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클로드
날이 갈수록 두꺼워지는 파운데이션
수십 번의 봄과 가을이 지나며
내 얼굴은 점점 보이지 않고
가면만이 세상을 마주한다
처음엔 가벼운 파우더 한 겹
사회라는 무대를 위한 예의였지
이제는 두꺼운 컨실러 여러 층
숨 쉴 틈 없이 내 본연의 주름을 감춘다
매일 아침 거울 앞에서
또 하나의 나를 완성하는 의식
웃음 한 번에 금이 갈까 두려워
표정의 자유마저 잃어간다
화장독이 스며든다
피부 속 깊은 곳까지
진짜 나를 찾기 위해선
가끔은 모든 것을 지워야 한다
밤이 되어 홀로 남겨진 욕실에서
차가운 물로 씻어내는 하루의 가면들
맨얼굴로 거울을 바라볼 때
잠시나마 숨 쉴 수 있는 나를 만난다
내일도 또 다시 화장을 할 테지만
오늘 밤만큼은 피부에게 쉼을 허락하자
진짜 나와 마주하는 시간
이것이 영혼의 숨통을 트이게 하는 순간
* "한두 글자 사전"은 아빠가 주로 쓰고 엄마와 딸이 거들고 딸이 편집하여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