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회사에서 함께 근무하던 친한 선생님이 계셨다. 선생님으로부터 갑작스러운 문자가 왔다. 아버님의 부고 소식이었다. 내가 장례식장을 찾았을 땐 아직 조문객을 맞을 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경위를 들어보니 아버지께서는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것이었다. 며칠 동안 감기를 앓으시다 병세가 조금 좋아져 산책을 나가셨고 산책을 나갔다 돌아오시는 길에 뒷동산 벤치에 앉아있다 주무시듯 돌아가셨다고 한다. 지나가는 행인이 아버지를 발견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을 이미 거두신 상태라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며 ‘70대 후반의 노인이 그렇게 세상을 하직하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한편으로 축복처럼 느껴지지만 인생을 마감할 시간도 없이 그렇게 끝을 맺었다는 것이 한편으론 남은 가족들에게는 미련을 던져주고 가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았다.
유시민 작가는 자신의 저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의식도 고통도 없이 삶을 마감하는 것이 가장 행복한 죽음은 아니다.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길을 떠날 때는 작별하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그 시간은 훌륭한 삶의 마무리이며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다.”라고 했다. 죽음은 슬픈 일이지만 어차피 한 번은 죽게 되어 있다. 삶의 시작은 우리가 준비할 수 없지만 마지막은 우리가 준비할 수 있는 영역이다.
우리가 언제 어떻게 죽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잘 죽는 것이란 자신의 마지막을 인지하고 어떻게 죽을지 깊이 생각해 자신이 원하는바 대로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아내는 뇌종양을 진단받았을 때 병을 치료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고,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이 하고픈 일을 찾아 행동에 옮겼다. 그리고 마지막이 다가오자 자신의 인생을 마무리하며 자서전을 남겼다. 아내의 삶은 남은 가족에게도 큰 힘이 되고 있다.
(이미지출처: https://ko.flitto.com/content/3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