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지혜 - 21
여러분, 스스로를 옥죄는 경험을 한 적이 있나요?
이번 주제를 시작하면서 독자들에게 먼저 질문하고 싶습니다.
스스로를 옥죈다는 표현은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본인을 더 잘 나갈 수 있도록 돕고 밀어주는 좋은 습관도 존재하는 동시에 발목을 도리어 잡고 옥죄어오는 안 좋은 습관도 있기 마련이지요.
사람들이 나 자신을 옥죄는 일이라고 하면 어떤 일들이 떠오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스스로를 옥죄는 것들-
'돈'
'일'
'말'
첫 번째, 돈으로 스스로를 옥죄는 일들은 어떤 일이 있을까요?
1. 돈이 부족해서 하고 싶은 일을 못하는 것
2. 감당할 수 있는 적정선을 넘어선 지출을 하는 것
3. 어떠한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무리하게 대출을 하는 것
위의 세 가지 항목을 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돈으로 스스로를 옥죄는 행동의 결과는 성취감 하락과 자기 효능감의 축소랑 관련이 있습니다. 요즘 레버리지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행동이 대담해지고 있습니다.
한방만을 바라보거나 좋은 상황과 꽃길이 계속 이어질 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돈이 무서운 이유는, 사람들의 성취감과 자존감의 영역을 건드리기 때문입니다.
요즘 세상은 돈을 지불해야 먹을 수 있고 이룰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의 역할이 매우 큽니다.
자본이 필수인 세상 속에서 돈이 스스로를 발목 잡게 되면 사람은 미치기 시작합니다.
저는 그 사실을 부끄럽게도 제 아버지를 통해 배웠습니다.
아버지는 그 어느 60대들처럼 열심히 일하고 대출을 하면 잘 되고 수익을 얻었던 시대에 살아오신 분입니다. 부동산 한채 두채 가지면 무조건 잘 되고 힘이 잇었던 시대를 살아오신 덕에, 자본보다 부채를 무리하게 갖고 있으셨습니다. 레버리지를 제대로 하신 분이셨죠.
레버리지를 한 덕분에 가난했던 전쟁 피난민 시절을 극복하셨고 주변사람들 보다 한때 잘 사셨던 분이었습니다. 자수성가의 모범적인 사례이시죠. 저도 어릴 땐 아버지의 사정을 잘 몰랐습니다. 가난을 느낄 틈이 없었고 아버지는 살아온 자신의 방식이 옳다 믿으셨기에 자식들에게도 레버리지를 가르쳤습니다. 아버지의 성공은 스스로에게 독이 되셨습니다.
저는 유일하게 아버지의 자식 중에 레버리지를 거부한 이례적인 이단아입니다. 저를 잘 알고 있는 주변사람들과 어머니는 반대로 저를 호평하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꾸리고 있는 사업은 경기에 아주 민감한 업종이어서 지금은 엄청난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예상했던 결과였습니다. 대출을 무리하게 해 부동산을 사들인 것은 애물단지가 되었습니다. 환금성이 좋지 않아 당장 내놓아도 사람들이 좀처럼 사질 않아요.
지금 청년들이 부동산 레버리지에 아직도 몰리고 있는데, 레버리지 하기 전에는 자금줄을 확보해야 합니다.
아버지도 더 이상 현역이 아니게 되셨습니다. 본인은 현역이라고 굳건히 믿었던 사실이 처참히 무너져 내리기 시작하고 급변하는 세상 속에 아버지는 적응하기 어려워하셨습니다. 인공지능도 어려워하시고 컴퓨터 앞에서 버벅거리시고 금세 얼굴 붉히시며 폭언을 퍼부으셨습니다. 나이 70세를 앞두고 계셨습니다.
어려움이 닥치니 아버지께서 정신이 번쩍 드셨는지 열심히 다니시던 해외여행을 관두시고(자기 계발 목적을 빙자한 해외여행이라고 떠드시는 것도 그만두셨습니다) 미친 듯이 재산을 처분하고 돈을 만들어 부채를 갚기 시작하셨습니다. 그 과정은 아주 격렬했고 사람의 밑바닥을 보게 했습니다.
아버지는 마치 악마에 씐 것 같았고 저는 엑소시스트가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실제로 존재하다고 하네요.
아버지는 눈엣가시였던 저에게 아주 심각한 날 선 말을 퍼부으셨으니까요. 저는 제 아버지를 보고 아, 돈이 사람을 스스로 옥죄는구나 느꼈습니다. 예전에도 미미하게 느꼈던 불쾌한 골짜기가 올해 아주 확실하게 와닿았습니다. 저는 제가 아버지의 교육을 받지 않은 사실에 매우 감사합니다. 저는 피가 섞이지 않은 좋은 부모님을 곁에 두었고 그분들은 저에게 뼈와 살이 되는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그 조언들이 저를 살렸습니다.
레버리지에 익숙하던 저의 형제자매도 이번에 정신을 번쩍 차리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돈 이야기는 이제 입 밖으로 뻥긋하지 않고 일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터진 사건의 규모가 큰 만큼 허덕이고 있습니다.
돈이 없는 것도 억울하지만, 돈을 많이 끌어모을 때에도 돈이 없게 되는 상황을 만들면 안 됩니다. 이 생명줄을 확보하지 못하면 돈으로 스스로를 옥죄게 됩니다.
두 번째, 일로 스스로를 옥죄는 방법은 매우 간단합니다.
보통은 돈이 스스로를 옥죄게 되면 이어서 일이 스스로를 옥죄는 단계에 이릅니다.
돈이 궁해지면 사람은 미친 듯이 일 중독에 빠지게 됩니다. 파괴적이어서 스스로 가정을 깨트리고 있다는 사실도 모를 정도로 일에 무아지경으로 빠지게 됩니다.
반대로 돈이 너무 넘치고 잘 나가게 되어도 레버리지를 하거나, 일에 폭 빠져서 건강을 해칠 때까지 갑니다. 저도 한때는 돈을 벌 때 열심히 벌어서 비축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일을 아주 열심히 했습니다.
일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배달음식을 먹는 횟수가 늘어나고 저는 점점 말라갔습니다. 예비남편은 반대로 뚱뚱해져 가 당뇨 전 단계까지 다다랐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예비남편에게 당신 인슐린 주사 처방받아야 할 수 있습니다라고 한마디를 건넨 순간 예비남편은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인슐린 치료 시작하면 다달이 월세처럼 돈이 다달이 빠져나갑니다. 100kg가 넘는 고도비만의 예비남편의 정신을 일깨우기엔 충분했습니다.
저는 1년에 300만 원을 병원비로 썼습니다. 이유 모를 통증으로 새벽 응급실에 실려가기를 반복하며 통장을 보니 아, 이렇게 살다가는 잘 나가기는커녕 암에 걸리면 내가 죽겠구나 라는 생각이 번쩍 들었습니다.
그때가 되서에 일을 어느 정도 내려놓고 자유를 얻었습니다. 예비남편은 20kg 이상 감량했습니다.
이제는 제 주변 사람이 장염으로 아프기 시작합니다. 사업을 하는 친구들입니다. 저는 이제 그 친구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 일을 줄여도 사람이 큰일 나진 않는다입니다.
잦은 배달음식은 급성장염에 자주 걸리게 하는 원흉입니다. 몸은 참 신기하게도 좋은 음식 나쁜 음식을 잘 알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말이 사람을 옥죄는 부분은 어떤 게 있을까요?
1. 입이 가벼워 말이 새어나가는 경우
2. 전하지 말아야 할 것도 잘 전하는 경우 (특히 험담을 당사자에게 전하는 사람)
3.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는 경우
입보다 혀가 매우 무섭습니다.
입이 가벼운 사람이 둘째라고 치면 제일 무거운 중죄는 2번 전하지 말아야 할 부분도 전하는 것입니다.
말은 많아봤자 좋을 게 없는 것 같습니다. 제가 느낀 바로는 말로 망하는 사람이 매우 많습니다.
그리고 말로 스스로를 옥죄는 경우도 첫출발은 돈이 스스로를 옥죄면서 말까지 본인을 옥죄기 시작할 수 있습니다.
돈이 스스로를 옥죄게 되면 건강한 사람들은 금세 극복을 하지만, 보통의 사람들은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지옥까지 내려찍습니다. 마음이 바닥 치는 과정에서 세상이 아름답게 보일리가 없습니다. 주변사람들도 기괴하고 못난 악마처럼 보이기 시작하고 가족들조차도 혐오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 가족 중에 제가 말한 것처럼 되어버린 딱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독자 분들은 이미 눈치채셨을 거라 굳이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일중독을 거치면서 말로 주변을 파괴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역 시절에는 성공과 실패를 수차례 반복하며 친구를 스스로 쫓아내고 외톨이가 되기 자처했지만 더 이상 젊은 나이가 아닌 지금은, 가족들을 무참히 파괴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부부 사이에서 충분히 나눌 수 있는 것을 어설프게 형제 자매들에게 전해서 관계를 깨트리기 시작했습니다. 아, 친구사이에서도 파괴적인 것은 가족들 사이에서도 그 위력이 대단합니다. 그걸 30년 동안 여러 번 생생히 겪으면서 말이 스스로를 옥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사회 생활 하면서 딱 비슷한 유형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때의 저는 이미 단련되어 마음이 단단했습니다. 모르고 당하는 것보다 알고 당하는 것이 훨씬 대처가 쉽습니다.
그렇기에 독자들이랑 스스로를 옥죄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생각보다 돈의 파급력은 강합니다. 돈이 옥죄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연쇄 반응이 일어날 수 있고 그게 어떻게 어느 방향으로 튀어나갈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우리는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의 시대에 살아가기 때문에 문제가 튀는 방향도 알아차리기가 그만큼 어렵습니다.
부디 스스로를 옥죄는 상황을 현명히 피하시거나,
잘 극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스스로를 옥죄면 판단력을 한순간에 잃고
소중한 것을 놓치기 쉽습니다.
한번 깨지면 회복이 더딥니다.
저는 지금도 파열음이 가져온 충격을 잘 헤쳐나가고 있고 회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