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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건 May 16. 2024

안전을 배달해 드립니다. (4)

[Memories in Fire] 아직도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주한미군에 근무하면서 미국소방을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보니 종종 방송국이나 신문사로부터 연락을 받을 때가 있다. 특히 사회적으로 큰 재난이 발생했을 때 혹은 소방관 순직 등이 일어났을 때 미국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묻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실 방송에 출연하다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하는 인터뷰는 소위 인지도를 높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절호의 찬스일 수 있겠지만, 자칫 말 한마디나 정보 하나를 잘못 전달하게 되면 전국적으로 망신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겨레 신문사 인터뷰


이런 리스크를 무릅쓰고라도 취재요청이 오면 최대한 참여하려고 하고 있다. 크게 돈이 되는 일도 아니고, 연예인도 아닌 내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소방관으로서 꼭 해 주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나는 주한미군 소속이기 때문에 인터뷰 요청이 오면 먼저 부대 공보실에 보고해야 하고 사전에 승인을 받아야만 비로소 인터뷰에 응할 수 있다. 거기에 마치 내가 주한미군을 대표하는 듯한 발언을 해서도 안되고 유니폼을 입고 출연하는 것 또한 제약이 따를 수도 있다. 만약 승인을 받지 못했다면 아무리 내가 인터뷰를 하고 싶어도 해서는 안된다. 이는 직장인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정이기 때문이다.


YTN 인터뷰


채널 A 인터뷰


현대사회가 보유하고 있는 최첨단 시설, 각종 인프라, 통신시설과 국가 중요시설 등은 누군가의 실수나 무지에 결코 관대할 수 없다.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수없이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할 것은 물론이고 피해액을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막대한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여전히 안전에 대해서 상당 부분 불감증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는 소방관들이 모든 안전을 책임져줘야 한다는 근거 없는 확신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고작 7만여 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 소방관들이 5천만 명이 넘는 우리 국민 모두의 안전을 24시간 보장해 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안전은 스스로가 챙겨야 한다. 아주 오래전 발생했던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이후 소방관의 노고가 국민들에게 널리 인식되었을 때만 해도 소방기관들이 앞다투어 “소방관이 여러분들 곁에 있습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워 기관의 공신력을 높였던 때가 있기도 했지만, 지금의 대한민국은 상황이 다르다.


현대와 같은 복잡한 구조 속에서 자신과 가족의 안전을 전적으로 소방관들에게 전가하려는 경향은 인생이라는 틀에서 보면 매우 무책임한 것이다. 현대사회의 안전은 나만 잘해서는 안되고 다른 사람도 함께 잘해야만 유지되는 매우 밀접한 관계를 띠고 있다. 매일 발생하는 교통사고가 그렇고, 무차별 폭행이나 테러 등이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자신이 투자하는 주식이나 자격증 공부에 대해 소방관에게 묻지 않는 것처럼 나와 우리 가족의 안전 시스템 또한 스스로 경각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투자하면서 견고하게 만들어 가야 한다. 스스로 안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지 않고 편하게 무임승차 하려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결국 피해를 보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하고 싶은 말이 많이 남아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우리 모두가 안전할 수 있는 메시지를 꾸준히 전달하고 싶다.


#소방관 #주한미공군오산기지 #이건선임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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