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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준혁 Nov 11. 2019

가족사진

아내는 평소에도 사진 찍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하루는 내가 가족사진 촬영권을 선물로 받았다며 스튜디오 촬영 예약을 한 날이 있었다. 촬영일이 다가올수록 새롭게 시도한 항암제의 부작용으로 아내의 얼굴이 심하게 붓더니 촬영 일정을 취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굳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니 찍자’는 뉘앙스는 풍기고 싶지 않았다. 그녀의 기분이 어떨거라는 건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몇 달의 시간이 흘러 그녀의 증상이 조금 좋아졌을 즈음 촬영권이 너무 아깝다며 다시 자연스레 촬영 이야기를 꺼냈고 아이들의 어린 시절을 사진으로 남기자는 명분으로 가족사진을 찍었다.      


그 사진은 아내가 떠나기 전 마지막 가족사진으로 현재 우리 집 거실에 걸려있다.      


돌이켜보면 참 잘한 일이다.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기에 내 선택에 나는 더군다나 후회가 없다.      


중학생 시절의 일이다. 

어머니께서는 가족사진을 찍자며 가족들을 불러세웠다. 한참 사춘기에 예민해진 나는 시간 맞춰 굳이 사진 찍자는 어머니의 부름이 마땅치 않았고 그날의 가족사진은 한 두푼 하는 것도 아니라서 차라리 그 돈으로 아픈 아버지의 약값에 보태쓰시지 라는 생각만 들었던 터였다. 

추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에야 나는 어머니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날 찍은 사진이 아버지와의 마지막 가족사진 촬영임을 어머니는 알고 계셨던 것이다.


그 사진은 우리 다섯 가족의 유일한 보물로 남아 25년이 지난 지금도 본가인 어머니 집에 걸려있다. 그 날의 아버지 모습을 담은 마지막 가족사진이었다. 내 기억의 아버지는 항암치료로 늘 지쳐계셨고 어머니도 장사하며 생계를 유지해가느라 늘 꾸미지 못한 상태였다. 지금 보면 가족사진이라기엔 준비가 많이 부족하지만 당시 어머니의 지혜가 아니었다면 나의 아버지 기억은 더욱 희미해져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 아이들도 언젠가 자라 엄마의 모습을 보며 나와 같은 생각을 해주길 바라는 바이다.      


떠날 채비를 하는 동안 남아있는 가족들과 가족사진을 촬영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유의할 점이 있다. 

‘네가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으니 우리는 기록을 남기는 거야’라는 이미지를 줘서는 안 된다. 

평범한 가족들도 스튜디오에서 가족사진을 촬영한다. 

그저 평범한 가족사진 촬영이란 생각으로 임해야 모두에게 기쁜 시간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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