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달리게 만드는 소설

요리의 신 (양치기 자리) / 22-10

by 이고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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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 요리의 신 - 양치기자리

[22년 2월 09일 ~ 2월 11일]

# 01

오랫동안 책을 참 많이 읽어왔지만, 사실 가장 많은 읽은 장르는 단연코 만화책이다. 그다음은 판타지와 무협 소설일 것이다. 어린 시절에 동전을 가득 들고 동네 만화책 대여점을 찾아가서 한 권에 2~300원 정도 하는 만화책을 잔뜩 빌려서 집에 오곤 했다. 방학 때는 도서관에 찾아가서 12권짜리 판타지 소설을 하루 종일 읽고 집에 오기도 했었다. 부모님의 영향으로 만화책이나 판타지, 무협 외에도 다른 문학작품이나 인문학 서적 등도 종종 읽곤 했지만, 어린 시절 내 독서의 절반 이상은 만화책과 판타지 소설이었다.

무려 1세대 한국형 판타지라고 평가받는 퇴마록, 드래곤 라자, 세월의 돌, 룬의 아이들 등을 읽으며 자라던 것이 바로 나의 어린 세대다. 지금 한창 만화책으로 100권이 넘는 인기작인 원피스나 명탐정 코난이지만, 내가 초등학교 시절에는 11권~13권 정도가 나오던 시기였다. 다음 권이 나오기를 눈이 빠져라 기다리던 기억이 떠오른다.

사실 당시 사회 분위기상 어린 학생들에게 만화나 판타지 소설은 부모님 몰래 봐야 하는 것들이었다. 법적으로 금지된 것은 아니었지만, 부모님께 걸리면 잔소리 정도는 들을 각오를 해야 했던 시대였다. 나의 경우는 그리 심한 제재를 받지는 않았지만, 내 친구 중에 한 명은, 부모님이 만화책만 보이면 찢어버리셔서, 학교에서 몰래 보고 바로 반납하곤 했었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지금은 만화책도 판타지도 모두 스마트폰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웹툰 시장과 웹소설 시장은 어린 시절 내가 알던 만화책, 판타지 시장보다 훨씬 더 커졌고, 그보다 훨씬 더 개인적으로 변했다. 이제는 더 이상 책가방 속에 만화책 한두 권씩 넣어 다닐 필요가 없으니, 부모님에게 걸릴 일도 없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부모님들은 학생들이 웹툰이나 웹소설을 보는 것을 싫어하신다.

# 02

얼마 전에는 학부모 상담을 하다가, 학생이 웹툰을 너무 많이 봐서 걱정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 그 학생은 수업도 열심히 듣고, 숙제도 늘 성실하게 잘 해오는 편이다. 웹툰을 좋아한다는 건 이미 학생과 웹툰 이야기를 하며 알고 있던 사실인데, 웹툰만 보느라 다른 일은 내팽개칠 정도로 보는 것도 아니다. 하루 평균 두~세 편 정도. 30분도 채 안 걸리는 시간이다. 심지어 그 학생과 서로 웹툰 추천도 해주곤 했는데.. 그 학생은 나보다도 더 웹툰을 적게 보는 친구였다. 학부모님은 그냥 그 30분이 못마땅하신 것이었다.

그런 걸 보면 참 안타깝다. 만화책도, 판타지 소설책도, 웹툰도, 웹소설도. 모두 문학작품이다. 물론 워낙 퀄리티가 낮고 시간이 아까울 정도의 졸작들도 있겠지만, 그건 일반 서적이라고 해서 다를까. 때로는 웬만한 인문학 책들보다도 더 큰 교훈과 감동을 주는 만화와 소설도 있는 법이다. 아직도 내가 늘 되새기는 인생의 교훈 중 일정 부분은 만화책과 판타지 소설에서 온 것들이 있다.

'누군가를 이해하려면 그가 무엇에 분노하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헌터헌터)'

'남을 위하는 만큼 자기도 위할 줄 알아야 한다. 안 그러면 대부분의 경우 위선이 된다(퇴마록)'

'내가 남이 될 수 없고, 남이 내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부터 같은 인간이라는 것이 성립될 수 있어요.(드래곤라자)'.

만화나 소설에도 분명한 메세지가 담겨있다. 옛날의 명작들일수록 더욱 그렇다. 지금은 킬링타임용의 자극적인 웹툰이나 웹소설이 많긴 하지만, 그중에서도 작가의 분명한 철학과 메세지를 담고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런 작품은 여러 번 읽게 된다.

# 03

양치기자리 작가가 쓴 '요리의 신'도 그런 류의 책 중 하나이다. 내가 지금껏 읽어본 그 어떤 소설책 속 주인공보다도 자신의 삶에 충실하고 많은 노력을 하는 주인공이 나오는 소설이다. 아무래도 판타지 장르로 분류되는 만큼 주인공에게 특별한 능력이 주어지기는 하지만, 소설 초반을 제외하고는 그 능력을 크게 활용하지는 않는다. 능력을 활용하면 쉽게 원하는 위치로 갈 수 있으면서도 그러지 않는다. 특별한 능력보다는 자기 자신의 실력을 갈고닦으며 성장하는 주인공이다. 요리라는 글의 소재와는 별개로 그의 삶의 태도나 가치관, 그리고 그의 언행이 나에게 정말 많은 영감을 주곤 한다.

이 글의 특징은 주요 캐릭터들이 전부 디테일하게 살아있는데, 그 캐릭터 하나하나가 각기 다른 교훈을 안겨다 준다는 것이다. 마치 우리가 삶에서 그러한 것처럼. 주인공인 조민준 뿐만 아니라, 카야, 레이첼, 앤더슨, 쥰.. 그 외에도 많은 등장인물들이 각각 다른 형태의 삶의 고민들을 보여주며 각기 다른 메세지를 나에게 던지곤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강렬하게 마음을 때리는 것은 역시 주인공의 삶의 태도. 내가 이 책에서 가장 크게 받은 것은 '기회를 대하는 태도'이다.

이 책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후회로 가득 찬 삶을 다시 시작할 기회를 얻게 되었을 때, 그 두 번째의 기회를 당신은 잘 살아낼 수 있는가?'이다. 주인공은 다시 시작된 삶을 정말 최선을 다해서 살았다. 다른 회귀물 소설처럼 자신만이 알고 있는 미래 정보로 이득을 보고 편안하게 살아간 것이 아니라, 그저 다시 한번 주어진 삶 그 자체에 충실하게 살아가며,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노력하고 열정을 불태웠다. 나는 과연 저런 삶을 살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열정이었고 신념이었다.

물론 소설 속 등장인물에게 질 생각은 없다. 그래서 때때로 나 자신이 나태해졌을 때마다 이 소설을 다시금 읽고는 한다. 나도 그렇게 살 수 있다고. 마치 지금이 다시 돌아온 순간인 것처럼. 나에게 두 번째로 주어진 삶인 것처럼. 그토록 간절히 바라왔던 시간인 것처럼. 그렇게 다시 한번 살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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