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을 하면서 가진 마음가짐 중에서 그래도 나 자신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는 건 딱 한 가지가 있다. 남들이 흔히들 이야기하는
영웅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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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인고 하니 무슨 일이 터지거나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할 때, 나는 굳이 먼저 나서지 않는다. 즉, 아주 나쁜 습성이지만, 매우 적극적이지 않다. 그런데 적극적으로 하게 될 때가 있다. 그것인즉슨 남이 실패했거나 적임자가 없는 프로젝트일 경우. 그럴 때에는 이상하게 그 프로젝트에 참여를 하고 싶어 진다거나 담당을 해 보고 싶어 진다. 흔히들 선배들 중에는 '네가 영웅심리가 있어서 그래...'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었는데, 딱히 틀린 말 같지도 않았다.
어쨌든 그러다 보면 가끔은 윗사람한테 적극적이지 않아서 찍히기도 하고, 어떨 때에는 적임자가 없었던 프로젝트에서 성과를 내서 좋은 인상을 남기기도 한다. 그런데 오늘 하고 싶은 말은 이 영웅심리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일을 미루는 사람과 있었던 이야기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어떤 일을 담당하던 사람이 조직을 떠나거나 불가피하게 업무를 바꾸게 되면서 그 업무를 내가 떠맡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런 일들은 비일비재하니 굳이 문제 될 것도 없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자기가 담당하는 업무가 잡무에 가깝거나 아주 번거로운 업무인 경우, 후임자를 찾으려고 혈안이 된 인간들이 있다. 그 희생양이 내가 된 적이 있다.
2014년 3월에 새로운 조직으로 전입을 했고, 그 해 5월이었다. 당시 회사에는 매주 목요일 아침 7시에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이 있었다. (당시 출근시간은 8시였으나, 목요일은 7시까지 출근해서 특강을 듣고 업무를 하는 이상한 제도가 있었다. 쭉 있었다고 하니, 불만을 가져봐야...) 그런데 그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같은 팀 사람이었고, 부서 선임 간부는 담당자가 혼자 담당을 하기 어려우니 새로 전입 온 나에게 도와 주라 했다. 아침에 일찍 출근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니 딱히 거부감도 없었고, 하는 일이라곤 새벽에 나와서 PC 세팅해서 강의안 확인하고, 강의실 뒤에 빵이랑 커피 확인하고, 강의 들어갈 때 강사에게 마이크 채워주는 정도였다.
담당자는 생각보다 부지런하지 않아서 내가 더 일찍 출근하고 세팅하는 경우가 많았고, 나보다 선임이었으니 딱히 불만도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담당자가 TF로 차출되면서 1개월 정도 자리를 비우게 되었고, 얼떨결에 특강을 담당하게 되었다. 그리고 TF에서 복귀를 해서는 이 담당자는 이상한 얘기를 선임 간부와 임원에게 하고 있었다. 내가 특강을 담당하기로 했다느니, 그러는 게 나을 것 같다느니 그런 이야기를 하고 다녔는데, 그러다 나에게 업무가 넘어왔다. 본인이 매번 강사 섭외하고 진행하는 게 어지간히도 귀찮았던 모양이다.
내가 교육 담당자 출신도 아니고,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런 일을 하기에는 어렵다고 하니 아주 선심 쓰듯 자기가 당분간은 도와주겠다고 했다. (그러고는 제대로 도와준 적은 별로...) 그리고 2년을 넘게 혼자 그 업무를 했다. 기존 담당자는 재미있게도 조직 내 동료들 사이에서는 평판이 좋지 못한 사람이고, 사실 사람들은 별로 가까이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나는 새로 전입 와서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지냈으니, 좋은 먹잇감이었을지도 모른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사람의 성향이 일을 여기저기 던져서 처리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주변에는 그 사람과 일을 하면 덤터기 쓰게 된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그래도 윗사람 입장에서 계륵 같은 존재라면 조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분명히 깨달았다.
일을 하다 보면 분명히 하기 싫은 일도 있고, 재미있는 일도 있다. 그런데 하기 싫은 일을 불가피하게 본인 대신에 다른 사람이 해야 한다면 꼭 생각해 보라. 그 사람이 그 일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건지 아닌지. 기본적인 원칙은 간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