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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영환 Sep 12. 2024

*제주도(3)

‘East of Eden’에 도착했다. 1층은 카페다. 통창 유리로 만들어져서 바다가 한눈에 시원하게 들어온다. 입구에 다가서자 고소한 빵 굽는 냄새가 풍긴다. 짧은 비행으로 허기진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빨리 짐을 풀고 내려와 커피와 빵을 간식으로 먹을 테다.’ 아무도 모르게 속으로 생각했다.  

   

카페로 들어와 중앙 복도를 가로질러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내가 인터넷으로 예약한 방은 가장 꼭대기 4층이었다. 무인 시스템이라 따로 입구에서 체크인할 필요가 없었다. 직원인 노아 형 찬스로 20%나 할인받았다. 일주일 장기 투숙 할인으로 10% 추가 할인받아 총 30%나 됐다. 이틀은 공짜로 얻은 셈이다.    

  

노아 형은 다시 업무로 돌아가야 한다며 엘리베이터까지만 안내해 주었다. 엘리베이터 문 앞에 투숙객을 위한 안내지가 놓여있었다. 굳이 방문 앞까지 노아 형의 에스코트가 필요하지는 않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데도 커피와 빵 굽는 냄새가 진동했다. 아쉽게도 엘리베이터 속도는 느렸다. 각박하게 돌아가는 도심의 엘리베이터와는 다른 속도였다. 느긋하게 천천히 3층을 지나 드디어 4층에 도착했다.      


문이 열리자 긴 복도가 눈에 들어왔다. 금색으로 만들어진 오른쪽 화살표 아래는 ‘401~402’, 왼쪽 화살표 아래는 ‘403~404’이라고 적혀있었다. 내 방은 402호였다. 짝수는 뭔가 안정적인 느낌이다. 엘리베이터를 빠져나와 복도를 따라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복도 바닥은 레드 카펫이었다. 고급스러웠다. 바닥만 보면 마치 5성급 호텔과 같았다.      


몇 걸음을 옮겼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방문 앞에 도착했다. 인터넷으로 등록한 초기 비밀번호 4자리 눌렀다. 보통의 숙소와는 달리 카드 없이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놀라웠다. 더 놀라운 건 지문을 등록할 수 있었다. 비밀번호를 6자리로 바꾸고, 지문도 등록했다. 일주일 동안은 나만 이 방에 들어올 수 있다. 보안이 아주 철저했다. 내 마음에 쏙 들었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러 온 거니까.      


사실 2층에 장기 투숙하는 노아 형 방에서 함께 머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괜히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코 고는 소리가 커서 피해를 줄 것이 뻔했다. 40대가 되고 나서는 30대까지만 해도 골지 않던 코를 자주 곤다. 소리도 우렁차다. 곤히 자던 아이들이 깜짝 놀라 깨기도 한다. 아침에 일찍 출근해야 해서 아내와 아이들과 따로 분리해서 잔 지도 꽤 됐다. 주말에라도 함께 자려고 했으나 원성이 높아서 자주 쫓겨났다. 그런 이유를 포함하여 어찌 되었든 노아 형에게 신세 지고 싶지는 않았다.      


정면에 보이는 회색 암막 커튼이 창문을 가지런히 가리고 있었다. 차에서 봤던 감동 쓰나미를 일으켰던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그곳이 그대로 있을까 궁금했다. 커튼을 붙잡고 좌우로 힘껏 당겼다. 강한 햇살에 눈을 찡그렸다. 실눈으로 해를 이겨내며 창밖을 봤다. 황금빛 물결이 넘실넘실 흘렀다. 다시 한번 가슴이 조여왔다. 아니 미어졌다. 짐을 내팽개쳤다. 이미 몸은 방을 나와 엘리베이터를 향했다. 마음은 1층에 그대로 머물러 있었기에 아무리 멋진 풍경도 소용없었다.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어야 하니까. 몸은 충실하게 마음을 따랐다. 아직 먹지도 않았는데 이미 입안엔 침이 고였다. 평소 먹지도 않는 모카번 냄새에 취해, 진한 에스프레소 향에 취해 느릿한 엘리베이터에서 안달이 나버렸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모든 일은 일어난다. 마침내 1층에 도착했다. 방금 이전까지 한산했던 카페는 하나둘씩 사람들이 들어와 자리를 채웠다.      


나는 카페 안에 있는 칵테일바 1인석에 앉았다. 노아 형은 열심히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이 집은 드립 커피와 모카번이 유명한 집이었기에 쉴 새 없이 커피를 내리고, 빵을 구웠다. 노아 형에게 서둘러 주문했다.     


“여기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과 모카번 한 개 주문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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