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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건 Jan 10. 2024

이메일의 정치

[소방서 다이어리]

Prologue: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을 가감 없이 적어 보려고 합니다. 부디 이 글로 인해 누군가 상처받지 않길 바라며 소통을 통해 내 작은 세상도 더 풍성해 지길 기도해 봅니다.


주한미군 밖에서 부대를 바라보면 그 규모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커 보인다. 실제로도 부대 안을 운행하는 택시회사가 있을 정도다.


하지만 부대에서 일을 하다 보면 담장 안 커뮤니티가 얼마나 좁은지 금세 실감할 수 있다. 누가 누구의 자녀라거나, 누구 집이 예전에 얼마나 땅이 많았는지 등등 온갖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주한미군 한국인 직원들의 조직문화는 확실히 한국사회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다. 부서별 특성에 맞게 문화가 정착되어 있어 밖의 회사처럼 수십 명이 모여 회식을 한다든지 체육활동을 하는 일은 거의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부대 안에서는 효율적이면서도 속도감 있게 업무를 추진하기 위해서 긴밀한 업무협조가 필수인데, 좋은 의미에서 소위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들은 부대 안팎으로 요소요소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과의 원활한 네트워킹을 구축해 긍정적 성과를 내고 있다.


부대에서 일을 하다 보면 하루에도 수많은 이메일을 주고받는다.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면 사전 협의가 필요 없을 수도 있지만, 지금 내가 추진하고 있는 업무에 대해 바라는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최소한 담당부서에 전화를 하거나 아니면 담당자의 사무실을 방문해 사전 협조를 구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계획의 목적과 방향을 설명해 주고 그에 따라 해당 부서에서 어떤 협조가 필요한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메일에는 무언가 원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하지만 밑도 끝도 없이 받은 이메일에 불쾌했던 경우가 있었으며,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함께 받아보는 사람 항목에 넣어 보내온 이메일은 오히려 원하는 것을 빨리 보내달라는 협박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대개 이런 메일들은 곧바로 휴지통 신세가 된다.


하지만 프로의 이메일은 다르다. 먼저 전화를 해서 상황을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한 다음 메일을 보내준다.


이메일은 그 사람의 인격과 맞닿아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말이 아닌 글이 더 무서울 때가 있는 법이다.


아무리 미국사람들이 “Thanks.”라는 말을 편하게 사용한다고 해도 영어를 받아들이는 한국사람들의 정서는 다르다. 아무에게나 “Mr. KIM”이라고 메일의 서문을 시작했다가는 그 끝이 어두운 터널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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