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가 가장 바라는 것은..

소마 (채사장) / 12-12

by 이고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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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 소마 - 채사장

[22년 3월 3일 ~ 3월 5일]





# 01


지금 내가 가장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이 질문을 같은 독서모임 회원들에게 던져보았을 때, 선뜻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나도 이 질문에 한참을 생각해 봤지만.. 사실 바로 답을 내리지를 못했다. 처음에는 바라는 게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다음에는 그 많은 바람 중에서 내가 정말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이 책을 다 읽고도 리뷰를 쓰기까지 너무 긴 시간이 걸렸다.



# 02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줄여서 지대넓얕은 독서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읽어보거나 들어보았을 법한 책이다. 그리고 그 책을 쓴 작가는 채사장. 그리고 나는 그 작가를 꽤나 좋아하는 독자이기도 하다. '지대넓얕 1,2,zero' 그리고 '시민의 교양'은 말 지식을 간편하게 대할 수 있도록 색다른 관점을 주었고, '열한 계단'은 나의 지난 삶에서 독서의 흔적을 돌이켜보게 만들어 주었으며,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는 관계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하게 해 주었다. 지금까지 이렇게 인문학 서적만 6권, 그것도 모두 나에게 흥미롭고 즐거운 독서를 안겨주었던 책들을 내던 사람이, 지금까지와는 달리 소설을 발표했다. 어찌 흥미가 가지 않을까.



# 03


이 책은 '소마'라는 주인공의 유년 시절부터 성장기를 거쳐 한 인생을 살아가고 죽기까지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 정말 독특하다 느낀 점이 바로 그 지점이다. 이 책이 정말 2021년에 쓰인 책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전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그 이유가 바로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그려내는 서사적 장치에 있었다. 최근의 소설들은 그리 긴 시간을 다루지 않는다고 느껴진다. 특정 사건이나 특정 시간에 집중해서 그 부분을 그려낸다. 이따금 회상 장면을 통해 과거가 나오거나, 혹은 에필로그 형식으로 몇 년 뒤의 이야기가 펼쳐지기도 하지만, 주요 내용은 1~2년의 짧은 이야기를 그려내곤 한다. 하지만 고전소설들 중에는 한 사람의 일대기를 그려내는 작품이 생각보다 많았다. 어째서 그런 변화가 생겨난 것인지는 아직 잘 모르지만, 채사장의 소설책 소마는 한 사람의 일대기 전체를 그려냈다는 점 때문인지 고전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주었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에게 가장 강렬하게 다가온 소재는 바로 '갈망'이었다. 책 내내 단 한 번도 '갈망'이라는 표현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나는 이 책이 '갈망'을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느꼈다. 아주 어린 시절의 소마는 가족들의 사랑 안에 둘러싸여 있었고, 세상의 험난함으로부터 충분히 보호받고 있었다. 많은 것을 '갈망'할 필요가 없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이내 곧 평화는 깨어지고, 그 어떤 '갈망'도 허락되지 않을 정도로 암울한 시기를 맞이하게 된다. 그러다가도 아주 소중한 것, 우정과 사랑을 알아가고 '갈망'하게 되지만, 이내 곧 그 또한 잃어버리게 된다. 이후에는 복수만을 '갈망'하며 살아가지만, 그 복수를 이루고 난 이후에는 모든 것을 '갈망'하게 되고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르게 된다. 모든 것을 얻게 되었을 때에는 가질 수 없는 것을 '갈망'하였고, 모든 것을 잃어버리게 되자 갈망해 본 적도 없지만 사실은 간절히 '갈망'해왔던 진리를 깨닫게 된다.


소마의 갈망은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시시각각 변한다. 그리고 그 갈망의 변화 속에서 어떤 것은 바라던 것을 손에 넣기도 했고, 또 손에 넣은 것들을 다시 잃어버리기도 했다. 바라지 않은 것을 얻게 된 적도 있고, 그토록 갈망하던 것을 얻지 못한 적도 있다.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어버렸는가. 사실 그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사실 소마의 삶은 '무엇을 얻고 잃었는가'에 따라 바뀐 것이 아니다. 소마가 '갈망하는 것'이 바뀌었을 때마다 소마의 삶도 변하였다.



# 04


인생에서 내가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지금 가진 것들이 나를 증명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지금 가진 것들이 영원히 나의 것일 리도 없다. 나는 틀림없이 무엇인가를 또 잃게 될 테고, 그만큼 또 다른 것을 채우게 될 것이다. 내가 가졌다 생각하는 것들은 사실 내가 무엇을 갈망하는지에 따라서 스쳐 지나가는 것에 불과하다. 처음의 질문,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이 질문에 똑바로 대답하는 것이 나의 삶을 직시하는 첫걸음일지도 모른다.


갈망이라고 적으니 무언가 탐욕스럽게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 갈망이라는 것은 아주 기초적인 감정이다. 목마를 갈, 바랄 망. 이것이 갈망의 의미이다. 나는 과연 무엇에 목말라 있는가, 나는 무엇을 바라며 살아가고 있는가. 갈망은 삶의 지향점이나 다름없다. 목마른 자가 오아시스를 향해 가듯이, 나는 나의 갈망을 따라 살아가는 것이다. 아무것도 갈망하지 않는다면, 걸음은 느려지고 때로는 그 걸음이 멈추기도 한다. 갈망은 삶을 움직이는 원동력과도 같은 것이다.



# 05


'아버지는 밤새 신을 태웠다. 신의 개념까지 떨쳐낼 때 비로소 신에 닿을 수 있다고, 아직 타지 않은 신의 팔과 다리를 불쏘시개로 밀어 넣으며 아버지는 아버지는 말했다.' 이 부분은 소설의 첫 장면이다. 채사장의 모든 책을 읽은 사람으로서 감히 단언해보건대, 채사장은 분명 이 첫 문장에 자신이 하고 싶은 메세지를 가득 담아두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밤새 내가 가진 것들을 다 불태워보았다.


'삶의 모든 것을 하나씩 소거해 나갈 때, 삶에는, 나에게는 무엇이 남을까?' 이 책의 표지에 쓰여있는 질문이다. 모든 것을 잃었을 때에, 나에게는 무엇이 남느냐는 질문. 나는 이 질문 자체가 가진 것의 헛됨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잃게 되는 것을 정녕 나의 것이라 말할 수 있을까? 정말 나의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어떤 방법으로도 앗아갈 수 없는 것이리라. 언제든지 빼앗길 수 있는 물질적인 것은 당연히 아닐 것이며, 언젠가 사라지고 퇴색될 기억조차도 어쩌면 영원히 나의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인연 또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하고 사라질지도 모른다. 지금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조차도, 언젠가는 결국 죽음 앞에 영원하지 못할 것이다. 지금의 열정도 언젠가는 사그라들 것이고, 감정도 마음도 결국 잃어버릴 수 있는 것들이다.


그렇게 하나하나 내가 가진 것들을 모두 불태우다 보니, 내가 가진 것들 중 수많은 것들이 '시간'앞에 무력하다는 것이 보였다. 시간은 언젠가 내가 가진 것들을 모두 빼앗을 것이다. 시간은 나에게서 '영원'을 빼앗았다. 영원한 건 나에게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제야 비로소 그 어떤 것에도 빼앗기지 않는 나의 것을 찾을 수 있었다. 설령 시간조차도 빼앗아 갈 수 없는 것. 언제나 나에게 보장된 단 한 가지. 그것은 바로 '오늘'이었다.


그 순간, 내 것이 아니라고 느꼈던 모든 것들이, '오늘'안에서 다시 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지금' 내가 가진 것들은 '언젠가' 사라질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분명 '지금'의 나에게는 허락된 것들이 맞았다. 지금의 열정도, 기쁨도, 감동도, 나의 모든 감정들도 '오늘의 나'에게 허락된 것들이었다. 지금 열렬하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오늘의 나의 진심'을 표현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었다. 어떤 순간에도 '오늘'은 빼앗기지 않으며, 그 오늘 안에서 나의 모든 것들은 살아 숨 쉬고 있었다.



# 06


나의 갈망 또한 '오늘'에 있다. 오늘 하루를 더 멋지게 살아가는 것. 오늘 하루를 정말 나다운 시간으로 만들어 가는 것. 그저 그런 하루가 아니라, 나에게 정말 의미 있는 하루를 만드는 것. 지금 내가 가장 바라는 것은, '지금' 이 순간이 조금은 더 멋져지는 것이다.




[책갈피 한 페이지]


- '아버지는 밤새 신을 태웠다. 신의 개념까지 떨쳐낼 때 비로소 신에 닿을 수 있다고, 아직 타지 않은 신의 팔과 다리를 불쏘시개로 밀어 넣으며 아버지는 아버지는 말했다.'


- "다섯 감각의 주인, 소마야, 그는 네 안에 있단다. 우리는 그를 그저 신이라고 부른단다."


- 영웅의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났어야 한다. 영웅은 영웅으로 죽고 이야기는 박제된 이야기로 남았어야 한다. 하지만 이야기는 삶과는 다르고 삶은 지리하게 이어진다. 이유도 의미도 없고, 목적도 방향도 없는 넘치도록 당혹스러운 삶의 잉여를 바라보며, 길을 잃은 자들은 주변을 배회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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