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프롬실루엣 Apr 07. 2021

모든 요리는 해동과 약한 불로 시작하세요

 예능 ‘나혼자산다’ 에 코미디언 장도연의 자취 일상이 나왔다. 저녁을 먹기 위해 냉동실에 얼어 있던 고기를 꺼냈다. 그리고 그대로 프라이팬에 구웠다. 엄청난 연기가 나면서 기름이 튀기 시작했고 결국 겉이 바삭 타버렸다. 그걸 보며 ‘아우 그걸 바로 구우면 어떡하냐.’ 라고 했지만, 첫 자취 시절 내 모습과 아주 똑같았다.


 혼자 살면 가장 난감한 것 중 하나가 음식의 양이다. 소량의 음식이 아닌 이상, 빨리 먹지 않으면 상하기 때문에 얼른 먹는 것이 좋다. 하지만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에서 그건 좀 어려운 일. 그래서 대부분 냉장실보단 냉동실에 음식이 더 많다. 냉동실은 ‘얼리는’ 그 행위 하나로 든든한 식량창고를 만들어주는 정말 마법 같은 곳이다.


 첫 자취 시절의 나의 냉동실에는 엄마가 챙겨준 얼린 양념갈비가 있었고 장도연처럼 곧바로 프라이팬에 구웠다. 좁은 우리 집은 고기 냄새로 가득했고 주방 벽면은 양념 자국이 흥건했다. 재빨리 불을 껐지만,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알 수 없었다. 이런 과정을 몇 번을 거쳐서야 얼린 음식은 무조건 해동 후 조리해야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며칠 전 친구가 집에 놀러 왔다. 자신이 요리해주겠다며 두 손 가득 들고 온 재료를 썰었다. 썬 재료를 굽기 위해 프라이팬에 불을 올렸다. 나는 그 친구의 손을 막았다. 우선 그 친구는 기름 두른 프라이팬이 살짝 달궈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았고, 불의 세기는 최강이었다. 달궈지지 않는 프라이팬에 음식을 바로 올리면 바닥에 음식이 달라붙게 된다. 그리고 가장 센 불로 굽기 시작하면 겉만 익고 속은 하나도 익지 않게 된다. 물론 이 행동도 내가 했던 행동과 똑같다. 그땐 원인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나는 요리를 정말 못하는 사람이라고만 단정 지었다.


 요리를 자주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헷갈릴 수 있다. 불은 무엇이든 요리해줄 것만 같지 않은가.

그러니 이것만 기억하자. 모든 요리는 해동과 약한 불로 시작하자. 

어떻게 시작할지 잘 모르겠으면 무조건 그냥 해동과 약한 불로!

이전 02화 수건 세탁도 만만하지 않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