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잃어버리지 않는 방법

행복의 정복 / 버드런트 러셀 / 독서리뷰 22-14

by 이고양

22-14. 행복의 정복 - 버트런드 러셀

[22년 8월 3일 ~ 22년 8월 12일]


# 01


나는 행복한가? 이 질문에 누군가는 입가에 완연한 웃음이 지어질 정도로 감출 수 없는 행복을 드러내며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고, 누군가는 자신의 삶에 놓인 불행의 무게에 짓눌리며 어두운 표정으로 대답을 회피할 지도 모른다. 물론 이 두 가지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인생이 꼭 가득 찬 행복과 우울한 불행 두 가지로만 나뉘는 것은 아니니까. 누군가는 불행하지 않음과 행복을 헷갈려 하며 자신이 정말 행복한 것인지 고민에 빠져들 수도 있고, 누군가는 힘겨운 나날 속에서도 웃음 지을 수 있는 한 가지를 떠올리며 아련한 표정으로 행복하다 말할지도 모른다. 혹은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는 자신의 삶을 회의감 속에서 돌아보며 그런 게 뭐 중요하냐는 듯한 표정을 지을지도 모른다.


각자의 삶이 있기에 각자의 대답은 각자의 무게를 지닌다. 행복하다는 대답도 불행하다는 대답도 어느 것 하나 잘못된 대답은 없다. 하지만 유독 마음이 아픈 대답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행복하지만, 그 행복이 사라질까 봐 두려워 행복을 마음껏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하지만 이러한 사람들에게 '행복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당당히 말하는 책이 있다. 바로 오늘 이야기하려는 '행복의 정복(버드런트 러셀)'이다.



# 02


칸트 이후 가장 위대한 철학자라는 평가를 받는 버드런트 러셀. 그는 수학자로서 전문 수학 서적을 내기도 하였고, 철학을 공부해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법한 '서양철학사'와 같은 철학서적들을 펴내기도 했지만, 대중들에게 가장 많이 팔리고 유명해진 책은 바로 자기 계발서인 '행복의 정복'이다.


행복의 정복은 실제로는 행복에 대한 이성적이고 분석적인 접근에 가깝다. 문자 그대로 행복을 '정복'하기 위한 책이다.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들이 사실은 잘못된 사고방식이나, 미신, 거짓임을 논리적으로 증명하는 데에 책의 절반 분량을 할애하고 있으며, 우리가 마땅히 행복해야 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증명하는 데에 나머지 절반을 할애하고 있다. 즉. 전반부를 통해 '너 사실은 안 불행해' 라고 말하고 있으며, 후반부를 통해서 '행복하지 못할 이유가 없는데?'라고 말하는 셈이다.


책에 대한 설명은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다. 우리가 사실은 불행하지 않은 이유나 마땅히 행복해야 할 이유가 궁금하다면 러셀의 책 '행복의 정복'을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 03


내가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이 책에서 굳이 하나의 챕터를 할애하여 다루지는 않았음에도 책 전체에 드러나는 행복에 대한 러셀의 태도이다. 총 17개의 챕터로 나누어진 책이지만, 굳이 여기에 18번째 챕터가 들어가야 한다면 러셀은 분명 이러한 내용을 썼을 것만 같다. '행복은 잃어버릴 수 없는 것이다'


책 전체에서 러셀이 말하는 행복을 들여보다 보면 행복은 마치 '자격이 있는 자에게 마땅히 주어지는 것'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중요한 것은 '자격이 있는 자' 라는 것이 아니라 '마땅히 주어지는 것'이다. 러셀이 이야기하는 '자격'이라는 것도 행복하기를 원하고 그러기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면 누구든지 얼마든지 가질 수 있는 자격이다. 그리 어려운 자격이 아닌 셈이다. 그러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자격'이 아니라 '마땅히 주어지는 것'이다.


진정한 행복은 당연히 누리는 것이지, 사라지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다.



# 04


많은 사람들이 행복에 대해 혼동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행복과 행운은 다른 것'이라는 개념이다. 정확히는 행복을 행운처럼 여기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행복하지만 동시에 그 행복이 사라질까 두려워한다. 행복을 우연처럼 나에게 주어진 선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충분히 행복할 자격이 있기에 얻어낸 행복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마치 신의 선물인 듯이, 우연의 산물인 듯이, 어쩌다 주어진 행운인 듯이 대한다.


때때로 사람들은 겸손이라는 이름 아래 자신의 노력을 폄하한다. 노력하지 않은 자는 주어진 행운조차 잡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행운을 움켜쥐기 위해 쏟아온 노력보다 주어진 행운을 더 크게 여기곤 한다. 그래서 불안한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쌓아올린 것들이 나의 힘이 아니라 행운의 결과라고 여기기 때문에.


하지만 행복의 근원이 행운이 아니라 나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행복은 더 이상 불안정한 것이 아니다. 나의 삶의 태도가 올바르다면 행복은 내 삶에서 사라질 수가 없다. 그 순간부터 행복은 진정으로 '마땅히 누려야 할 것'이 되는 것이다.



# 05


겸손이 미덕이며 오만은 부덕인 우리나라의 문화에서, '나의 행복은 온전히 나의 힘으로 이루어 낸 것'이라는 사고방식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또한 표현하기에 따라서, 혹은 듣는 사람에 따라서 저 표현이 상당히 거슬리게 들릴지도 모른다. 어쩌면 사람들과의 관계를 위해서는 겸손함을 갖추고 나에게 주어진 행복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태도가 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행복이 사라져 버릴까 봐 두려워 할 바에는, 마땅히 누릴 수 있는 행복을 잃어버리게 될 바에는, 나의 행복 유무를 타인이 결정하게 할 바에는, 차라리 오만해지더라도 당연한 행복을 누리는 것이 나를 위해서는 더 좋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이전 08화오롯이 좌절하고 싶은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