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건 May 11. 2024

안전을 배달해 드립니다. (1)

[Memories in Fire] 강의로 떠나는 여정

2009년 처음으로 강의를 시작한 이후 나는 시간과 장소, 심지어는 주제도 가리지 않고 거의 모든 강의 요청에 응했었다. 누군가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으라"라고 했던 말처럼 지난 40년 동안 이런 기회를 얻을 수 없었다는 것을 너무 잘 아는 까닭에 정말 자신이 없는 분야만 한 두 차례 거절했을 뿐, 나머지 전화는 모두 오케이로 마무리지었다.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무슨 용기로 그렇게까지 나댔는지 스스로도 창피할 정도다. 지나친 자기애(自己愛)를 가진 데다가 미국소방에 대한 미미한 경험이 마치 모든 것을 다 안다는 착각을 일으켜 스스로의 눈을 가렸는지도 모른다. 물론 그 무모함 덕분에 돈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인연과 배움을 얻을 수 있었지만 그때 어려운 자리에 앉아 있었을 교육생들을 생각하면 여전히 죄송할 따름이다. 


내가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는 영역은 <미국소방>이다. 주한미군으로 자리를 옮기기 전에 대한민국 소방공무원으로 6년 1개월을 근무했던 까닭에 한국과 미국의 소방시스템을 비교하는 소위 '비교소방론'이 내가 제일 자신이 있는 분야다. 고리타분한 이론이나 통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현장 속 이야기를 경험에 기초해서 이야기하는 일은 매우 신나는 일이다.  


처음에는 소방공무원을 주 대상으로 강의를 했었다가 그 이후에는 차츰 교육의 영역을 넓혀 나갔다. 


2017년 서울소방학교 신임소방사 과정 특강


2017년 중앙소방학교 소방간부후보생 특강


2018년 경기도소방학교에서 마련한 필리핀 소방간부 특강


2020년 강원도소방본부 주최 직무역량 강화 특강


현장에서 발생하는 여러 사고들을 직접 목격하면서 그만큼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는 지도 모른다. 특히 우리 생활 속에서 누군가의 부주의나 무지, 그리고 이기심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 크게 다치거나 사망하는 일들이 적지 않았던 까닭에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진실한 안전의 메시지를 더 멀리 전파하고 싶기도 했다.


2018년 군포경찰서에서 개최된 제13회 안전문화포럼 특강


2019년 캐딜락에서 주최한 어린이 불조심 포스터 그리기 대회 특강


2019년 경기도 안성시 교육청에서 개최한 학교안전지도사 특강


강의에 참여한 사람들 중에서는 직접 현장에서 강의하시는 분들도 많아 미국과 한국의 시스템에 대해 비교해서 설명을 할 때면 관심을 많이 보이는 편이었다. 아마도 어떤 것들을 현장에 적응하면 좋을지에 관한 고민들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안전을 함께 고민하고 연구하는 일은 매우 보람 있는 일이다. 보건. 안전의 영역이 워낙 방대한 데다가 각 분야별로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일이어서 내가 생각하는 강의는 절대로 일방적이어서는 안 되고, 효율적인 소통의 기술을 발휘해 서로의 경험을 통해 상호 간의 배움과 색다른 시각을 얻는 방향으로 진행하면 좋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소방 엑스포에서도 한 분야의 전문가가 자신의 강의를 마치고는 다른 흥미로운 강의에 교육생으로 참여하는 것을 목격한 일이 종종 있다. 그만큼 우리가 공부해야 할 안전의 영역은 무궁무진하다.


요즘도 불러주는 곳이 있다면 이것저것 조건을 크게 따지지 않고 달려가는 편이다. 이렇게 꾸준히 안전을 배달하다 보면 그래도 우리 후손들이 보다 더 안전한 사회에서 살게 되지 않을까 하는 한 소방관의 바람과 고집이 있기 때문이다. 비록 부족한 강의이겠지만 그 메시지가 살아 움직여 우리 사회의 안전시스템의 뿌리를 굳건히 하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다면 너무너무 좋을 것이다.    

이전 07화 충주 세계소방관경기대회의 추억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