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잘 아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친하게 지냈던 A가 어느날 연락도 없이 해외에 갔다. 그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나 돌아와 내게 이상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는 모국의 어떤 정신병원에 오랫동안 감금돼 있었는데 사실은 그가 미친 것이 아니라 우연한 행정적 착오 때문이라고 했다. 카프카를 연상시키는 아이러니한 이야기이지만 그는 그 전에도 상당히 정신 나간 이야기를 자주 했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그는 창살이 있는 병원에 갇혀 있었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당국에 호소해봤지만 외국이라서 말이 통하지 않았다. 영어를 사용해봤지만 해당 나라의 사람들은 영어를 거의 사용하지 못했고 그건 A도 마찬가지였다. 병원에 갇힌지 5일이 지나자 점점 몸이 가려워졌다. 그는 3인실에 갇혀 있었는데 들어올 때만 해도 거의 죽어가는 사람 하나와 몸을 벅벅 긁어대는 사람이 있었다. 그들은 말이 통하지 않아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고 침대에 누워만 있었다.
A는 너무 몸이 가려운 나머지 몸을 벅벅 긁어대는 사람처럼 되고 싶지는 않았지만 다리나 배를 긁기 시작했다. 외부에서는 헬프미라고 외치는 외국 사람의 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헬프미 발음은 A의 발음과는 다르게 매우 훌륭했지만 아무도 그에게 답을 주지는 않았다. A는 자신이라도 썸바디 히어라고 대답해볼까 했지만 곧바로 그 누군가가 로이어라고 외치는 소리를 듣고 아무런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곳에는 변호사도 영사관 직원도 없다. 누구도 나갈 수 없는 곳에 A는 갇혀 있었다.
너무나 몸이 가려운 나머지 잠을 잘 수 없게된 A는 도대체 여기서는 어떻게 하면 샤워를 할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의 궁금증을 풀어주려고 했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간수가 다가와 A에게 어설픈 발음의 영어로 샤와~ 샤와~ 라고 말했다. A는 잠시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하지 못하다가 그것이 샤워를 뜻하는 것임을 깨닫고 샤워! 샤워!라고 외치며 창살 가까이 다가갔다.
간수는 A에게 순서를 기다리라며 원 바이 원이라고 말했다. 간수가 다른 방에 있는 젊은 환자? 아니면 죄수?를 데리고 어딘가로 향하는 모습이 보였다. 십분쯤 지나자 조금 상쾌해진 얼굴로 그 환자는 다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컴히어. 간수가 말하며 문을 열어줬다. 그는 A에게 환자복과 타월, 동전처럼 작은 비누를 건네며 텐미닛이라고 말했다. A는 자신의 방 바로 옆에 욕실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욕실은 칸막이가 나눠져 있었다. 그 중 하나 앞에는 모래 주머니가 물을 막기 위해 쌓여 있었다. A는 그 칸으로 들어가 버튼을 누르자 처음에는 차가운 물이 나오가다 좀 있으니 뜨거운 물이 나왔다. A는 오랫동안 씼지 못했기에 우선 머리를 감기 시작했다.
머리를 오랜만에 감아본 사람은 알겠지만 머릿기름 때문에 거품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대충 비누칠을 한 A는 머리를 헹구고 다시 비누칠을 했다. 머리를 감은 다음에는 항문과 성기를 닦았다. 오랫동안 똥을 누고 나서 제대로 뒤처리를 하지 못했던 것이다. 포경 수술을 하지 않은 A의 성기에는 이른바 좆밥이라고 하는 때가 끼어있었다. 그 다음 A는 얼마 남지 않는 동전비누로 온몸을 비누칠 했다. 너무 작은 비누였기 때문에 제대로 몸을 씻기가 어려웠다.
물도 버튼을 누르고 난 다음에 15초 정도 나온 다음에 그쳤다. 계속해서 버튼을 누르며 A는 몸을 제대로 씻기 위해서 악전고투를 했다. 10분이 채 지나지 않은 시간에 A는 욕실칸을 나와 몸을 닦고 새로운 환자복으로 갈아입었다. 간수의 인도에 따라 방에 들어가니 너무 시원하고 개운해서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 후에도 가끔 간수는 A를 찾아와 샤와~ 샤와~라고 말했고 그때마다 A는 샤워를 하러 욕실로 갔다. 하지만 간수는 이상하게도 어떤 때에는 동전 비누를 주지만 어떤 때에는 동전 비누를 주지 않았다. 맹물로도 샤워를 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개운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A는 비누도 없이 욕실에 들어와 망연자실했다. 주변을 둘러보자 낮은 칸막이 위에 있는 좁은 틈에 동전 비누가 놓여져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누군가 동전비누를 놓고 간 것이다.
A는 쾌재를 부르며 동전비누로 몸을 닦았다. 그 후로 A도 간수가 동전비누를 주는 날에는 꼭 칸막이 위에 올려놓는 버릇이 생겼다. 어떤 날에는 동전비누가 대여섯개 정도 올라가 있어 문명인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했다.
A의 병실에 있던 몸을 긁던 환자와 거의 죽어가던 환자는 없어지고 대신 방글라데시 인이 새로 들어왔다. 상당히 깔끔을 떠는 그는 나히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나히는 자신은 매일 매일 샤워를 해야 한다고 엉터리 영어로 말했다. 십년 넘게 외국에 살면서 깔끔함을 유지하는 습관이 생긴 모양이었다. 나히는 마약 운반을 업으로 하다가 들어왔고 자신에게 친구가 많다고 했다.
다음번 샤워 때는 나히가 먼저 샤워를 하러 갈 때도 있고 A가 샤워를 하러갈 때도 있었다. A는 나히가 샤워를 하고 난 다음에 갈 때면 과연 그도 동전비누를 칸막이 위에 올려놓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칸막이 위에는 A가 쓰고도 남은 동전비누가 올려져 있었고 A도 이 동전비누 올려놓는 모임에 한몫을 했다.
A는 나에게 자신이 그 병원에 갇혀 있으면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인간의 따뜻함을 느꼈다며 동전비누의 중요성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했다. A는 아무래도 아직까지도 그 병원에 갇혀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