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교육장소에서 한 명이 불쑥 인사처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쏟아낸다. 그동안자신이 얼마나노력해 왔는지, 그리고 그 수고가인정받지 못해 이번 승진에서 배제되었다는 등침까지 튀기며 분통을 터뜨렸다. 아마도 그는 다른 사람들 또한 자신과 같은 처지일 거라 생각하며 위로와 지지를 얻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러자 교육에 참석했던 또 다른 사람이 정색을 하며 한마디 내뱉는다. "여기는 인사처 한 사람의 생각으로 승진이 좌우되는 곳은 아니에요."라며 나무라는 듯한 그녀의 말투에는 절대 밀리지 않는 단호함이 묻어 있다.
좋았던 분위기가 한순간에 싸해진다.어쩌면 그녀의 말이 맞고 그가 틀릴 수도 있다. 아니면정반대일 수도...
이 광경을 지켜보면서 내용의 진위를 떠나 며칠 동안 함께 교육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우리 모두 친해졌을 거라는 착각을 한 그의 신중하지 못함이 사뭇 아쉬웠다. 서로가 넘어서는 안 되는 경계라는 것은 있는 법인데...더군다나 그녀는 인사처 소속인데...
왠지 앞으로 그가 승진할 일은 없을 거라는 불안한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이 불안감이 일정 부분 그가 옳았다는 반증은 아닐까?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여의도보다 넓은 면적을 가진 곳이지만 조금만 생활해 보면 어느 사무실에 누가 있고, 어떤 사람인지까지 알 수 있는 너무나 좁은 커뮤니티라는 것을금세알게 된다.
그동안굳건히 자리를 지킨 사람들이 왜 "매일매일이 인터뷰"라고 말했는지 알 것 같다. 언제 누구와 어떤 모습으로 어디에서 만날지 알 수 없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므로 매 순간 긴장을 놓지 않는 신중함이 요구된다는 말일 게다.
자신을 최대한 매력적으로 포장하고 존재가치를 어필해야 하는 인터뷰. 적어도 그 자리에서 만큼은 누구라도 부족함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날것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일상생활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무방비 상태에서 무심코 한 일들이 나도 모르게 평가받고 있다. 그 사실을 떠올릴 때마다 다시 한번 마음과 자세를 고쳐 잡는다.
지금의 내 나이가 되고 보니 비단 일자리를 얻거나 승진을 위한 것이 아니더라도 항상 자신을 돌아보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 그나마 나이나 위치에 맞는 대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인생은 매일매일이 인터뷰다.
여러 대의 카메라가 매일매일 나의 모습을 찍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가정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가감 없이 카메라 앵글에 담고 그 영상을 매일 저녁 내가 가장 아끼는 사람들과 함께 봐야 한다면 적어도 지금의 나의 모습에 변화라는 것이생기지 않을까?
행여 누군가 이미 조직의 쓴맛을 맛보았다면 아직도 늦지는 않았다. 다만 이번이 그 점수를 만회할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