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교사! 나만의 무대를 세워라
4. 교사! 나만의 무대를 세워라
2021년 2월 22일 첫 책이 출간되고 나서 ‘과연 내가 강연을 하는 날이 올까?’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신기하게도 두 달 후에 한 지역의 도서관에서 공부 관련해서 강연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설마 했던 일이 현실로 이뤄지니 꿈만 같더라고요. 제 첫 작품인 《공부하느라 수고했어, 오늘도》는 공부로 인해 상처받는 아이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에세이 형식의 책이라서 설마 강연이 들어올까 내심 의구심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책이 나오고 2월 내내 여러 인플루언서 채널에 출연하면서 공부 관련 라이브 방송 인터뷰를 계속하며 노출했지요. 아마도 저는 그 덕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출판사에서 강연 주제를 올려두는 사이트가 있는데, 첫 강연은 거기에서 연락이 와서 진행된 경우였습니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라서 아쉽게도 온라인 강연이었지만, 설레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원래 첫 경험이라는 게 가장 설레기 때문이죠. 첫 출간에 첫 강연이라니 감정에도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는 것만 같았습니다. 앞으로 더 자주 강연이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첫 강연비치고는 제게는 많은 돈이라서 신기한 경험이기도 했습니다.
학교에서 받는 월급 말고 생길 수 있는 수입이라고는 방과 후 수업뿐이었던 제게는 놀라운 일이었죠. 게다가 교사가 아니라 작가로서 받는 강사비라서 더욱 의미가 있었습니다. 사실 교사로서 공공기관에서 강의를 하면 강연비도 제한이 있기 때문이에요. 나중에 바뀔 수도 있겠지만, 교사는 첫 1시간에 13만 원, 다음 1시간은 6만 원, 마지막 1시간 6만 원 해서 만일 3시간 강의를 하면 25만 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보통 2시간 정도 강연하는 경우가 많지요. (참고로 교사는 청탁 금지법에 의거하여 모든 경비 포함 강연비로 받을 수 있는 돈은 최대 1시간 100만 원, 1일 150만 원입니다.)
물론 강연 자료를 원고비로 책정하여 챙겨주는 곳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타 소득 세금 8.8%를 떼고 나면 20~30만 원 정도 받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하지만 첫 강연에서는 거의 두배 가깝게 받았답니다. 그리고 또 다른 공공기관에서 강연 요청이 들어와서 많지는 않지만 여러 건 강연을 하게 되었어요. 온라인 강연의 경우 200명이 넘으면 강연비를 2배로 받을 수 있어서 계속해서 괜찮은 강사비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신감을 넘어서 약간의 자만심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2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한 학교에서 진로 담당 선생님께서 강연 의뢰를 해주셨습니다. 일단 먼 거리에 있으니 저는 좀 망설여졌습니다. 만일에 2시간 정도 이동해야 하는 거리라면 2시간 강연이 아니라 왕복 4시간 이동 시간을 포함하여 6시간 이상 시간을 투자할 수도 있습니다. 효율이 매우 떨어지죠. 그런데 강사비는 최소한으로 받게 되니 갈등이 생겼던 것이죠. 매우 거만한 태도였죠. 지금은 가끔씩 그때를 생각하며 이불 킥을 하곤 합니다.
왜냐하면 제가 그동안 다른 곳에서 받던 만큼 강연비를 요청했기 때문이죠. 이래서 초심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좋은 일로 시작했는데, 제 가치를 인정받으니 낮추기가 싫었던 것이었죠. 그래도 다행히 담당자께서는 제 요청을 최대한 맞춰보겠다고 하셔서 일단 성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강연 몇 주를 앞두고 갑자기 연락이 왔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강연비를 맞추려면 강연을 들으러 올 사람을 더 모집해야 하는데 그 일이 쉽지 않아 취소해야 할 같다고 했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 연락드린다고 말하고 끊으셨는데, 느낌상 다시는 연락이 오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저는 그 일을 겪으며 순간 깨달음이 왔습니다. 강연이 취소가 될 수도 있다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죠. 그리고 학교와 같은 공공기관에서는 강연비를 받는 건 역시 한계가 있다는 걸 알았어요. 봉사의 마음을 갖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라는 걸 다시금 깨달았죠.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불러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사실 그 후로 그리 많이 강연이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어찌 보면 제가 너무 욕심을 부려서 벌을 받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작가로서 글 쓰기는 멈추지 않았지요. 2021년 2월에 첫 책이 나오고, 10월에 공저지만 《초중고 영어공부 로드맵》이라는 두 번째 책이 나왔어요. 이어서 12월에 《1등급 공부법》이라는 책이 연속으로 나오게 됩니다.
하지만 두 번째와 세 번째 책은 제가 강연으로 하기에 좋은 주제는 아니었나 봅니다. 의외로 강연 요청이 별로 없었거든요. 그런데 또 2022년 4월에 《공부 잘하는 아이는 이런 습관이 있습니다》라는 네 번째 책이 나오면서 사막에 오아시스 혹은 단비 같은 강연 요청이 쇄도하기 시작했어요. 아무래도 수요가 많은 주제였나 봅니다.
또한 《1등급 공부법》 책이 3쇄를 찍고 베스트셀러로서 순항하면서 공부 관련 주제로도 계속해서 강연 요청이 들어왔어요. 역시 사람은 꾸준하게 한 우물을 파면 물을 맛볼 수 있나 봅니다. 2022년 1학기 때는 강연 장맛비라고 해도 무관할 정도로 많은 강연을 진행했어요. 심지어 한 번은 영어 관련 주제로도 대한민국 대표 대기업 중 한 군데에서 의뢰가 들어와 매우 좋은 조건의 강연비를 받으며 신나게 강연을 할 수도 있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경기 북부의 한 지역 학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기존에 왔던 지역은 아니었지만 역시나 2시간이나 차로 이동해야 갈 수 있는 지역이었어요. 역시나 저는 고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6시간 이상 시간을 투자하여 과연 강연을 가는 게 맞는지 계속 생각했습니다. 그 순간 트라우마처럼 스치듯 작년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강연을 요청해주시는 선생님의 문자를 읽으며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경기 북부는 경기 남부보다 교육의 기회가 적은 게 사실입니다. 어려운 부탁을 드리는 걸 알면서도 정말 선생님을 모신다면 아이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 온 힘을 다해 강연 요청을 드립니다. 꼭 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제가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이유는 학교 안에서 뿐만 아니라 더 넓은 세상에 내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 혹은 학부모님들께 다가가는 것이었죠. 그런데 잠시 그 초심을 잃고 살아왔던 것이었습니다. 물론 6시간 이상을 투자하여 강연을 다녀온 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학교에 허락을 구해야 하고, 두 번째는 제 가족에게도 양해를 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문자를 읽고 바로 선생님께 전화드렸습니다. 강연 꼭 가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번에는 작년의 실수를 만회하고 싶었기 때문이죠. 그렇게 날짜와 시간 약속을 잡았습니다. 하지만 항상 일은 쉽게 흘러가지 않는 법! 갑자기 학교 행사 일정이 바뀌면서 그날 강연과 겹치게 되었습니다.
하필이면 1박 2일 학생회 수련회 일정이 그날로 된 것이죠. 학교에서 행사를 진행하고 밤에 근무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한 달 전에 미리 정한 날짜를 바꾸기에는 너무 늦어버렸습니다. 어쩔 수 없이 제가 근무하는 학교에 양해를 구하고, 저녁에라도 합류하기로 했습니다.
갈 때는 다행히 많이 막히지 않아서 1시간 30분 정도 걸렸는데, 돌아올 때는 금요일 저녁이라 3시간 가까이 걸렸습니다. 저녁도 제대로 못 먹고 바로 수련회에 투입되어 아이들 관리하고 밤을 지새우며 순찰을 돌았습니다. 비록 몸은 부서질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다만 강연은 아직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막상 강연에 갔을 때 아이들의 반응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죠. 아마도 드문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해서였던 것 같습니다. 역시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그 감정에 여운이 남아서 강연 후기를 소셜미디어에 올렸습니다. 그 글을 봤는데 이후에 기차 타고 가야만 하는 먼 지방에서 갑자기 강연 요청이 들어오더군요. 심지어 6개월이나 남았는데 미리 강연 약속을 잡아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강연비보다 더 중요한 건 정말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마음이라는 것이구나 말이죠. 오히려 좋은 마음을 쓰면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예요.
진로탐색, 공부법, 공부습관, 독서와 문해력, 공부 감정, 청소년 스타트업, 수능 영어, 영어공부, 신규교사, 학교생활, 책 쓰기 등 10권 가까이 되는 책을 쓰면서 제가 할 수 있는 강연 주제도 함께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제는 감히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강연! 언제든 불러주시면 어디든 달려가겠습니다”라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