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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건 Mar 25. 2020

조직의 쓴맛

매일매일이 인터뷰다. 

어느 교육장소에서 한 명이 불쑥 인사처에 대한 불만의 소리를 쏟아낸다.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노력해 왔는지, 그리고 그 수고가 인정받지 못해 이번 승진에서 배제되었다는 등 침까지 튀기며 분통을 터뜨렸다. 아마도 그는 다른 사람들 또한 자신과 같은 처지일 거라 생각하며 위로와 지지를 얻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러자 교육에 참석했던  다른 사람이 정색을 하며 한마디 내뱉는다. "여기는 인사처 한 사람의 생각으로 승진이 좌우되곳은 아니에요."라며 나무라는 듯한 그녀의 말투에는 절대 밀리지 않는 단호함이 묻어 있다.


좋았던 분위기가 한순간에 싸해진다. 어쩌면 그녀의 말이 맞고 그틀릴 수도 있다. 아니면 정반대일 수도...


이 광경을 지켜보면서 내용의 진위를 떠나 며칠 동안 함께 교육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우리 모두 친해졌을 거라는 착각을 한 그의 신중하지 못함이 사뭇 아쉬웠다. 서로가 넘어서는 안 되는 경계라는 것은 있는 법인데... 더군다나 그녀는 인사처 소속인데...


왠지 앞으로 그가 승진할 일은 없을 거라는 불안한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이 불안감이 일정 부분 그가 옳았다는 반증은 아닐까?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여의도보다 넓은 면적을 가진 곳이지만 조금만 생활해 보면 어느 사무실에 누가 있고, 어떤 사람인지까지 알 수 있는 너무나 좁은 커뮤니티라는 것을 금세 알게 된다.


그동안 굳건히 자리를 지킨 사람들이 왜 "매일매일이 인터뷰"라고 말했는지 알 것 같다. 언제 누구와 어떤 모습으로 어디에서 만날지 알 수 없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므로 매 순간 긴장을 지 않는 신중함이 요구된다는 말일 게다.


자신을 최대한 매력적으로 포장하고 존재가치를 어필해야 하는 인터뷰. 적어도 그 자리에서 만큼은 누구라도 부족함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날것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일상생활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무방비 상태에서 무심코 한 일들이 나도 모르게 평가받고 있다. 그 사실을 떠올릴 때마다 다시 한번 마음과 자세를 고쳐 잡는다.


지금의 내 나이가 되고 보니 비단 일자리를 얻거나 승진을 위한 것이 아니더라도 항상 자신을 돌아보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 그나마 나이나 위치에 맞는 대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인생은 매일매일이 인터뷰다.


여러 대의 카메라가 매일매일 나의 모습을 찍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가정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가감 없이 카메라 앵글에 담그 영상을 매일 저녁 내가 가장 아끼는 사람들과 함께 봐야 한다면 적어도 지금의 나의 모습에 변화라는 것이 생기지 않을까?


행여 누군가 이미 조직의 쓴맛을 맛보았다면 아직도 늦지는 않았다. 다만 이번그 점수를 만회할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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