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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교사로 살아갈 것인가?

4. 교사! 나만의 무대를 세워라

by 신영환

만일 바로 임용되어 24살부터 교직을 시작한다면, 그 선생님은 40년 가까이 교사라는 업을 가지고 살아가게 됩니다. 그런데 만일 저처럼 조금 늦게 시작한다면, 30년 좀 넘을 것 같네요. 어쨌든 30년이란 세월은 한 세대를 의미하고,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뀌는 긴 시간이에요. 1년 차, 3년 차, 5년 차, 10년 차, 15년 차, 20년 차 점점 경력이 쌓이면서 우리는 계속 고민합니다. 어떤 교사로 살아갈지 말이죠.


물론 학교라는 공간은 사람이 살아가는 곳이라 다양한 경우가 발생합니다. 충격적인 상황도 관찰하게 되고요. 저는 환경 탓인지 몰라도 앞으로 30년을 어떤 교사로 살아갈 것인지 일을 시작하고 3년 이내에 결심했습니다. 제가 두 번째로 갔던 학교에서였죠.


사립학교였는데 교사들의 평균 연령이 50살 가까이 되었습니다. 기간제 교사 선생님들만 20~30대이고 나머지 분들은 40~50대인 경우가 많았죠. 그런데 일부 선생님들께서 하루를 마치 좀처럼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저는 실망이 컸어요. 수업 준비도 제대로 안 하고 수업 시간에 잡담만 하다가 하는 선생님, 학교에서 하루 종일 주식만 바라보는 선생님, 퇴근 시간이 되지도 않았는데 일찍 나가버리는 선생님 등 상상 초월의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죠.

게다가 나이대가 비슷하니까 회의 시간에는 만날 관리자와 선생님들 사이에서 신경전이 오갔습니다. 신규 선생님들이 보기에는 별로 좋지 않은 광경이 펼쳐졌죠. 가끔은 교사가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자괴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선생님들이 있는 반면에 정말 학생들을 위해서 언제나 노력하는 분들도 계셨기에 분별력을 기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왜 그런 말이 있죠? 세 명이 길을 걸어가면 스승이 있다는 말이요. 한 명은 내가 배울 수 있는 사람이고, 다른 한 명은 잘못된 행동을 보고 타산지석 삼아야 할 사람이라는 의미잖아요. 딱 그 학교에서 양면을 모두 보면서 제 정체성을 찾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물론 여기까지는 신규교사로서 초심을 잃지 않아야겠다는 마음 가짐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5년 차가 지나고 10년 차가 되어 40살이 되니까 다른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교사로서 정년을 할 것인가 혹은 전문직(장학사, 연구사 등) 코스를 밟을 것인가 문득 두 선택지를 두게 되더군요. 교사로서 가장 큰 행복은 학생들과 소통이지만, 한편으로는 교육이라는 큰 틀에서는 행정적인 부분에 기여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싶었어요. 실제 그런 고민을 하고 그 코스를 밟는 사람들도 꽤 있고요.


하지만 일단 저는 사립학교에 있다 보니 그 기회의 폭이 좁기는 해요. 대부분 공립학교 교사들이 전문직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정보력부터 다르고, 관련 점수를 채우기도 공립학교에 계신 분들이 여러모로 유리하답니다. 물론 사립학교에 계신 분 중에도 전문직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으니 바로 포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평가 요소에 맞게 잘 준비하면 분명 좋은 결과로 이어질 테니까 말이죠.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전문직을 준비할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그래서 자세히 정보를 찾고, 그 분야에 대해 잘 아는 분들께 자문을 구하기도 했죠. 교육청뿐만 아니라 교육부 전문직도 생각했어요. 교육청의 경우에는 최소 5년 이상 장학사를 한 후에 교감 승진자가 될 수 있기에 관리자로서의 길도 생각해 볼 수 있죠.

반면 교육부는 전국단위로 모집하지만 만일 합격하면 7년간 근무하고 바로 교장 자격을 받게 되어 해외에서 파견 교장으로 근무하다가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 교장으로 퇴직까지 일을 하게 된다고 해요. 하지만 교육부 직원 90%는 5급 행정고시 합격한 행정직 공무원이고, 10% 이내만 장학사나 연구사로 근무하기에 업무 강도가 세서 중도 포기하는 사람도 많이 있다고 해요. 저도 들은 이야기라서 이 정도만 공유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교육청 혹은 교육부 관리자의 길을 생각하며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가늠해봤어요. 그런데 여러 측면에서 불리함이 더 크더라고요. 아직 보직교사(부장교사) 경력이 없어서 일단 자격미달이었어요. 표창 점수는 충분히 되지만 자격이 미달이 되니까 일단 동기 부여가 안 되더라고요. 물론 나중에 보직교사가 될 확률은 있으니 아직 기회가 정말 사라진 건 아니지만, 아무튼 저는 그 길을 가지 않기로 결심했답니다.


꼭 전문직이나 관리직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학교에서 학생들과 30년 넘게 교사로서 근무하며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가능성이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오히려 교사가 아닌 전업 작가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길을 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사로서는 학교 안에서 그것도 매우 제한적으로 교육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에 가끔씩은 아쉬움이 남을 때가 있거든요. 만일 교사가 아니라면, 더욱 다양한 활동과 경험을 통해 세상에 교육적인 측면에서 제가 기여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게다가 저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쉽게 아이들을 바꾸기가 어렵다는 걸 절실히 느끼고 있기 때문이에요.


우리 아이들의 바뀌려면 가정에서는 부모가, 학교에서는 선생님과 친구들이, 사회에서는 교육정책이나 시스템 등 아이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 다 같이 노력해야 효과가 있을 거라는 결론을 내렸어요. 저는 그래서 학생 교육도 좋지만, 부모 교육, 교사나 강사 교육 등으로 확장하여 꿈을 펼치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이죠. 물론 학교에서 아이들과 수업하고 소통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는 사실은 변함없지만요.


하지만 저는 문제를 인식했으니 분명 노력을 할 것 같습니다. 교사로서 한계에 부딪힌다면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런데 신규교사라면 좀 신중하게 교사로서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교사라는 직업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몇 년간 고생해서 임용고사에 합격했는데, 1년 만에 학교를 그만둔 선생님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개고생 해서 합격했는데 고작 이러려고 교사가 된 건가 회의감이 들었다고 해요. 그 선생님의 행동을 무조건적으로 꼬집고만 싶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정말 교직에 뜻이 있는 사람이 교사가 되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입니다. 교사라는 직업은 희생과 봉사가 기본으로 깔려야 하기 때문이에요. 오히려 그 선생님을 위해서 혹은 학생들을 위해서 잘된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요새 보면 10년~15년 정도 교사를 하다가 그만두고 교육 관련 일을 하시는 분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아마 그분들도 여러 갈래의 길에서 진지하게 고민을 했을 거라고 봐요. 꼭 교사라는 직업이 비전이 없어서라기 보다는 자기가 더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고 보는 게 맞다고 봐요. 그 이유는 교육 관련 사업을 하면서 항상 좋은 교육철학을 제시하는 걸 봤기 때문이죠.


제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교사를 희망하는 예비 선생님들이 있으시다면 변해가는 현실을 직시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제는 교사라는 업이 예전처럼 철밥통 안전성이 높은 일은 아니기 때문이에요. 퇴직 후에 연금도 더 적어질 예정이고요. 예전처럼 스승으로 존경받는 시대는 더는 아닌 것 같아요. 오히려 교권이 추락하고, 학생과 학부모의 민원을 견뎌야만 하는 시대에 살고 있어요.


물론 그 와중에도 모든 걸 다 줘도 아깝지 않을 만큼 정말 괜찮은 학생도 학부모님도 있긴 해요. 그래서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더 힘내면서 살아가고 있답니다. 물론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도 우리가 감싸고 안고 가야 하니까 큰 그릇을 가진 사람이 되어보려고 노력하며 살고 있고요.


앞에서 말한 교사의 길, 전문직 혹은 관리자의 길 등 그런 건 단지 표면적인 것에 불과해요. 선생님 여러분들이 명확한 교육 철학 혹은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방법은 하나의 수단에 불과해지니까요. 저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고 싶다는 마음 가짐으로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합니다. 그래서 학교 안팎으로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다고 생각하고요.


그러니 선생님들도 하나의 가치를 정하고 그 가치를 이루기 위해서 노력해보시길 바랍니다. 부족하지만 저도 제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혹시라도 도움드릴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함께 하겠습니다. 그럼 오늘도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교사가 행복해야 우리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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