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말하는 부정에 대하여
회사생활을 하면서 정기적으로 받는 교육들이 있다. 성희롱 예방교육이 대표적인 예인데, 회사에 따라서는 회사 시스템 사용 교육이라든지, 회사 제도에 대한 설명회를 하는 곳들도 있다. 그리고 승격을 했을 때나 매년 받는 교육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부정 예방 교육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부정 예방 교육을 함으로써 회사에서는 회사 자금에 대한 부정사용이나 갑질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교육 때 나오는 사례들을 보면 진짜 저런 일들이 있단 말이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악랄하거나 치졸한 사례들도 많이 있다.
교육 내용은 차치하고 예전에 알고 지내던 노무사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과연 내 돈을 회사 업무에 사용하는 것도 부정일까?라는 이야기였다.
업무에 사비를 사용하는 것?
언뜻 생각해보면 업무에 사비를 사용하는 게 어때서?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만약 급하게 사무용품이 필요한데 몇 천 원 하지 않기도 하고, 팀에 배정된 그 달의 예산이 다 떨어졌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일을 하는데, 그래서 회사 성과에 기여하기 위한 것인데 사비를 쓰는 게 어떠랴'하는 생각이 드는가?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아무리 선의를 가지고, 그렇게 조금씩 사비를 쓰면서 일을 하다 보면 사람 마음이라는 게 본전 생각이 나게 마련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일을 열심히 하기 위해서 사비까지 써 가면서 혼신의 힘을 다 한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렇게 열심히 일하고, 성과도 좋아서 승승장구했다. 고위 임원까지도 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더 열심히 일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승진에서 한 번 미끄러지고, 두 번 미끄러지고. 아, 이제는 올해가 마지막 해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때 협력업체에서는 뒷돈을 제안해 온다면? '내가 사비까지 털어가면서 열심히 일 했는데, 이제 회사는 날 버리려고 하다니'라는 생각과 함께 부정이 시작된다.
소설 같은가?
앞서 언급한 이야기가 지나친 비약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소설이 아니다. 사실이고, 실제로 이런 사례들이 종종 있다고 한다. 그 이유가 회사를 위해 사비까지 털어가면서 일 한 사람에게는 정리해고나 명예퇴직은 회사에 대한 배신감을 훨씬 크게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노무사는 업무에 사비를 쓰는 것도 부정이라는 말을 했다. 물론 모든 임직원을 잠재적 범죄자나 비양심적인 사람으로 간주하는 듯한 노무사의 생각도 느껴지긴 했지만...
어쨌든 듣고 보면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클수록 언젠가는 맞이할 퇴사에 느끼는 배신감이 더 크다는 것. 공감은 된다. 그래서 오늘의 결론은
회사에 올인하지 말자. 가족, 주변 사람들에게도 분산 투자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