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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모니카 Jan 25. 2022

길목


그대의 발자국은 참 깊게도 파여 있습니다

작지만 깊은 그 안엔

비가 고일 때도 눈이 쌓일 때도 있었겠지요

질척이고 차가워 털어내고 싶으셨겠지요

가끔은 햇살이 담겨 있을 때를 그리워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푸른 잎 무성한 교목 한 그루

심어 놓고 싶으셨지요

그새 부러질 듯 제 맘대로 춤추는 나뭇가지에 휘둘려 계셨을 테니까요


함박꽃 아름으로 핀 적이 언제일까 싶습니다

불 꺼지면 고요한 자리 잡고 앉아

채 마르지 않은 풀향기 맡으며 그때를 생각하는 일이 그저 낙이라 하신 소리가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바람이 지나고 홀로 꽃 피웠던 지난날

유난히도 선명한 그대의 발자국이 보였습니다

외롭고 고된 길 하늘 벗 삼아 걸으셨을 그 우에

조심스레 제 발자국 하나를 더했습니다


먼저 가신 길 있어 제 갈 길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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