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를 만나다.

[B급 통역의 자원봉사 도전기] 국제기능올림픽

by 이건

인천공항에서 파리까지는 보통 11시간 정도가 소요되지만 현재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다른 항로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14시간이 넘게 걸릴 거라는 승무원의 안내가 있었다.


내심 20시간이 넘게 걸려도 좋으니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고 있는 이 전쟁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슬픔에 울고 있을 사람들의 눈물 위를 비행한다는 사실이 미안하기까지 하다.


비행기는 예상대로 14시간을 훌쩍 넘어 파리 드골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은 방금 내린 한국사람들로 가득 차 마치 한인 동창회가 열린 듯 북적거린다.


그동안 여러 나라를 다녀봤지만 입국 도장을 10초 만에 시원하게 찍어준 곳은 이곳 파리가 처음이다. 수속을 마치고 나오니 현지 가이드 선생님이 우리를 태울 버스와 함께 기다리고 있다.


버스가 촉촉이 비가 내리는 파리 외곽 순환도로에 접어들자 멀리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는 듯 에펠탑이 불빛을 비추고 있다.


누군가 파리를 가리켜 날씨가 맑아도 아름답고 비가 촉촉하게 내려도 아름다운 곳이라고 말했다지만 이미 어둠이 내린 파리는 그다지 감동스럽지 않았다.


아마도 그 말을 했던 이는 행복한 사람이라서 감각이 무뎌진 것은 아닐까?


버스가 발걸음을 재촉하고 어색한 침묵을 채우기 위해 가이드는 최근 파리 유가가 많이 올라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데 4시간이 넘게 걸렸다며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2시간 반을 지나 숙소가 있는 오를레앙에 도착했다. 목적지로 가는 내내 예술의 도시 프랑스에서 무언가를 볼 수 있을까 기대했지만 짓궂은 어둠은 쉽게 프랑스를 보여 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