 높은 가격으로 거래됩니다.
그래서 우리의 뇌는 희소하다고 생각하는 물건의 가치를 훨씬 더 높게 생각하고 [희소한 물건 = 더 비싼 물건]이라고 인식하게 됩니다.
또한 희소한 제품은 품질이 좋다고 오해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관광지에 예약 가능한 방이 하나 밖에 남지 않은 호텔과 어느 시간대나 예약 가능한 호텔이 호텔 예약 플랫폼에 리스트업 되어있으면 왠지 방이 하나밖에 없는 호텔이 더 좋은 호텔일 것만 같은 생각이 듭니다.
즉, 수요는 공급과 무관하게 고객의 구매 욕구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공급이 유한(limited), 희소(Scarcity) 한 경우 구매 욕구가 올라가고 가격이 높아도 무관하다고 생각하게 되기에 수요와 공급은 상호 작용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때문에 기업들은 본인들의 제품에 희소성을 부여하여 가격을 높이거나 고객의 구매 욕구를 자극시키려고 합니다.
티셔츠를 대량 생산할 수 없어 소규모로 판매하는 두 명의 인플루언서가 있습니다.
A: 공장 생산이 한 번에 100장 밖에 되지 않아 100장만 준비했습니다. 생산처와 협의해서 조만간 생산량을 늘리도록 하겠습니다.
B: 구매할 수 있는 수량이 지난번보다 적을 것 같습니다. 다음 생산이 언제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 이번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습니다.
A는 친절합니다. 한정 수량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고 노력하고 있음을 알려줍니다.
그러나 정작 구매는 B에게서 더 많이 일어납니다.
B의 제품은 이번에 놓치면 다시는 살수 없질지도 모르니까요
이런 사례에서 우리는 제한된 정보가 희소성을 더욱 자극시킨다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아마존의 플래시 세일 (amazon flash sale)은 쿠팡의 타임딜이 차용한 시간 한정 프로모션입니다.
아마존 플래시 세일의 할인은 시간의 제약이 있고 할인받을 수 있는 상품의 개수도 정해져 있습니다. 하지만 수량을 카운트 다운하듯이 알려주진 않죠.
'모두'가 '언제나' 할인받을 수 없기 때문에 고객은 기회를 놓칠까 봐 구매를 서두르게 됩니다.
만약 당신의 장바구니에 담아둔 물건이 플래시 세일 종료 이전에 Sold out 되는 경험을 느낀다면 다음번엔 더욱 구매를 서두르게 될 것입니다.
제품의 기획 단계부터 희소성을 의도한 제품들도 많습니다.
유니클로는 디자이너 컬래버레이션 상품을 한정판으로 자주 출시합니다.
최근 유니클로는 영국 브랜드 JW 앤더슨과 협업 제품을 출시했고, 질 샌더(Jil Sander), 마리메코(Marimekko) 등과 협업한 컬렉션을 짧은 기간 동안 판매했습니다.
이는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극대화합니다.
브랜드 간 협업은 스니커즈 (운동화) 시장에서도 매우 활발한데 최근에는 나이키뿐만 아니라 아식스, 뉴발란스 등과 같은 전통적인 브랜드부터 호카, 온러닝 등 신생 브랜드까지 다양한 운동화 브랜드들이 창의적인 디자이너 브랜드들과 협업하여 한정 수량의 제품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한정 수량으로 발생된 프리미엄은 자연스럽게 브랜드에 대한 호감(브랜드 프림미엄)으로도 연결됩니다.
디즈니에는 디즈니 볼트(Disney Vault)라는 전략이 있습니다.
디즈니는 자사의 애니메이션 영화, DVD, 굿즈를 일정 기간 동안만 판매하고 그 이후에는 "볼트(Vault)"라는 창고에 넣어 판매를 중단합니다.
이는 디즈니의 IP (지적 재산권)의 희소성을 유지하여 소비자의 구매욕을 촉진시키고 자사 IP의 가치를 올리기위한 전략입니다. 이를 통해 디즈니의 IP는 프리미엄이 유지되고 고가의 가격으로 판매 & 재판매됩니다.
최근 디즈니+ 스트리밍 서비스 출시 이후 디즈니볼트 전략은 많이 희석됐지만 아직도 디즈니는 다양한 방식으로 희소성을 통한 IP의 가치를 유지하는 활동을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레고도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면 무한대로 생산하지 않고 일정 수량 이후에 단종하는데 제품의 가치를 올리는 디즈니 볼트와 유사한 전략입니다.
그래서 디즈니 IP 레고는 한번 단종되면 재출시되기까지 매우 오래 걸리며 (재출시가 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희소성 때문에 판매가에 수배에 이르는 가격에 재판매되기도 합니다.
희소성을 강조하는 판매 방식은 고객의 구매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불공정한 행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건이 남았는데도 매진 임박이라고 하거나, 오늘만 이 가격, 마지막 기회 등 실제와 다른 소비자를 기만하는 표현은 주의해야 합니다.
지난 글 한 줄 요약 : 사람들이 상대적 차이를 통해 준거점을 설정하여 자신의 이익과 손실을 평가하는데 인간의 행동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것은 준거점을 기준으로 한 이익이 아니라 손실이다.
이번 글 한 줄 요약 : 수요과 공급은 독립적이지 않고 상호 영향을 주며 사람들은 희소한 물건을 더 좋은 물건으로 생각하여 구매 욕구가 더 강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