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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영환 Sep 14. 2024

*제주도(4)

1층 카페는 천고가 높다. 통창 유리에 높은 천고에 답답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넓다. 카페 이름 ‘East of Eden’에 걸맞게 지친 심신을 회복하는 곳이다. 테이블 수가 많지 않으니 아무리 사람이 많아도 여유롭다. 한적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오히려 좋다. 내가 제주에 내려온 이유는 ‘휴식’이니까.

      

“주문하신 커피와 빵 나왔습니다.”      


노아 형이 아닌 여자 목소리였다. 고개를 들어 인사를 하려고 보니 명찰이 눈에 들어왔다. 영어로 ‘Eve’라 적혀있었다. 형 말고 또 다른 아르바이트생이었다. 눈을 마주칠 때 깜짝 놀랐다. 완벽한 한국어에 속았기 때문이다. 파란 눈의 외국인이었다. 금발의 미녀였다. 나이는 20대 초중반 정도 되어 보였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한국말을 정말 잘하시네요!”

“아니에요. 아직 많이 부족하죠.”

“저는 아까 목소리만 듣고 한국인인 줄 알았어요.”
 “엇, 정말요? 감사합니다.

“네. 전 거짓말 못 한답니다. 한국에 오래 있었어요?”

“이제 3개월 째에요.”

“3개월밖에 안 됐는데, 이렇게 한국말을 잘한다고요?!”

“아... 저 미국 하와이에서 한국어 전공했어요.”

“아하... 이제 조금 이해가 되네요. 그래도 이렇게 발음이 완벽할 순 없는데...”

“한국 드라마 좋아해서 많이 보고, 듣고, 따라 말했어요. 그러니까 늘더라고요.”

“오호! 그렇군요. 아무튼 만나서 반가워요. 커피, 빵도 고맙고요.”

“네 맛있게 드세요! 그런데 노아 바리스타님과 친척이라면서요?”

“네. 맞아요. 사촌 동생이에요.”
 “친가? 외가? 어느 쪽인가요?”
 “와.... 친가, 외가도 알아요? 대단해요. 정말!”
 “네. 드라마에 다 나와요.  별명이 ‘K-Drama Queen’이거든요. 하하”

“그렇군요! 외가예요. 노아 형은 저의 외삼촌 아들이죠.”
 “그러면, 노아 바리스타님 입장에선 고모의 아들이겠네요. 아 그런데 성함이?”

“아... 제 소개가 늦었네요. 저는 ‘유진’ 이에요. 일주일간 휴가 보내려고 왔어요.”

“네 유진님! 만나서 반가워요. 친절하게 대답해 주셔서 감사하고요.”
 “별말씀을요. 저도 반갑고 고맙네요. 금방 새로운 친구를 사귄 것 같아서. 일주일 동안 있을 테니 잘 부탁해요.”

“네 저도 잘 부탁해요. 아이고. 커피랑 빵이랑 다 식겠어요. 어서 드세요! 우린 또 대화할 시간이 충분히 있을테니...”

“그러게요. 음식이 식도록 하는 건, 맛있는 음식에 대한 예의가 아니죠.”     


커피를 먼저 한 입 홀짝였다. 핸드 드립 커피라 산미가 강한 편이었다. 모카번도 한 입 베어 물었다. 커피와 모카번은 환상의 조합이었다. 분위기 때문은 아니었다. 새로운 만남으로 생긴 설렘 때문도 아니었다. 온전히 맛 자체만으로도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넘실거리는 파도는 나에게 손짓하는 것 같았다. 도로 앞에 놓인 ‘Welcome to Jeju!’라는 간판도 눈에 들어왔다. 제주에 있는 모든 것이 나를 환영하고 있었다. 제주도에서 삶은 순조롭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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