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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자본주의-복지사회주의 연대는 가능할까?

프레이저의 식인자본주의론이 던지는 문제 제기

by 안해성

낸시 프레이저의 좌파의길이라는 책의 부제인‘식인 자본주의에 반대한다’ 프레이저가 폭로하는 식인자본주의의 정체는 사람을 먹는다는 점에서는 모어의 식인 양과 비슷해 보일지 모르지만, 전례 없이 희귀한 짐승이다.

‘식인(cannibal)’이라는 형용사로 자본주의를 규정하려는 진정한 의도는 무엇일까? 그건 다름 아니라 자본가가 노동자를 착취하여 결국 죽음에 이르게 만든다는 마르크스의 자본주의경제비판을 확대-재해석하여 21세기 자본주의사회의 진실을 적확하게 포착하려는 것으로 프레이저가 지금껏 수행해 온 현대사회 비판의 최종결론일 것이다.

식인습성을 가진 서인도제도의 부족 이름에서 유래한 cannibal이란 단어의 본뜻은 동족포식이다. 그렇다면 식인자본주의가 가진 뜻은 자본주의 경제가 배를 채우기 위해 가족과 공동체, 생활터전, 생태계를 다 삼켜버린다는 것일 것이다.

그렇다면 식인 자본주의는 사회질서를 어떻게 제도화하면서 자기의 무슨 살들을 어떻게 먹어 치우고 있는 것일까? 제목에 따르면 식인 자본주의가 지금 먹어치우고 있는 자신의 동족이자 살덩어리는 민주주의, 돌봄, 그리고 지구이다. 민주주의로 대변되는 정치적 영역, 돌봄으로 대변되는 사회적 재생산 영역, 그리고 지구로 상징되는 자연은 자본주의사회가 생존하고 번영하는 데 있어 필수요소이자 근본 토대라는 점에서 자본주의의 동족이자 자기 살이다.

프레이저는 책의 말미에서 자기는 아주 단순한 사실을 드러내길 바랐다면서 그것은 21세기에도 사회주의는 추구할 값어치가 있다는 것이며, 사회주의가 단순한 현학적 전문용어나 역사적 유물이 아니라 진정한 대안의 이름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추구하는 사회주의는 21세기 자본이 단순한 경제적 시스템이 아니라 제도화된 사회질서인 것과 동일하게 사회주의 역시 전통적 사회주의를 넘어 하나의 제도화된 질서로서 확대된 사회주의여야 함을 주장한다.

이제 이러한 프레이저의 자본주의 분석에 대한 대안으로 어떠한 사회주의의 내용과 체계를 실현가능한 구체적 실천으로 만들지는 21세기 자본주의의 식인성을 극복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남겨진 숙제인 것 같다. 프레이저는 자신이 꿈꾸는 세상은 ‘지구와 함께 자유롭고 민주적으로 사람답게 살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라고 한다.

만일 이러한 사회를 크게 뭉뚱그려 과감하게 ‘복지사회’라고 개념화할 수 있다면 우리가 지향하는 대안의 이름과 방법은 다음과 같이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프레이저가 책의 본문에서 자연을 대상으로 제시한 대안의 이름과 방법론을 그대로 빌려서 쓴다면 그 대안의 이름은 ‘복지사회주의’일 것이며, 방법은 ‘돌봄의 사회적 재생산을 넘어서 모든 비경제적인 영역을 횡단하는 반자본주의 대항 헤게모니 블록’의 건설이 될 것이다.


출처

김기덕. (2023). 반자본주의-복지사회주의 연대는 가능할까? - 프레이저의 식인 자본주의론이 던지는 문제제기 : 낸시 프레이저,『좌파의 길: 식인 자본주의에 반대한다』,장석준 옮김(서해문집, 2023). 한국사회복지학, 75(4), 326-332. 10.20970/kasw.2023.75.4.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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