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것이 영 짭조름했다

by 석지호

잠에서 깼다. 아직까지 온몸에서 술 냄새가 났다. 숙취해소제 몇 알을 입에 털어 넣었다. 물 없이 약을 먹는 것은 오랜 버릇이었다. 화장실에서 나오며 시계를 확인했다. 새벽 세시 반이었다. 잠을 더 청하기는 글렀다고 생각했다. 술을 마시면 언제나 푹 자지 못했다. 그저 오늘도 마찬가지일 뿐이었다.


핸드폰을 바라보다가 소식이 궁금한 사람들이 떠올랐다. 나는 지워버린 어플을 다시 다운로드하고 정지했던 계정을 활성화했다. 그리고 기억을 더듬어 몇몇을 검색했다. 누군가의 포스팅을 보다가 알 만한 친구 추천 목록에 낯익은 이름을 보았다. 나는 순간 십 수년 전으로 돌아가 유약한 중학생이 되어버렸다.


누군가의 돈을 뺏던 사람들과. 누군가를 때리던 사람들과. 학교 근처 공사장에서 담배를 피우고 오토바이를 타던 사람들의 글들을 읽었다. 그들은 더할 나위 없이 잘 살고 있었다. 나는 왜 오늘 그리 열심히 술을 먹을 수밖에 없었나 회의감이 들었다. 없던 구토감이 몰려왔다. 헛구역질을 했지만 나오는 것은 없었다.


열심히 사는 것은 필수적인 것이었다. 이유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살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사는 당신들이 부러웠던 기억뿐이었다. 책상에서 오래 버텼던 것은 미래에 대한 희망 한 가닥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부질없었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나는 책상 앞에서 행복해지는 방법을 잊어버린 것 같았다.


나는 늘 나를 사랑했지만 술 취한 새벽에는 그럴 수 없었다. 어두운 방 안에서 내가 편히 누울 곳은 보이지 않았다. 스물 하고도 몇 년을 더 살아온 나는 결국 이루어 낸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결론을 미리 알았었다면 차라리 그때의 당신들과 그날을 사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고민했다.


사는 것이 영 짭조름했다. 안주로 먹었던 찌개 때문인지 입도 짰다. 베개 옆에 둔 물컵으로 입을 축였다. 내 삶은 왜 휘핑크림이나 캐러멜이 아닐까 생각했다. 답은 한숨과 함께 흩어졌다. 몸을 뒤척이며 그래도 소금에는 고급이 있다고 외롭게 말했다. 어차피 소금같이 짠 삶을 살 것이면 고급 소금이 되었으면 했다. 어릴 적 가끔 가던 강화도 염전에서 걸러낸 천일염처럼.


이유도 희미해질 정도로 열심히 해풍을 맞아가며 구르고. 쓸데없이 힘든 태양을 맞아가며 오랜 기간을 버텨낸 그런 고급 소금들은 다른 맛이 나곤 했다. 같은 슬픔이라도 깊고 진한 향이 났다. 그리고 가끔은 뒷맛이 달게 돌았다. 차라리 내 삶도 그랬으면 했다. 그런 합리화를 하다 어느새 잠이 들었다. 닭 우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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