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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N잡러가 되었네

4. 교사! 나만의 무대를 세워라

by 신영환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의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38.5%는 본업 외 부업을 가진 N잡러라고 합니다. 그런데 공무원 혹은 사립 교원인 교사에게 N잡러가 웬 말이냐 하실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선생님 중에도 N잡러가 은근히 많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물론 성격은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겸직 활동에 제한이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현실적으로 볼 때, 경제적인 관점에서 볼 때 교사들의 미래는 조금 어두운 것 같아요. 연금제도의 개편으로 저를 포함하여 경력이 많지 않은 선생님들은 노후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죠. 게다가 교사라는 직업은 봉사직이라서 연봉이 높지도 않습니다. 최근에 CPA에 합격한 졸업생을 만났는데, 그 친구 초봉이 제 연봉보다 높더라고요. 저는 12년 차 교사지만, 군대랑 대학원 기간까지 합치면 호봉이 15년 차 이상인데도 현실은 그랬습니다.


물론 정년이 만 62세까지니까 더 오래 일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대부분 사기업에서는 50대 이후에 퇴직하는 사례가 많으니까요. 안정성이냐 경제성이냐 선택의 문제지만 아무튼 누구든 노후를 위해서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두 아이의 출산 이후로 외벌이로 살아가다 보니 경제적인 위기를 느꼈답니다. 개인의 자기 계발과 경제적 여유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일을 찾을 수밖에 없더군요.


그런데 제가 조사한 바로는 교사가 합법적으로 가능한 겸직은 ‘출강출강’뿐이었습니다. 이게 무슨 약자냐고요? ‘출제, 강의, 출판, 강연’의 약자입니다. 우선 출제의 경우에는 겸직이나 외부 강의 신고 없이도 공식적으로 활동할 수 있지요. 물론 학교장의 결재가 있어야 합니다. 강의는 EBS, 대학 출강, 강남구청 인터넷 방송과 같은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기관의 강사로 활동하는 경우에 겸직 신고를 하면 활동할 수 있지요. 출판의 자유는 모든 국민에게 있기에 따로 신고의 의무가 없습니다. 다만 강연은 공공기관은 신고할 필요가 없지만, 사기업 강연의 경우에는 외부 강의 신고를 꼭 해야 합니다.


일단 여기까지는 제가 조사한 공식적으로 가능한 활동을 말씀드린 거라서 그 외에도 분명히 더 있을 수 있습니다. 사기업이라고 해도 교육적 목적이 있고, 지속성이 있는 경우라면 겸직 신고 후에 활동 가능하기도 하기 때문이죠. 미디어 시대에 도래하여 교사 유튜브 활동도 활발해져서 최근에 규정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취미 활동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수익이 나는 경우에는 직무 관련 주제로 운영해야 하고 겸직 신고도 필수입니다.


제가 이렇게 자세히 말씀드릴 수 있는 이유는 저도 신규교사를 벗어나 조금씩 제 전문 분야를 찾아가며 성장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이에요. 나이가 들면 매너리즘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선배교사들을 보며 나는 절대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거든요. 그러려면 자기 계발을 철저히 하고 학교 밖에서도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그게 어찌 보면 현재 제가 하고 있는 모든 일의 시작이었다고 할 수 있죠.


저는 우선 출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다가 한 가지 더 눈을 돌린 게 있다면 EBS 강사에 지원하는 거였어요. 몇 년간 계속 지원했지만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습니다. 그래서 혼자서라도 좋은 일을 해보자는 의미에서 9년 차 교사가 되었을 때 유튜브를 시작했어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맨땅에 헤딩하듯이 시작했지요. 영포자를 줄이고, 영어를 사람들이 더 좋아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영어멘토링TV’ 채널을 개설하고 영어 전문가들을 인터뷰하러 다녔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그럴 수 있었나 싶은데 무식이 용감이라고 앞뒤 따지지 않고 무조건 돌격모드였습니다. 지금은 조금 아쉬움이 들기도 해요. 조금은 준비하고 시작했어야 했는데 마음만 앞선 것 같아서요. 그 후로는 대학입시나 진로 관련 활동으로 전환하여 채널을 가볍게 운영하고 있어요. 물론 수익 구조는 아니라서 사회에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활동하고 있답니다.


물론 이것도 고3 담임을 하면서 한국에 직업 1만 1천 개 중에 100개도 모르는 내가 지도하는 것에 대한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실시간 라이브 방송 인터뷰하며 진로를 찾아가는 프로그램을 기획했죠. ‘진로를 찾아서’라는 콘셉트로 1년 간 20명 정도 인터뷰하였고, 지금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유지할 정도로만 계속 운영하고 있답니다. 가능하다면 10년 이상 계속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출제위원, EBS 강사에 도전했으니 이제 남은 건 출판과 강연이었어요. 그런데 두 요소는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책이 나오면 작가로서 강연 의뢰가 들어오기 때문이죠. 제가 책을 쓰게 된 이유는 다름 아닌 아이들의 진로 설정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어요. 중학교 때까지 공부 잘하던 아이들도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무너지는 모습을 많이 봤거든요. 특히 대학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인생은 대학이 전부가 아니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어요.


저도 비록 명문고등학교를 나왔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서 무너져 인생이 끝이라 생각했던 사람이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지나고 보니 대학이 인생 전부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이 더 실패한 인생으로 살아가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죠. 그래서 더 열심히 살면서 아이들에게 그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답니다.


하지만 학교에서 아무리 외쳐도 제 이야기를 들을 사람은 한정되어 있다 보니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책 쓰기에도 실패를 했지요. 분량은 채웠지만, 출간으로 이어질 정도의 수준은 아니었거든요. 무엇이 부족한지 연구한 결과 독서도 하지 않던 사람이 책을 썼다는 게 말도 안 되는 일이었어요. 그래서 그때부터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중간에 둘째 출산으로 중단되기는 했지만 아무튼 1년 동안 약 120권의 책을 읽게 되었을 때 첫 책 원고를 써냈죠. 다행히도 출간으로 바로 이어졌고, 그 후로는 작가로서의 삶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세 번째 책이 나오니 잘 안 들어오던 강연도 슬슬 의뢰가 들어오기 시작했지요. 특히 네 번째 책이 나왔는데, 강연하기 좋은 주제인 ‘공부 습관’이어서 더 많이 강연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도 교사라는 직업으로 인해 현실을 체감합니다. 공공기관은 강사 직급 별로 강사비가 다르게 책정되기 때문이죠. 교사는 거의 기본 강사비를 받게 됩니다. 이번 꼭지는 N잡러 관련 주제니까 강연 관련한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꼭지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저는 ‘출강출강’ 4가지 경우의 수 중에 3가지를 경험하게 되었지요. 물론 이 외에도 다른 활동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교육청이나 교육부 등 공공 기관에서의 활동도 합법적이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그런데 직업적으로 이름을 붙이기가 어렵기에 이 내용에 대해서도 다른 꼭지에서 따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아무튼 제가 그동안 교사로서 뿐만 아니라 학교 밖에서 해온 활동을 정리해보니 다음과 같습니다. 한번 살펴봐주세요.


1. 외고에서 근무하는 12년 차 영어교사

2. 영어 출제 위원 및 검토위원 (여러 공공 기관)

3. 작가 (1년간 단행본 4권 출간, 2년간 7권 원고 완성, 2년 6개월 10권 원고 완성 예정)

4. 교재 집필자 (중, 고등 영어 교재 5권 집필)

5. 강연자 (온, 오프라인 다양한 주제 강연 및 강의)

6. 교육 크리에이터 (진로 진학을 위한 영어멘토링TV 유튜브 채널 운영)


보시면 알겠지만, 돈이 목적이 아니라 교육적 전문성을 길러서 세상에 조금이라도 공헌하고자 하는 일들이 대부분입니다. 물론 약간의 경제적인 도움도 되는 활동이죠. 덕분에 외벌이라도 하더라도 다행히 버틸 수 있는 수준이 되었지요. 물론 앞으로는 더 희망적인 미래가 다가올 것 같은 생각도 듭니다. 물론 그만큼 저는 남들보다 쉬지 않고 열심히 살고 있기 때문이에요.


물론 자기가 추구하는 가치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주변에 보면 워라밸을 매우 중요시하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저는 가족의 생존 문제가 달려있으니 그렇게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일을 더 찾아보았고, 다행히 영상 쪽 보다는 글 쓰기 쪽이 제 적성과 더 맞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적성을 찾고 큰 흥미를 느끼니까 촉발제가 되어 작가라는 활동을 중심으로 다양한 활동으로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두 가지 의견을 드리고 싶습니다. 학교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되고 내가 무언가 발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나만의 전문성 분야를 찾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적성을 찾게 되면 더욱 정진하여 전문성을 갈고닦아 세상에 조금이라도 더 기여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꼭 많은 사람들에게 아니더라도 가까운 주변에라도 여러분의 전문성을 공유해주세요. 저는 이런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선생님들이 더 많이 있어야 주변 사람들도 함께 성장하고, 덕분에 아이들도 함께 자라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아! 경제적으로 엄청난 부를 얻지는 못할 지라도 분명 머무를 때보다는 경제적으로 여유를 누리실 수도 있을 거예요. 보람된 일을 하면서 추가로 얻는 수입은 더 가치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선생님들도 꼭 그 경험을 하시고, 제가 느끼는 감정을 꼭 똑같이 느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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