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안전 책임사회]
우리나라 장관의 평균 임기는 대략 13~14개월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마저도 국회의원과 장관을 겸직하는 경우 평균 10개월 정도 일하는데 이렇게 장관들이 단명하는 이유는 정권교체, 개각, 선거출마 등 복잡한 정치 환경의 변화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우리나라의 안전을 책임지는 행정안전부 장관의 경우에는 임기가 평균보다 조금 긴 편이다. 1대 장관이 1년 9개월, 2대가 1년 8개월, 그리고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3대 장관이 1년 5개월 정도 근무했다.
한편 현장 대응부서의 수장인 소방청장의 경우에는 초대 청장이 1년 4개월, 2대 1년 11개월, 3대 1년 1개월, 그리고 4대 총장이 10개월로 오히려 임기가 줄어드는 추세다. 우리나라의 소방청에 해당하는 미 연방 소방국(United States Fire Administration)의 리더가 통상 3~4년 근무하는 점에 비하면 매우 짧은 셈이다.
외국의 경우 장관의 평균 재임기간이 우리보다 길다. 미국이 3년, 독일이나 영국은 4~5년, 그리고 오스트리아의 경우에는 6년 이상 일한다.
영국의 한 논문에 따르면 장관이 효율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려면 최소 3년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안병영 연세대 교수도 자신의 연구에서 장관의 기본적인 역할을 학습해야 하는 기간이 최소 6개월은 소요된다고 말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불과 1년 남짓한 짧은 시간에 장관의 역할을 충분히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그마저도 그 분야에 전문성이 없는 정치인이나 학자가 임명되기라도 한다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국무위원뿐만 아니라 이런 문제점은 공공기관의 여러 중요 직책에 비전문가가 임명되는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2020년 코이카(KOICA)가 안전담당관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어학점수가 미달된 7명의 군 출신 관계자를 합격시켜 논란이 됐고, 2021년에는 코로나 등으로 이미 해외 봉사단원이 철수한 나라에 안전담당관을 파견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전문성의 부재가 낳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결과다.
한편 지난해 한국가스안전공사에서는 가스나 에너지 분야에서 내세울 경력이 없는 사람들을 비상임이사로 임명해 전문성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우리나라와 같이 안전을 비롯해 모든 정책을 정부가 주도해 나가는 시스템에서는 리더가 문제다. 어떤 리더가 어떻게 일하느냐에 따라서 그 결과는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원론적으로 안전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을 수립해서 집행하고 또 시민들에게 안전의 비전과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 정부기관 책임자의 전문성과 업무 연속성을 확보하는 일은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단지 어떤 이에게 장관이란 스펙을 쌓아주는 일과는 결코 비교할 수도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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