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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건 Apr 24. 2024

119 상황요원, 영어를 정복하라.

[Memories in Fire] 2016년 6월 경기도 재난안전본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숫자는 대략 250만여 명이 넘는다고 한다. 체류 외국인을 국적으로 살펴보면 중국인이 가장 많고, 베트남, 태국, 미국, 우즈베키스탄, 필리핀 등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K 컬처를 경험하기 위해 대한민국을 찾는 외국인들의 숫자까지 합하면 이제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글로벌 시대의 중심축으로 변모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국인이 사고를 당해 응급 서비스를 요청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목포에서는 30대 필리핀 여성이 급성 질환으로 경비함정을 통해 이송되기도 했고, 올해부터 전라남도 영광군에서는 해당 거주지에 주소지를 둔 주민과 등록 외국인을 대상으로 구급차 이송 경비 전액을 지원해 주고 있다.    


지금부터 8년 전인 2016년. 외국인 거주자의 숫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흐름을 일찌감치 파악한 경기도 재난안전본부에서는 119 상황요원에 대한 외국어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파악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한다. 우선은 글로벌 언어인 영어를 타깃으로 정하고 관할 구역에 있는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에 외국어 교육을 요청해 왔다. 가능하다면 미군 소방대원들이 119 종합상황실을 방문해서 상황요원들에게 영어로 신고를 접수받는 요령과 절차 등에 대해서 알려달라는 내용이다.


대한민국 소방과 미국 소방의 콜라보. 사람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에 국적이 따로 있을 수는 없다. 흔쾌히 요청을 수락하고 소방서 내에서 자원봉사자를 모집했다. 제법 많은 미군들이 참여를 원했지만 액센트 등 여러 여건을 고려해 3명의 미군 소방대원을 선별해서 100여 명이 넘는 119 상황요원을 3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모두 세 차례 교육을 진행했다


2016년 6월 경기도 재난안전본부 종합상황실에서 개최된 119 상황요원 외국어 역량강화 교육을 마치고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물론 이런 교육을 받았다고 해서 갑자기 외국어 능통자가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상황실 근무자들이 기본적으로 필요한 표현들을 학습해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침착하게 신고를 접수받고 필요한 소방력을 배치할 수 있다면 이것이 바로 안전한 대한민국의 초석을 다지는 길이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K 소방‘의 우수성을 여러 나라에 널리 알리는 기회가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모든 일이 그렇듯 생각은 쉽지만 실천은 어려운 법이다. 쉽지 않은 근무 일정 중에서도 어렵게 시간을 내어 교육을 추진한 경기도 재난안전본부의 결정은 8년이 지난 지금에 생각해 봐도 대단하고 선제적인 결정이었다는 것에 결코 의심은 없다.


#소방관 #이건선임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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