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 홀로 살고 있음을 뜻한다.
새내기 대학생부터 혼자 살기 시작해서 어느새 몇 년이 흘렀다. 처음 혼자 살 게 되었다고 친구들에게 말했을 때는 존경의 눈빛을 한눈에 받았었다. ‘단체 기숙사 생활도 아니고, 통학도 아니고 부모님 품에 벗어나 혼자 산다니!’ 하며 나를 마치 대단한 어른으로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혼자 살 게 된 후로 오히려 더 아이가 되어버렸다. 엄마의 손길을 그제야 깨닫고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하거나 혼자 수습하려다 집을 엉망진창을 만드는 날이 매일 이었다. 혼자 살 게 된다는 것은 집이라는 공간 안의 존재가 온전히 나 혼자라는 것이다. 그래서 더 무섭고 작은 실수에도 유독 더 겁을 먹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름의 노하우를 하나씩 얻게 되면서 독거의 만족도가 점점 높아졌다. 앞으로도 혼자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하는 나를 보며 자유롭고 독립적인 나의 성격과 독거는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장 뿌듯했던 것은 나의 독거 생활에 걱정하기만 했던 엄마가 이젠 안심하는 눈빛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내가 혼자 잘살고 있구나 싶었다.
주변 또래 친구들이 하나둘씩 혼자 살기 시작했다. 혼자 살기 꽤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독거의 재미를 느끼지 못하며 그냥저냥 살아가는 이들도 있다. 이왕이면 그들이 혼자만의 시간을 행복하게 보냈으면 했다. 나와 비슷한 실수를 하는 친구들에게 지난 실수담과 극복담을 이야기해주며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려 했다. 혼자 있는 시간이 어색한 이들에게 나는 어떻게 외로움을 물리치는지 들려주기도 했다. 이야기를 듣던 친구들이 익살스럽게 엄지를 내밀면 웃기기도 뿌듯하기도 했다.
이 글에는 그런 작고 가벼운 잔소리를 담았다. 독거를 시작하는 모든 이들이 이왕이면 행복하게 혼자의 시간을 만끽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들에게 감히 노하우를 공유하고, 이 글을 쓰는 나도 매일 실천하지는 못하는 어떤 성실한 태도와 때때로 찾아오는 외로움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
이 지침서가 정답은 아니다. 그냥 ‘나’의 지침서일 뿐이다. 사실 여전히 엉망인 나의 집을 보며 내가 쓴 지침서라 부르는 것도 웃기긴 하다. 그렇다면 이 글을 남을 위한 지침서 흉내를 내며 ‘나’에게 잔소리하는 지침서라고 하겠다. 그리고 모든 독거인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