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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건 May 19. 2024

소방여행

[Memories in Fire] 지구촌 안전을 만나다. 

대한민국 소방공무원을 사직하고 주한미군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마음 한편을 짓누르고 있던 공무원이라는 부담감을 어느 정도 떨쳐 버릴 수 있었다. 그렇다고 공무원 생활이 내내 힘들었던 것만은 아니었다. 누구나 공무원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재직 시절에는 나름 자부심도 상당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직된 조직문화와 위계질서는 자유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나에게 다소 버거운 것이었다.  


주한미군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누구 눈치도 볼 필요 없이 내게 주어진 일만 완성하고 성과를 내면 되는 것이었다. 공무원 신분으로 행정감사를 받을 때에는 행여 징계라도 받아서 불이익을 얻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앞섰는데 미군의 감사는 상당히 합리적이었다. 그들은 보통 감사가 진행되기 전에 미리 감사 체크리스트를 대상기관에 공유해 준다.  


미군들의 감사는 누군가의 흠집을 잡고 징계를 주기 위한 표적감사가 아니라 자신들이 제공해 준 체크리스트에 따라 하고 있는 일과 하지 못하는 일을 나누고 부족한 부분을 해당 기관에서 어떻게 보완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면 오케이 하는 수준에서 마무리한다. 


주한미군에서 근무하면서 좋았던 또 다른 하나는 휴가를 잘 모아두었다가 한 번에 길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런 조건 때문에 해마다 2주 이상 시간을 내서 국내외 자원봉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때론 소방서 예산이 허락되면 국외로도 업무출장을 갈 수 있어서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외국에 나갈 때마다 틈틈이 시간을 내서 그 나라의 소방관들을 만났고 그들의 소방 시스템도 살펴보았다. 큰 제목은 출장이자 자원봉사였지만 부제목은 '소방여행'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나는 다른 나라의 안전시스템을 살펴보며 다양한 각도에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바라보는 기회도 갖게 되었다. 

   

2019년 미국 테네시주 네슈빌에서 소방 교육 동기들과 함께 맥주를 마시고 있다. 


2015년 경기도소방학교 관계자들과 함께 필리핀 소방의 날 행사에 초대를 받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년 도쿄올림픽 당시 요코하마 야구장에서 근무하면서 관할 소방대원들을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년 도쿄올림픽 당시 요코하마 야구장에 배치된 미니 소방차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7년 호주 시드니 역 인근의 소방서 전경.


2017년 아부다비 국제기능올림픽 개막식 행사가 마련된 아부다비 사막 모래 위에 흡연장소가 지정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2022년 프랑스 보르도에서 만난 소방차.


2023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만난 경찰차. 소방차와 유사하지만 경찰에서 운영을 하고 있다고 한다. 


2017년 두바이 방문 당시 소방서 전경. 


2022년 베트남 동남아시아 경기대회 축구장에서 베트남 소방대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2년 미국 인디애나폴리스에서 개최된 <최강소방관 선발대회>에서 한 소방관이 더미(dummy)를 끌고 있다. 


2022년 미국 인디애나폴리스에서 개최된 FDIC 전시장. 


2022년 미국 인디애나폴리스에서 개최된 전국 소방교관 컨퍼런스 연회장 모습.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당시 옌칭 슬라이딩센터에 배치된 구급차 모습. 


2019년 러시아 카잔에서 만난 구급대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9년 러시아 카잔 국제기능올림픽 경기대회를 지키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러시아 소방차와 구급차. 


2017년 홍콩 방문 당시 침사추이 소방서 전경.


2017년 홍콩 침사추이 소방서 내부에 대원들의 근무표가 부착되어 있다. 


지구촌의 여러 나라들은 고유의 역사와 문화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지구촌의 모든 소방관들은 같은 사명과 임무를 공유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다는 것이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 먼저 나와 동료의 안전을 지키고 사람을 살리는 기술을 계속해서 연마해 나간다는 것이다.


아직도 내 소방여행은 끝이 나지 않았다. 아직도 보고 싶은 것들이 많이 남아 있다. 나중에 다시 소방여행과 관련된 글을 쓰게 된다면 그때는 더 많은 이야기가 담길 수 있도록 더 많이 보고 오래 기억할 것이다. 


#소방관 #주한미공군오산기지 #이건선임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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