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좌충우돌 초임교사
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면서 경험할 수 있는 당황스러운 일은 도난 사고가 발생하는 거예요. 다행히도 저는 미리 예방 주사를 맞아서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어요. 비결은 마지막에 밝히도록 할게요. 다만 제 주변에 있었던 사건을 중심으로 얼마나 난처한 상황이 벌어지는지 알려드릴까 해요. 신규교사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에요.
비록 제 이야기는 아니지만, 저랑 친한 선생님의 이야기가 아마도 큰 도움이 되리라 믿어요. 그 선생님은 공립학교에서 근무하며 신규 2년 차에 바로 담임교사가 되었어요. 역시 공립학교는 신규 선생님들에게 담임교사를 바로 시키는 경향이 있죠. 근무했던 학교는 특성화고등학교였는데, 하루도 사고 없이 지나가는 날이 없었다고 해요.
왕따 사건, 정신과 치료받는 아이의 자살 소동으로 경찰서에 간 사건 등 어마 무시한 일들이 있어요. 어찌 보면 이 책을 써야 할 주인공일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대신 이야기를 전해볼게요. 꼭지 제목처럼 ‘범죄는 적발보다 예방이 진리’인 이유를 하나씩 말씀드릴까 합니다.
학교마다 다르지만, 핸드폰을 걷었다가 다시 하교할 때 돌려주는 학교가 있어요. 지인 선생님이 근무했던 학교도 그런 시스템이었다고 해요. 도난을 방지하고자 매번 무거운 핸드폰이 들어 있는 가방을 종례할 때마다 교실로 직접 들고 갔는데, 딱 하루! 다른 선생님과 급한 회의를 하느라 반장에게 맡겼데요. 역시 사고는 루틴을 깰 때 발생하죠.
회의를 끝내고 교실로 갔더니 한 아이가 씩씩거리고 있더래요.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자기 핸드폰이 사라졌다고 난리를 치더래요. 핸드폰 수거 가방에 잘 있던 핸드폰이 어디 갔겠냐 잘 찾아보라고 하고 교실을 살폈다고 해요. 근데 아무리 찾아봐도 핸드폰이 나오질 않았데요. 결국 그렇게 핸드폰 분실 사고가 발생했지요.
학년 부장님께 말하고, 학생부에도 보고해서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동의를 구하고 소지품 검사를 했다고 해요. 그런데 정말 핸드폰은 나오지 않았어요.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지요. 반장이 핸드폰 수거 가방을 교무실에서 교실에 들고 와서 나누어 줄 때 바로 들어왔는데 핸드폰이 사라진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죠. 마술을 부린다면 모를까.
학급 아이들과 논의 끝에 분실 책임이 있는 담임교사와 반장이 반반 나눠서 핸드폰을 사주기로 했데요. 스마트폰이라서 각각 40만 원씩 내야 했다고 하네요. 물론 반장의 반발이 컸지만, 부모님과 상의해서 그렇게 최종 결정을 내렸어요. 사실 그 선생님은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없어서 어찌할 수 없었다고 해요.
참고로 핸드폰 잃어버린 학생은 반장이 매우 싫어하는 학생이었데요. 평소에 상담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서로 사이가 안 좋았다고 해요. 그래서 추측이긴 하지만, 핸드폰 가방을 교실로 들고 가는 도중에 자기가 싫어하는 친구의 핸드폰을 어딘가 숨겨두고 돌려주지 않은 게 아닌가 싶다고 해요. 하지만 물증이 없으니 끝까지 잡아낼 수 없었죠.
그렇게 신규교사 2년 차에 큰 홍역을 치르고 강한 마음을 먹기로 했데요. 다음과 같이 학급 학생들에게 선포한 것이죠. “금일부터 물건이 분실되면 모두 본인 책임입니다! 귀중품이 있으면 선생님이 맡아 줄 테니 교무실에 와서 꼭 맡기고 가세요!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분실 시 본인 책임! 알겠죠?” 정말 다행히도 그 이후에는 분실로 학급에서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해요.
이 사건을 자세히 들었던 저로서는 담임교사가 되었을 때 첫날부터 학생들에게 학급 규칙으로 선포했어요. 귀중품이나 개인 물건 분실 시 우리 반은 본인 책임으로 하겠다고요. 사물함을 꼭 잠그고, 귀중품이 있으면 저한테 꼭 맡기라고 했죠. 언제든 맡아줄 의향이 있으니 그렇게 하라고요. 그 뒤로 4년간 연속으로 담임교사를 했는데 이 규칙은 제대로 통했어요.
다른 여러 반에서는 분실 사건이 연속으로 일어나서 학교 차원에서 조치 취할 때 우리 반은 매우 조용히 지나갈 수 있었답니다. 그때 도벽이 있었던 한 학생이 여러 반에 있던 귀중품과 돈을 털어가면서 난리가 났었거든요. 우리 반 아이들은 사물함을 잘 잠그고 다녔고, 액수가 큰 경우엔 저한테 맡겼어요. 저는 이중 시건장치 책상 서랍에 잘 보관해주었죠.
결국 꼬리가 길었던 도벽 학생은 붙잡혔고, 스스로 다른 학교로 전학 가면서 연쇄 도난 사건은 일단락 되었답니다. 그런데 한 개만 물증이 있어서 그것만 보상하고 나머지는 물증이 없어서 다른 학생들은 보상을 받을 수 없었다고 해요. 사실 우리 학교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에 근무할 때도 여러 도난 사건이 있어서 소지품 검사하고 난리가 아니었어요. 하지만 기가 막히게도 훔친 학생은 그 물건을 들키지 않게 숨겨둬서 사건 해결이 되지 않은 채 마무리가 되었던 기억이 나요.
학교에서 도난 사건은 정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 중 하나라 생각해요. 그러니 신규교사로서 신중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담임교사가 아니더라도 이동 수업 시간에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죠. 범죄는 적발보다 예방이라는 말이 정말 옳다고 생각하기에 치트키를 드리고 싶어요. 학생들과 만나는 첫 시간에 꼭 분실에 대해서 규칙을 정하라고 말이죠. 치사해 보일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큰 도움이 되는 방법이기에 공유해봅니다.
‘엎질러진 물은 두 번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는 말 기억하시죠? 가장 중요한 건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예방하는 게 최선입니다. 도난 사건뿐만 아니라, 왕따 사건, 학교 폭력 사건, 시험 부정행위 등 미리 여러 장치를 마련해서 예방할 방법을 찾는 게 좋아요. 실제 평가 관련 연수할 때마다 시험 감독을 설 때는 적발이 아니라 부정행위를 하지 않도록 순회하면서 예방 조치에 힘써달라고 하거든요.
학교도 사람이 살아가는 곳이라 다를 게 없거든요. 우리가 세심하게 신경 쓰고 지켜보면 분명 예방의 힘을 기를 수 있을 거예요. 추정이기는 하지만 핸드폰 분실 사건도 결국에는 교우 관계에서 시작된 게 아닌가 싶어요. 다른 것도 대부분 ‘관계’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기에 이 부분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렇다고 너무 걱정만 앞서지 마시길 바랍니다. 주변에 도와줄 선배 동료 선생님들이 계시니 고민이 있으면 털어놓고 꼭 조언을 구하세요. 현명한 답을 분명 주실 거라고 믿어요. 이 책의 사례들도 조금이나마 신규 선생님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전하는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