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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건 May 13. 2024

안전을 배달해 드립니다. (3)

[Memories in Fire] 특별한 이벤트로 떠나는 여정

소방관 생활을 하면서 소중한 이벤트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참으로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기회를 통해 내가 하고 있는 소방관이라는 직업을 객관적으로, 또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되었기 때문이다.   


흔히들 소방관을 가리켜 '희생과 봉사의 아이콘'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나는 월급을 받고 그저 내 할 일을 한 것일 뿐 그렇게 아름답게 묘사된 그룹에 속할 자격은 전혀 없다. 


내 나이가 40세쯤 되었을 즈음, 문득 진정한 봉사를 해 보고 싶었다. 내 시간과 돈을 들여서 하는 정말 봉사다운 봉사를 해 보자는 결심을 했다. 마침 MBC에서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 있다는 공고를 봤다. 창사 특집으로 <MBC 코이카의 꿈>이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해 외국에서 봉사를 할 봉사단원을 모집한다는 것이다. 


아무 망설임도 없이 바로 지원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서류심사를 거쳐 체력시험과 인터뷰까지 세 차례의 검증과정을 거쳐야 했는데, 아무래도 연예인들과 함께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보니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 스토리가 있는 사람들을 찾으려는 것 같았다.  


2011년도의 일이라서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60대 1이었든가? 꽤나 경쟁률이 치열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결과는 합격! 소방관이라는 타이틀이 어느 정도 보너스 점수를 가져다주었다 보다. 


그렇게 3주 가까이 휴가를 내고 스리랑카팀에 합류했다. 우리 팀의 대장님인 엄홍길 산악인을 비롯해, 이광수, 한채아, 한민관, 류덕환, 조하문, 권리세 양 등이 연예인 봉사단원으로, 나를 비롯해 마을 이장님, 바리스타, 간호사, 학생, 건축인, 직장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일반인 봉사단원으로 참여해 스리랑카의 한 초등학교 보수공사를 진행하게 되었다.  

2011년 MBC <코이카의 꿈> 출연 당시 스리랑카 봉사팀 대장인 엄홍길 산악인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그렇게 소방관으로서 매우 뜻깊은 봉사를 마치고 난 이후 해마다 2주씩 휴가를 내서 봉사활동을 하기로 결심했다. 스리랑카에서 봉사를 하면서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가지고 있고, 또 누리고 있는지를 새삼 깨달았기 때문에 이제는 선한 방향으로 나누어야 한다는 일종의 '도덕적 책임'도 깨닫게 되었다. 


누군가 말하기를 노력 봉사도 좋은 일이지만 요즘은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는 재능 봉사가 하나의 트렌드라고 한다. 어떤 스펙이나 목적을 위해서 억지로 하는 봉사가 아니라 우선 내가 재미있고 신나는 봉사를 하는 것이 제일 좋다는 것이다.    


누구보다 안전을 사랑하고, 또 스포츠도 좋아하며, 영어를 활용해서 봉사를 할 수 있는 기회는 없을까 하고 찾아보다가 국제대회를 집중적으로 공략하기로 마음먹고 인천아시안게임,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등에서  도핑관리실에 배치되어 통역 봉사자로 활동하게 되었다. 

2013년 인천아시아실내무도대회 볼링장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2015년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가 개최된 동강대 체육관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이런 자원봉사 활동을 통해 소방관으로서 혹시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은 없는지 현장에서 살펴볼 수도 있다. 스포츠에서의 자원봉사를 통해 현재는 정식으로 도핑검사관이 되기도 했으니 자원봉사는 누군가를 위해 봉사하기 이전에 오히려 나 자신을 스스로 돕는 결과가 되었다. 그래서 자원봉사는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 이후로도 이런저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소방과 스포츠, 그리고 영어통역 분야에서 특별한 이벤트가 있다면 휴가를 아끼지 않고 참여했다. 그래서 평상시에는 휴가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휴가를 차곡차곡 모아 두었다가 중요한 봉사활동이 있을 때 사용해야 했기 때문이다.  

2019년 아부다비 국제기능올림픽대회 국가대표팀 통역으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2019년 2월 국회에서 개최된 '소방관, 당신의 색' 토크쇼 


2019년 서울 금천소방서 벽화 그리기 행사


2019년 서울 신림동에서 개최된 '소방관을 위한 맥주' 출시 기념행사 


2019년 경기도 성남시에서 개최된 '소방관에게 묻다' 토크쇼에서 순직소방관을 위한 기도문을 낭독하고 있다.  


2022년 프랑스 보르도에서 개최된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국가대표팀 통역으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이런 봉사활동들이 매번 즐겁고 행복한 것만은 아니었다. 때론 열악한 상황에서 아무런 존재감 없이 일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가끔은 "나는 누구? 여기는 어디?"와 같은 괴리감이 밀려오기도 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틈틈이 안전을 보고 배우며 전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기에 내가 했던 봉사활동에 결코 후회는 없다. 


앞으로도 이런 활동은 계속될 것이다. 직장에서 소위 공권력이라고 하는 권한을 가지고 하는 업무도 나름의 의미가 있겠지만 우리 삶의 현장 속에서 함께 고민하며 '지적질'이 아닌, 함께 고쳐나가자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소방관 #주한미공군오산기지 #이건선임소방검열관 

kon.yi.ko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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