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L님 사연] 빼앗긴 가방에도 봄은 오는가

사연 제공 : JLH 님

by 김작카

빼앗긴 가방에도 봄은 오는가


그날은 일진이 사나웠다. 등에 맨 가방에 누군가의 시선이 쏠리는 걸 느꼈다. 단지 부러워만 하는 시선이면 괜찮겠지만 쟁취하고 싶은 시선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역시나 육감이 맞았다. 뒤를 돌아보니 학교에서 좀 노는 언니들이 거리를 바짝 좁혀오고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자연스럽게 어깨동무를 했다. 누가 봐도 후배에 대한 관심 또는 애정의 표현이었다. 그들은 그런 모습으로 위장하는 데에 아주 능숙했다.

"야, 가방 예쁘다!" "앗...네...에" "언니가 잠간 빌리고 돌려주면 안 될까?" "저희 엄마가 사..." "아유, 엄마 패션센스 좋으시네? 잠간만 빌릴게. 엄마한테 얘기할거야?" "아..그게" "고마워"...


엄마가 생일선물로 사준 가방은 그렇게 내 등을 떠나갔다. 어느 새 그들 중 대장으로 보이는 언니의 등에 척 걸쳐진 내 가방. 엄마가 나를 생각하며 큰 맘 먹고 산 가방, 내가 보자마자 와아~ 소리 지른 가방, 그런 내 모습을 보며 흐뭇하게 미소 짓던 엄마의 모습까지 저 멀리 떠나가는 가방 위에 겹쳐졌다, 그날의 날씨처럼 습기 가득한 눈에는 희미하게 멀어져가는 내 가방만이 맺혀졌다.


며칠이 지났을까. 나는 엄마에겐 미안한 마음에, 담임 선생님에겐 보복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가방은 이미 반포기한 상태였다. 그 누구에게도 말을 못 하고 끙끙 앓았다. 어느 날 쉬는 시간에 담임 선생님이 상담실로 불렀다. 빼앗긴 가방에도 봄은 오는 걸까. 상담실의 책상 위엔 꿈속에서나 스케치해보던 내 가방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그날 마침 내가 가방을 빼앗기는 광경을 목격한 친구가 선생님에게 말해주었다는 것이다. 그냥 다행이라고 앞으로 조심하라고 돌려보내면 될 것을...왜 혼자 끙끙 앓고 있었냐며 선생님은 나를 나무라셨다. 아니 이 세상의 구조가 누군가에게 뭘 일러바쳐서 아무 뒤탈 없이 해결되는 거냐고요. 쩝.


물론 담임 선생님의 포스가 만만치 않았던 때문인지, 보복이라는 걸 엄두도 못 낼 정도로 혼쭐을 내주신 건지. 다행히도 그 뒤로 아무 문제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왜 일러 바쳤냐며 어떻게든 보복을 하는 게 순리(?)인데, 생각만큼 못된 언니들은 아닌 거 같기도 하다.


약간의 서운함은 남아있지만 어쨌든 어려움에서 나를 구해준 장본인인 선생님과, 끝내 선생님이 익명으로 남겨둔 그 친구에 대한 고마움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나에게 부족했던 용기를 가지고 있던 그 어벤저스 친구는 그 용기와 정의 구현의 신고 정신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 고마운 기억으로 남는 사람이리라 기대해본다, 고마웠다. 친구야.

-JLH-


"그동안 고마웠어.

잘가, 내 영원한 파트너"

- 에니메이션 <토이스토리3> 중에서-


-김작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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