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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수레가 요란한 법- 차분한 사람들이 잘 산다

삶의 지혜 - 19

by 명형인

사람들 사이에 끼어 살다 보면 많은 사람들을 접하게 되는데, 저는 사람들을 보통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말이 많은 사람과 말이 적은 사람으로 나눌 거예요. 제가 유심히 관찰해 보니 사람들이 말을 많이 하냐 적게 하냐에 따라 바라보는 풍경이 달라집니다.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그림 작업할 때 주변을 감상하기도 하는데요. 시끌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리면 사람 두 명 중 한 명이 말을 하거나, 둘 다 말을 서로 하는 경우가 많아요.


둘 다 말이 없는 사람들이면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지 않겠죠? 그리고 서로 불편한 것도 끌어당기는 것 없이 평온할 겁니다. 제가 보기에는 평온함이 사과 껍질에 둘러싸인 단단한 펙틴 덩어리처럼 보입니다. 겉은 반질반질해 보여도 안에 벌레가 있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진정한 차분함은 무엇일까?


이 생각이 들더라고요.


조용한 사람과 시끄러운 사람들은 만나보았는데 차분한 사람들은 꼭꼭 숨어있습니다.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아 유심히 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쉬워요.


그래서 생각난 말이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입니다.

빈 수레가 왜 요란할까 생각해 보니, 텅텅 비어 있고 가벼운 수레는 빠르게 끌고 달리다 보면 오히려 덜컹덜컹거리고 돌부리에 걸릴 때마다 위로 붕 뜹니다.


운전하기에도 참 어려워요.


그럴 때 사람들은 수레에 짐을 날라서 무게를 좀 더 키웁니다. 무게감이 있으면 오히려 차분히 잘 안착되어 길을 달려갈 때에도 길과 한 몸이 된 듯 잘 끌려갑니다.


차분함이라는 건 그 사람 속에 무게감이 있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속 깊은 사람들은 그 무게를 어떻게 헤아리나 - 그래서 존재감이 더욱이 드러나지 않음에도 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을 거라 믿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잘 살고 있는 사람들은 삶을 차분하게 살아갑니다.


덜컥 그들의 수레가 큰 돌부리를 만나 넘치고 흘러내리고 공중으로 잠깐 튈 수 있습니다.

강한 충격도 잠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다시 무게중심을 잡고 갈 길을 걸어갑니다.


저는 그들의 차분함을 보고 배워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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