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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집 K Feb 07. 2024

나는 결혼 전 동거 추천

3개월이라도 같이 살아보는 걸 추천할래.

일에 욕심이 많은 내 친구 K는 열정이 많은 친구다. 원래 근무하던 분야를 벗어나서 완전히 다른 분야로 취업을 하게 된 그녀는 그곳에서도 인정받고 열심히 자기 몫을 해내는 친구였으며, 본인 스스로의 발전에 대한 욕구와 업무를 더 잘 해내고 더 잘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 대학원 진학도 마다하지 않는 친구였다. 몇 년 전 결혼을 했고 눈이 동글동글한 남편과 알콩달콩 잘 살고 있는 친구였는데 어느 날 이런 얘기를 했다.


"K야. 나는 만약 누가 결혼한다 그러면 무조건 동거부터 해보라고 할래. 3개월이라도 무조건 같이 살아보는 거 추천."


응?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그녀의 말에 나는 매우 놀랐다.


"그게 같이 살아보기 전에는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이 있잖아. 요즘 그런 데서 많이들 부딪히고 헤어지더라고. 특히 육아랑 살림, 거기에 직장생활까지 병행하는 케이스들은 더더욱 그렇고. 아직 애가 없는 집도 생활양식이나  청소, 빨래, 설거지 등 집안일 분담하는 걸로 엄청 싸우는데, 애기 생기면 그거 적극적으로 분담해서 도와줄 것 같지만 애 생기기 전에 안 도와줬던 사람은 그대로 안 도와준다더라고. 그래서 그런 것들 미리 파악할 수 있게, 그런 부분에서 안 부딪히나 알아볼 수 있게 동거해 보는 거 추천이야."


그 말에 나는 머리를 띵하고 맞은 듯했다. 서로 사랑하고 아끼며 맞춰가는 삶을 사는 게 부부의 삶이라고 생각했는데, 개인위생에서 비롯되는 생활양식이나 생활 습관 등은 도저히 고쳐질 수가 없는 것인가.


하긴 나와 내 남동생만 봐도 그렇다. 내가 결벽증 수준으로 깔끔을 떠는 것은 아니지만, 그때그때 먹은 것을 내가 설거지를 해놓지 않으면 동생은 그저 내버려 두는 편이라 며칠이고 쌓이기 일쑤고, 빨래도 본인이 입을 옷이 없다 싶어 져야 세탁기를 돌리지 그게 아니면 빨래 바구니 두 개가 가득 차도록 빨래가 쌓여있건 말건 그는 세탁기를 돌리지 않는다. (다행인 건, 시키면 군소리 없이 한다.) 한 뱃속에서 나고 자라서 한 집에서 20년을 같이 살고 성인이 되어서 6년째 같이 살고 있는 나와 내 동생도 이런데, 하물며 30년을 따로 살다가 사랑한다는 마음 하나로 함께 살기 시작한 성인 남녀는 어련할까.


아마 대부분의 이혼 사유를 들어보면 '성격차이'로 헤어졌다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들을 것이다. 그 성격 차이의 대부분은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지만, 이런 각자의 위생관념과 생활양식의 차이도 성격차이라는 사유로 에둘러져 표현되고 있지 않을까. (어느 누가 내 남편은 먹고 쓰레기를 안 치워라는 이유로 이혼했다고 하겠나)

특히나 둘 다 육아와 직장생활로 지쳐버린 상황에서 음식물 쓰레기 좀 버려줘, 청소기 좀 돌려줘하다가 어느 순간 날카로운 목소리와 말투로 이야기가 번지고 네가 뭘 하냐, 네가 잘못했네 내가 잘못했네 하는 싸움으로 번지고 우린 안 맞아 라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싸움들로 쉽게 번지지 않던가. 이게 쌓이고 쌓이면 감정의 골이 깊어져 서로 회복되지 않는 상처를 남기고 서로 이걸 감내하고 사느니 헤어지는 게 낫다는 결론으로 이어지고.


그럼 동거를 한다고 저런 부분을 알아낼 수 있을까? 완벽히 다 알아내긴 어렵다고 본다. 물론 각자의 집에서 살 때보다는 많은 것들을 보고 느낄 수 있겠지만, 완벽하게 저 사람은 밥 먹고 바로 싱크대에 먹는 접시와 수저를 담그고, 설거지를 할 때는 접시와 수저만 닦는 게 아니라 싱크대 주변도 정리하고, 쓰레기통은 하루에 한 번씩 비우고, 분리수거 꼼꼼히 잘하고 등등 완벽하게 알아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찌 됐든 '객식구'와 함께 사는 것이다 보니 본인의 진짜 생활 모습보다는 신경 쓰고 있지 않을까.

그렇지만 동거를 해봄으로써 저 사람의 라이프스타일 및 위생관념이 나와 어느 정도 맞고, 내가 요구하는 것, 상대가 요구하는 것을 서로 어느 정도까지 수용하고 배려하는지는 미리 겪어볼 수 있다는 장점은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어떤 결론을 내렸냐고?

오늘도 저는 결혼에서 한 걸음 더 멀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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