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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에게 다 사랑받을 수는 없잖아

3. 알고 보면 교사도 사람입니다

by 신영환

왜 세상에는 다양성이라는 게 있을까요? 만일 모든 것이 다 똑같다면 오히려 세상은 질서가 무너지기 때문이지요. 우스갯소리로 사람의 욕심을 부, 권력, 명예 등으로 나눈다고도 해요. 그런데 사람마다 추구하는 가치가 다 다르다고 하지요. 게다가 사람 성격이나 성향도 얼마나 다른데요. 같은 집에서 함께 동고동락하는 가족 간에서 잘 맞지 않아서 불편한 동거를 하고 있지는 않나요? 어딜 가든 분명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게 요지입니다.


여러분은 교사로서 가장 큰 행복은 무엇인가요? 저는 제가 아꼈던 제자들이 졸업 후에도 보고 싶다고, 만나고 싶다고 연락이 와서 얼굴 보며 살아가는 이야기 나누는 게 가장 큰 행복이에요. 제가 진심을 다해 아이들에게 했던 말과 행동을 긍정적으로 봐주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신규교사 때는 아직 경험이 부족하고 서툴러서 아이들에게 큰 만족감을 주기가 어려울 수도 있어요.


저도 4년 차 교사가 되었을 때 이미 자신감이 있었지만, 엄청난 일을 겪었답니다. 3학년만 계속 가르치다가 2학년도 가르치게 되어서 아직 시험 난이도에 대한 감이 부족했어요. 그래서 1학기 1차 지필평가를 조금 쉽게 냈더니 100점이 엄청 많이 나온 것이죠. 등급을 변별해야 하는 데 그렇지 못하니 발등에 불이 떨어졌죠. 실제 어떤 선생님은 1등급이 안 나오게 해서 경위서를 쓰기도 했답니다. 그래서 저는 2차 지필평가 때 심기일전했지요.


그동안 알고 있던 모든 평가 유형을 기반으로 시험 문제를 엄청 어렵게 냈어요. 전교생이 아니라 영어과 100명 정도에서 4명만 1등급을 받을 수 있었기에 정말 위기였죠. 잘못하면 2등급도 없어질 수도 있었답니다. 그러면 경위서로 끝나는 게 아니라 아마 학부모 민원이 거세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봅니다. 다행히도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2차 지필평가에서 제대로 변별을 해버렸기 때문이죠.


대신에 후폭풍이 대단했습니다. 교사는 매년 10월~11월에 교원능력 평가라는 시스템 아래 평가를 받습니다. 1년 동안 수업에 대한 평가, 학급 운영에 대한 평가 등을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받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 평가에는 좋은 점과 아쉬운 점으로 서술형 평가를 받게 됩니다. 좋은 점을 읽을 때는 기분이 좋아졌다가, 아쉬운 점을 읽을 때는 내가 무엇이 부족한지 확인하게 되죠. 물론 가끔은 기분이 안 좋기도 해요. 감정적으로 작성한 결과를 받을 때가 그렇죠.


그런데 그해는 정말 교원능력 평가를 눌러보기가 싫었습니다. 분명 아이들의 원성이 컸을 거라 예상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생각보다 그 결과는 더 대단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제가 수업을 정말 열심히 준비하고,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고 노력했기에 100% 만족은 시키지 못해도 누군가는 인정해줄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래서 서술형 평가에서 좋은 점 부분을 읽기 시작했는데, 첫 평가에서부터 장문의 글이 올라와 있었고, 좋은 점이 아니라 충격적인 문장이 적혀있었습니다. 아마도 그 학생의 노림수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야! 너 때문에 내 인생 망쳤잖아! 어떻게 책임질래? 내 인생, 내 대학 어떻게 하라고?”라는 문장으로 시작했는데, 교사 인생 최대 위기라고 할 만큼 충격적이라 아직도 기억하고 있네요. 그 평가문 이후로는 도저히 읽어볼 용기가 없어서 더 이상 읽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몇 명 더 비슷하게 쓰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다수는 아니고 극소수였지만, 그런 평가를 받은 이후 수업을 하려니 감정이 흔들리더라고요.


항상 긍정적으로 밝게 수업을 진행하려고 노력하는데 기운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냥 준비한 것만 열심히 전달하고 아이들과 소통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한 달을 보내고 12월이 지나 그 학생들은 3학년으로 진급했습니다. 그런데 또 일주일에 1시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저는 거의 항상 학년을 걸쳐서 수업했기 때문이죠. 생각해보니 지금 이 학교에서 근무하면서 8년 동안 단 한 번도 3학년 수업을 안 한 적이 없었네요.


기운은 없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1년을 보냈고, 같은 학생들에게 교원 평가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또 좋은 점 첫 번째 평가에 장문의 편지가 적혀있더군요. 왠지 작년에 썼던 친구 같았습니다. 사과 편지였습니다.


“선생님 작년에 제가 시험을 너무 망쳐서 너무 감정적으로 선생님께도 상처를 드린 것 같아 이 자리를 빌려 사과드립니다. 올해 3학년에 올라와서 보니 작년에 선생님께서 얼마나 수업에 열정을 가지고 저희에게 하나라도 더 주시려고 노력했는지 이제야 깨닫고 후회합니다. 혹시라도 아직도 마음의 상처가 있다면, 이 글을 읽고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해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연속 2년으로 같은 집단에게 평가를 받는 일은 어려운 일입니다. 한번 평가를 받으면 그 내용이 생각나서 그대로 이어질까 두렵기 때문이죠. 다행히도 저는 묵묵하게 제가 할 일을 했고, 비록 상처는 받았지만 웃어넘기려고 노력했지요. 그런 평가를 했다고 하더라도 저는 원래 제 모습 그대로 수업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랬더니 다시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 후로도 시험이 조금 어려우면 아이들이 원망을 하는 눈빛을 보내거나 하소연을 하곤 했습니다. 어쩔 수 없지요. 학생들에게는 지금으로서 성적이 인생의 전부니까요.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좋은 성적이 필요한데 그걸 방해한 사람이 교사가 되니까 원망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시험 이야기를 했지만, 아이들은 냉정하게 수업에 대한 평가도 합니다.


한 선생님께서 제게 말했어요. 교원 능력 평가에 이렇게 쓰여 있었다고요. “신영환 선생님께서 어떻게 수업하시는지 한번 보시고, 수업 연구 좀 더해주세요.” 그래서 그 선생님은 제게 조언을 구하러 오셨습니다. 물론 저도 부족하지만, 제가 아는 선에서 조금이라도 조언드리려고 노력했지요. 그런데 어떤 학생은 반대로 그 선생님 이름을 언급하며 저에게 수업 열정을 조금 줄여달라고 하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랜 시간 경험한 끝에 내린 결론인데요. 나와 만나는 학생 모두가 나를 100% 만족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제가 사소한 피드백에 조금 흔들리면 저를 지지하는 학생이 조르르 따라와서 위로해줍니다. 아무도 저를 싫어하지 않는다고 말해줍니다. 오히려 더 좋아하는 학생들이 더 많다고 알려줍니다. 담임교사를 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우리 반 아이가 다 제 학급 운영방식에 만족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까 자신만의 기준을 잘 정하되, 일부 소수의 불만족보다는 다수의 만족 사항에 대해 더 연구하고 더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저는 그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 생각해요. 지금 이 글을 읽고, 이 책을 읽는 독자 선생님들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거나 부정적으로 평가하거나 나뉠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저는 괜찮습니다. 저는 신규교사 선생님께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책을 쓰고 메시지를 전하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저를 더 좋게 생각해주시는 분들을 위해 더 에너지를 쏟을 거니까요. 여러분도 그렇게 하시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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