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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쁜남자 Nov 25. 2024

사과와 운동의 공통점

시티드 로우로 등 운동하면서

지난 2024년 11월 7일,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이날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제 부덕의 소치이며,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숙였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에 벌어졌습니다. 한 기자가 대통령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 것입니다. 기자의 말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사과를 할 때 갖춰야 할 요건이 있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부분에 대해 사과하는지를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께서는 다소 두루뭉술하고 포괄적인 사과를 하셨다. 마치 사과를 하지 않아도 될 일인데, 나라가 시끄러우니 억지로 사과하는 것처럼 비칠 오해가 생길 수 있다. TV를 지켜보는 국민들에게 정확히 무엇에 대해 사과하는 것인지 보충 설명을 해 달라.” 







이 질문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답변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어떤 점이 잘못되었는지 딱 짚어준다면 그 부분에 대해 사과드리겠다. 하지만 분명 사실과 다른 부분도 있다. 대통령이 되어서 기자회견하는데 그런 팩트 가지고 다툴 수 없지 않은가. 그러니 양해해 달라.”



 국민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허리를 숙여놓고서는 무엇에 대해 사과하는 거냐고 물어보니 반대로 어떤 점이 잘못되었는지 짚어달라며 엉뚱한 답변을 내놓고 있습니다. 기자가 염려한 것처럼 본인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사과하는 척만 하는 꼴입니다. 이러면 사과한 게 사과한 것이 아닌 게 되는 거죠. 그러니 공허한 맹탕 사과라는 비판을 받는 겁니다.







이렇듯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안다는 건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로마 제국의 16대 황제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통치 기간에 기록한 글을 모아놓은 『명상록』에서 “그 어떤 행위도 아무 목적 없이 행하지 말고, 그 행위를 완전하게 만들어 주는 참된 원리들에 부합하지 않는 방식으로 행하지 말라.”라고 이야기합니다. 행위 이전에 또렷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죠.



운동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살을 빼려고 하는 것인지, 근육을 키우려고 하는 것인지, 체력을 키우려고 하는 것인지, 그 목적을 정확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그 목적에 따라 해야 하는 운동과 운동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근육을 키운다고 했을 때도 내가 신체의 어느 근육을 키우려고 하는 것인지 딱 정해놓아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내가 사용하는 운동기구가 신체의 어느 근육을 발달시켜주는 운동기구인지 바로 알아야 합니다.







헬스장에서 하체 운동, 가슴 운동, 등 운동, 어깨 운동을 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어려운 운동은 개인적으로 등 운동입니다. 등 운동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어려운 운동은 시티드 로우(Seated Row)입니다. 솔직히 동작은 간단합니다. “Seated Row”를 말 그대로 앉아서 노를 젓는 동작과 유사합니다. 자리에 앉아서 줄로 연결된 로우 손잡이를 잡아당기면 됩니다. 시티드 로우는 분명 등 운동으로 분류되며, 등의 볼륨감을 높여주는데 탁월한 운동으로 알려져 있죠. 



하체 운동, 가슴 운동, 어깨 운동은 미는 동작이 주를 이룹니다. 반면, 등 운동은 당기는 동작이 주를 이룹니다. 등은 신체의 후면에 위치해있기에 등 근육은 팔이나 어깨를 몸 쪽으로 당기는 움직임에 관여합니다. 이 과정에서 손으로 바(Bar)나 손잡이를 잡은 상태로 당기는 동작을 수행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팔 근육에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때 등 근육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심지어 시티드 로우가 등 운동이라는 걸 모르는 상태로 죽어라 로우만 당긴다면 팔과 승모근만 아플 뿐입니다. 







데프콘의 인생 역전 순간이라고 알려진 「무한도전」의 ‘조정’ 특집을 기억하시나요? 함께 조정에 참여할 멤버를 구하는 상황에서 정형돈의 전화를 받은 데프콘이 마포에서 미사리까지 단숨에 달려오죠. 그런데 데프콘을 기다리는 건 로잉머신이었고, 영문도 모른 채 로잉머신을 탄 데프콘은 한마디로 만신창이가 되어 웃음을 자아냅니다. 지금 다시 봐도 정말 재밌는 장면이죠. 이때 로잉머신을 탔던 데프콘이 등 근육의 움직임을 느끼면서 당겼을 리가 없죠. 냅다 팔 힘으로만 당겼을 겁니다.







헬스를 처음 한다면 운동기구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신체의 어느 부위를 운동하는 기구인지를 바로 아는 게 중요합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말했던 것처럼 아무 목적 없이 행하지 말고, 행위를 완전하게 만들어주는 원리에 부합하도록 행동해야 한다는 말이죠. 사과를 하던 운동을 하던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바로 아는 게 중요합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생각한 사과와 운동의 공통점입니다.



시티드 로우를 하며

오늘도 딴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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