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 돌리 바겐스토어 (4)

by Angela G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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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또 궁금한 게 있어요.”


“뭔데요, 달링?”


“여기는 꿈이 개인 소유가 아니라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여기서는 꿈을 판다면서요.”


“아, 개인은 얼마든지 꿈을 새로 만들거나 우리 가게에 와서 고를 수 있어요. 그게 소유한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형태가 있다고 해서 꿈이 물건하고 같은 건 아니니까요. 아까 말한 것 기억하죠? 꿈이 깨졌을 때 비로소 형태가 보인다고 한 거요.”


“네.”


“영성이 강한 분들 빼고 보통 사람들이 꿈을 볼 수 있을 경우는 두 가지예요. 깨졌을 때와 내 것이 아닐 때.”


“내 것일 때는요?”


“아까 말했듯이 내가 꿈을 이루고 있는 중에는 내 주변에 스며들어 있기 때문에 볼 수 없어요.”


“일단 꿈이 내 것이 되면 공기처럼 변하는 거예요?”


“비슷해요. 풍경 속으로 녹아들기도 하고, 분위기 같은 게 되기도 하고... 그래서 내 눈에는 안 보이지만 꿈이 보이는 사람들한테는 아우라처럼 보이기도 해요.”


“아, 그러고 보니 꿈의 형태를 볼 수 있는 명상 수련이 있다고 하셨죠?”


“맞아요. ‘닷트(DATT)’라고 하는데...”


“다트요?”


“닷트요... 아휴... 그러니까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요. 원래 명칭은 ‘꿈의 형태 및 변화 양상 인식 수련’인데 수련 센터를 운영하는 재단 이사장님이 영어 단어처럼 들리는 영어 약자가 있는 명칭을 만들라고 했대요. 머리를 싸매던 직원들은 결국 공모전을 열었는데 거기서 뽑힌 거라고 하더라고요. 뜻은 ‘Dream Awareness and Transformation Training’이고요. 그런데 정작 다들 ‘닷트’하면 지은 씨처럼 ‘다트요?’하니까 ‘닷트’ 자체를 홍보하는데 돈을 어마어마하게 쓴 거예요. 어쨌거나 이 닷트 수업은 매년 1월 첫째 주에 신청자들이 넘쳐났다가... 2월 중순쯤부터 싹 빠져나가요.”


“왜요?”


“이 수련이라는 게 교육장에 와서 그 시간 동안 강사가 해 주는 이야기를 듣는 게 아니잖아요. 강사의 역할은 매일매일 순간순간 꾸준히 해야 할 수련을 가이드해 주는 건데... 수련이라는 게 막상 하려면 얼마나 귀찮고 힘들겠어요. 결국은 주기적으로 강사에게 ‘원하신다면서 해야 할 일은 안 하고 계시군요’라는 말을 듣는 것과 다를 바 없으니 기분이 찝찝해지기만 하다가 차라리 막연하게 불안한 게 더 참을 만하다는 걸 알게 되는 거죠. 여기 놀러 오시는 닷트 강사님들이 ‘올해도 기부자 분들이 스쳐가십니다’라고 푸념하는 걸 들으면서 3월이 오고 있는가 보다... 한다니깐요.”


“그러고 보면 저도 매년 1월에 헬스장 기부자가 되는데... 막연히 저 같은 사람 좋아하겠지 싶었어요. 돈은 내고 안 나와주니까....”


“아닐걸요.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은 방향과 목적은 다를 수 있어도 일종의 에너지를 주고받는 과정이라... 아마 열심히 하시는 분들에게는 신나는 에너지를 받지만, 반대로 누가 강제로 보낸 것도 아닌데 끌려온 것 마냥 억지로 시간을 때우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기를 뺏기는 기분 아닐까요?


게다가 닷트 수련을 받으러 오는 분들은 행복하거나 사랑이 충만하신 분들은 아니거든요. 사실 이게 제일 중요한 건데 행복도가 높으면 형태는 보이지 않아도 눈 돌리는 곳마다 스며들어 있는 자기 꿈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어요. 닷트 같은 데 돈을 쓰지 않아도요.”


“아! 저 그런 분을 만났어요.”


“그래요?”


“그분은 엄청 행복할 때 주변 곳곳에 숨어 있는 꿈을 느낀 건 아니었어요. 엄청 고생스럽던 시절인데... 한 순간 한 순간을 있는 그대로 느끼려고 하셨었데요.”


“맞아요. 그게 바로 닷트 수련의 핵심이에요. 어디에나 꿈이 있다고 믿고 순간순간을 느끼려고 노력하는 것 말이에요.”


“아까 사랑이 충만해도 꿈이 보인다고 하셨던 것 같은데...”


“네. 정말 사랑하면 사랑하는 사람의 꿈은 보여요.”


“뭔가... 신기하네요. 꿈이라는 게 형태가 있든 없든 느낄 수 있는 존재감이 있다는 거잖아요.”


“더 중요한 건 느낄 수 있건 없건 존재하고 있다는 거 아닐까요?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한테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어요. 어디 사람뿐인가요, 동물, 식물, 건물... 내 주변에 모든 것과 영향을 주고받아요. 그래서 이루고 있는 중인 꿈과 이루어진 꿈은 절대 나만의 것이 아니에요.”


“내 꿈도 다른 사람이나 세상의 영향을 받지만 내 꿈 때문에 다른 사람도 세상도 바뀌어 간다는 거군요?”


“역시 이해가 빠르네요, 달링. 맞아요. 어떤 꿈은 계속 이루어져야 다른 사람들에게도 좋은데 한번 깨졌다고 아예 없어져 버리면 우리 모두에게 슬픈 일이 되는 거고요.”


“그럼 반대도 있어요? 예를 들면, 이루어지면 누군가에게 민폐가 되는 꿈이라던가...”


“그럼요. 있고 말고요.”


“그런 경우에는 꿈을 못 꾸게 하나요?”


“아니요, 그럴 수는 없죠. 모든 시민은 꿈의 자유를 보장받아요. 다만, 우리 시에서는 나쁜 꿈이 만들어낼 것들은 좋은 꿈이 만들어낼 것들로 이겨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었던 거고요. 그래서 한 때 좋은 마음을 품었던 꿈들이 버려지지 않고 더 좋은 꿈으로 업싸이클링(up+recycling) 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거랍니다.”


“그럼 여기 있는 모든 게 업사이클링한 꿈이에요?”


“맞아요, 달링.”


“어떻게 하는 거예요?”


“그야 꿈마다 다르겠죠. 구체적인 과정은 잘 몰라요. 다만 세심한 과정을 거쳐서 여기 도착한 모든 꿈들이 다 전보다 훨씬 좋아졌다는 건 확실히 알죠. 우리 시는 업사이클 작업자를 정말 심혈을 기울여서 뽑거든요. 어떤 꿈이던 예전보다 좋게 만들어야 하니까 아무나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에요.”


“어떻게 뽑아요? 설마 시험 같은 것도 보나요?”


“3년에 한 번씩 서류 심사와 평판조회를 해요. 서류로는 유관 경력을 보고, 평판 조회에서는 낙천성과 긍정적인 마인드를 봐요. 이루어질 때 더 많은 사랑과 행복을 발생시킬 수 있는 꿈으로 재탄생시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역량이거든요. 예전에는 PT 심사에서 뭐 생산량 증가 계획, 생산 단가 절감 계획 그런 것도 봤다고 하는데 꿈의 질을 높이는 데 하등 쓸데없었다고 하더라고요. 하긴 속도나 비용이 뭐가 중요하겠어요.”


“그럼 매번 심사를 할 때마다 작업자가 계속 바뀌어요?”


“제도상으로는 그런데요. 이 사업이 시작된 이후로 한 분이 쭉 하고 계세요. 미스터 글로리아 노스트럼인데, 성함 때문에 좀 헷갈리죠? 인자한 할아버지세요. 이 사업이 시작된 이래 그 누구도 심사에서 그분을 이기지 못했어요. 미스터 노스트럼은 하늘이 파랗기만 해도 구름이 하얗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분이거든요. 지나가면서 피어있는 장미들한테도 나를 위해 피워줘서 고맙다고 일일이 인사하는 분이니까, 누가 이기겠어요. 이 분은 작업장 이름부터가...”


“아! 저 뭔지 알 것 같아요. 혹시 ‘What a wonderful world’ 아니에요?”


“오 마이 갓, 달링! 영력이 돌아왔네요!”


“아하하... 영력... 은 아니고요.”


영력은 아니다. 그러나 지은은 지금 당장 미스터 글로리아 노스트럼의 얼굴을 묘사해 보라고 한다면 윈터 원더랜드에서 가장 영력이 강한 사람보다 더 생생하게 묘사할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다. 얼굴뿐인가, 목소리는 더 잘 알고 있다. 가볍게 툭툭 건드리는 듯하더니 어느새인가 가슴 깊은 곳을 채우는 목소리. 지은의 머릿속에서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I see trees of green, red roses too

초록 나무와 빨간 장미가 보여

I see them bloom for me and you

우리를 위해 피어나고 있는 거구나

And I think to myself

마음속으로 속삭여

What a wonderful world

참 아름다운 세상이라고


그리고 지은의 머릿속에서는 루이 암스트롱, 아니, 글로리아 노스트럼 씨가 레고 브릭처럼 작은 조각들을 모아 형형색색의 꿈 송이들을 피어내는 장면이 떠올랐다.


“폴리 매니저님!”


“왜요 달링?”


“보여 주실래요?”


“뭘요?”


“꿈들이요, 한 번 깨졌지만, 더 멋지게 만들어진 꿈들이요.”


“아니, 뭐 그런 당연한 걸 부탁씩이나 해요. 그럼 홀리 돌리 바겐 스토어에서 꿈들을 안 보고 나가려고 했어요? 자, 나가서 마음껏 구경해요!”


폴리는 ‘코트의 방’ 문을 열고 지은에게 손짓을 했다. 들어올 땐 뭐가 뭔지 모를 잡동사니로 보였던 것들이 하나하나 은은한 빛을 내고 있는 게 느껴졌다. 지은은 다이애건 앨리에 첫 발을 디딘 해리 포터가 된 기분으로 꿈들로 가득 찬 진열장 사이로 천천히 걸어 나갔다.


ChatGPT가 그려주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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