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산이 와 전화를 했다. 거산이 도 나처럼 해외 나와서 어학연수와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돈을 모았고, 대학에 갈 수 있는 어학 능력을 갖춘 후 늦은 나이에 대학에 들어가 졸업 후에 어렵게 취직하여 지내고 있다. 이 친구와는 고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냈다. 같은 반이 되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친구의 친구를 통해서 친하게 지냈고, 같은 날 군대에 들어갔으면 별 탈 없이 같은 날 제대하고 열심히 돈을 모아 같이 여행도 다녔다.
아마 내가 자전거에 올라탔던 해에 거산이는 일본으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났고, 그 이후로 쭉 거기에서 지낸다. 가끔 거산이는 술에 취해 나에게 전화해서 일본으로 가기 전 같이 여행했던 곳들을 이야기하고 군대에 같이 들어간 일 군대 가기 전에 재밌게 놀았던 20대 초반 이야기를 한다. 매번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면서.
오랜만에 거산이에게 전화가 왔다. 웬일인지 술을 마시지 않고 제정신이다. 제정신으로 전화한 거산이에게 나도 놀랐다. 정말 우리는 2016년 이후로 단 한 번도 같이 만나지 못했고 항상 영상 통화를 통해 만났다. 그런 거산 이를 이번 한국에 들어가게 되면 볼 수 있을 것 같다. 거산이 와 한국에서 만날 이야기를 하면서 거산이는 “우리가 1년에 한 번씩만 본다고 하면 20번이면 20년이야. 그러면 우리는 벌써 50이야”라고 말을 했다. 그 말이 장난처럼 들리지도 않았고 장난도 아닌 진짜 현실이었다. 그래서 날 더 속상하게 만든다.
생각해보니 많이 잃고 있었고 잃고 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