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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건 Mar 01. 2020

방위비 분담금

어쩌다가 인질이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님, 나한테 왜 그랬어요? 

지난해 말, 2020년도 캘린더를 작성하면서 다가올 한 해는 다른 해에 비해 다이내믹한 일 년이 되어주기를 소망했다. 해가 바뀌자마자 새해 벽두부터 50억 달러 (한화 약 6조 원)라는 상상을 초월한 방위비 분담금 청구서가 날아왔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불어닥친 코로나 19 (COVID-19)도 멈춰 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다이내믹함을 원한 것은 결코 아니었는데...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의 주둔 경비 중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 (Special Measures Agreement, 이하 SMA)'에 따라 한국이 직접적으로 부담하는 비용을 말한다. 방위비 분담금에는 인건비, 군사시설비, 군수지원비가 포함되며, 지난해에는 1조 389억 원을 분담했다.



지난 1월 워싱턴 DC에서 개최된 6차 회담. 최초 요구했던 금액에서 다소 낮춰진 액수가 거론되긴 했지만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총액에서 큰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미군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직원들에게는 누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는지도 관심사지만, 그에 못지않게 어떤 사람이 미국 대통령이 되는지도 중요하다. 왜냐하면 미국 대통령과 내 삶이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방위비 분담금 문제도 그렇고 일과 휴가에서도 영향을 받는다. 


불과 얼마 전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에 하루의 유급휴가를 명령했을 때 나 역시 그 혜택을 받아서 하루를 푹 쉴 수 있었다.  


성공한 사업가 시절, 도널드 트럼프가 진행했던 TV 프로그램 'The Apprentice (견습생)'이란 프로그램을 보면서 "You are fired. (넌 해고야.)"를 외치는 그를 볼 때만 해도 그와 내가 어떤 식으로든 연결될 거라곤 조금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 그가 이제는 주한미군 한국인 직원을 향해서도 "You are fired."를 외치는 것만 같다.  


어쩌다가 인질이 되었다.

3월 28일 주한미군은 "제11차 방위비 분담금 협정 (SMA)이 체결되지 않으면 한국인 직원들에게 4월 1일부터 행정적 무급휴직이 시작된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기지 사령관이 주관한 타운홀 (Townhall) 미팅도 이미 수 차례 열렸지만 딱히 이렇다 할 내용은 없다. 


어쩌다 보니 돈을 더 받아 내야 하는 나라와 덜 줘야 하는 나라 사이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누군가에게 목줄을 잡혀 사는 것만큼은 피하고 싶었는데 이런 모양새가 되니 적잖이 어색하고 당황스럽기만 하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오랜 기간 혈맹이라고 칭하던 한미간의 우정도 최근 그 방향성과 진정성에서 엄격한 시험대에 오른 것으로 판단된다.  


"Make America great again." 2016년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 선거 당시 사용했던 슬로건이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하자"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실리를 추구하는 실용주의는 앞으로의 우리에게 어떤 자세와 각오가 필요한지를 되묻고 있다. 


나는 주한미군 한국인 노조가 취하고 있는 '무조건 불쌍함'이란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아울러 언론에 배포된 한국인 직원들의 열악한 현실이라며 밥 먹을 곳이 없어서 바닥에 앉아 밥을 먹는다는 황당한 말에도 동의할 수 없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그리고 부대에 크고 작은 식당이 얼마나 많은데... 물론 일부 부서와 파견부대의 열악함이 존재하긴 하지만 그것이 주한미군 한국인 직원 전체를 대변하는 사실은 아니다.  

 

"Make Korea great again."

1950년부터 1953년까지 전쟁을 치르고 불과 60여 년 만에 OECD 개발원조위원회에 선진국 자격으로 가입한 대한민국은 소위 맨땅에서 기적을 이룬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IMF를 비롯해 그동안 크고 작은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항해하고 있는 대한민국호 앞을 이제 또 다른 거대한 빙벽이 가로막고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코로나 19도, 방위비 분담금 문제도 슬기롭게 잘 해결해서 진정한 의미의 "Make Korea great again."을 외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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