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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건 Jan 08. 2024

승진에 관한 생각

[소방서 다이어리]

Prologue: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을 가감 없이 적어 보려고 합니다. 부디 이 글로 인해 누군가 상처받지 않길 바라며 소통을 통해 내 작은 세상도 더 풍성해 지길 기도해 봅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승진이라는 것을 꿈꿔봤을 것이다. 대개 더 많은 월급과 권한이 성공과 비례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가시가 돋친 면류관’의 유혹을 거부하기란 어렵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승진을 하지 못해서 노심초사하곤 한다.


주한미군에서는 근속승진이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연차가 되었다고 해서 자동으로 승진을 하는 일은 없다. 그래서 승진이 더 특별한 의미를 갖기도 한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화재예방팀의 경우 보통 1년 단위로 미군 소방대원들이 교체가 되므로 소방서장 입장에서는 업무의 연속성이라든지 전문성을 고려해 한국사람인 내가 사무실을 책임졌으면 하는 의사를 수차례 전달해 왔지만 그때마다 매번 제안을 거절했었다.


내가 승진을 거절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원론적으로 한국인이 미군들의 업무성과를 평가할 수 없는 구조이므로 자칫 무늬만 화려한 ‘바지사장’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고, 두 번째로 나는 내 일만 신경 쓰면 되는 스페셜리스트가 되고 싶은 이유에서다.


아직 학생인 내 아이들도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어서 가끔은 아빠와 의견 충돌이 있는데 내가 모르는 누군가에게 업무를 지시하고 관리하고 또 감독하는 일은 엄청난 에너지 소모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내가 남들 앞에 서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교까지 나름 리더를 도맡아서 해 왔으며 2200명이나 되는 자원봉사자들의 대표 역할도 마다하지 않고 했었다.


하지만 40대를 넘기면서 인생에서, 또 직장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들이 나에게 남아 있는지를 따져보곤 한다. 그 시간들 속에서 나는 또 얼마나 행복하고 싶은지도 계산해 보았다.


결국 승진은 내 통장에 약간의 금액을 더 해줄 뿐 오히려 나의 행복지수 통장에서는 마이너스가 될 것임이 자명하다는 판단이 섰다.


언젠가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야 할 날이 올 것이다. 다만 그 시간을 나는 최대한 늦추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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