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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건 Jan 03. 2024

봉주르, 2024

[소방서 다이어리]

Prologue: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을 가감 없이 적어 보려고 합니다. 부디 이 글로 인해 누군가 상처받지 않길 바라며 소통을 통해 내 작은 세상도 더 풍성해 지길 기도해 봅니다.


지난달 2건의 화재조사 보고서 제출을 끝으로 길고 길었던 한 해를 마무리했다. 새해가 되자 청룡의 해라면서 이런저런 메시지들이 도착한다. 사실 청룡이란 것을 본 적이 없어서 그게 어떤 의미인지 크게 다가오진 않지만 새해에는 무언가 좋은 일이 일어날 거라고 기대하는 마음에 찬물을 끼얹을 생각은 없다.


나에게 오늘은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래도 새로 산 플래너에 계획들을 적다 보니 설레고 흥분되는 마음을 감출 수 없다.


1월에는 평창 청소년 동계올림픽에 참가할 예정이고, 7월에는 파리 하계 올림픽에 국제도핑검사관으로 정식 초청도 받아 놓은 상태다. 4월에는 미국 출장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만하면 이미 그럴싸한 계획들이 세워진 것 같다.


또 언제 마무리가 될지 모르는 재난 관련 시나리오도 계속 써 나가야 하고, 가끔은 마음 정리가 필요할 때마다 브런치도 찾을 것이다. 하소연할 사람이 별로 없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여전히 안식처가 될 것이 분명하므로…


아침에 소방서로 출근을 하면서 올 해는 말을 좀 줄이자고 결심했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말이 너무 많으면 그 힘이 약해지고 그 의미 또한 변질되거나 퇴색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말수가 적고 지갑을 자주 여는 소위 “ 폼 미친” 선배가 되기 위한 보험에 가입하는 정도라고 해 두자.  


소방서 후배들과 새해에도 잘 부탁한다는 인사를 나누고 이미 깨끗한 책상이지만 그래도 한번 더 닦아본다.  


새로운 한 해는 365개의 서로 다른 하루들이 모여서 만들어진다. 어제와 다른 오늘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면 올 해는 또다시 지난해의 시즌2로 전락해 재미없는 시간들로 묻힐 것이다.


올 한 해도 우리 소방서 가족들의 안전을 기원하며,

브런치 작가님, 독자님들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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