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세, 캐나다에서 다시 시작
이제 캐나다에 온 지 5개월 차가 되었다. 캔모어에서 캘거리로 다시 돌아온 지도 2주가 넘었다. 그 말인즉슨, 새로운 일터에 출근한 지도 2주가 넘었다는 것이다. 일에 금방 적응한 것과 별개로, 나는 더 나은 근무환경을 위해 틈틈이 다른 곳에 지원 중이다. 그래서 얼마 전에 한 레스토랑에 서버(Server) 포지션으로 트라이얼 쉬프트(Trial Shift)를 받아서 갔었는데, 20분 만에 끝이 났다. 가자마자 테이블 번호를 알려준 뒤, 서빙하고 테이블 치우는 걸 시키는데 원래도 무표정한 얼굴이 긴장으로 더욱 경직됐던 것 같다. 결국 20분 만에 서버는 웃는 얼굴이 중요한데, 나한테서 이 일에 대한 열정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나는 항상 열정 넘치는 사람들이 대단하고 부러웠다. 나한테는 없는 부분이라 '어떻게 저렇게 의욕이 넘칠까', '어떻게 뭔가를 저렇게 열심히 할 수 있을까'하고 생각하게 된다.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이런 생각이 발단이 되어 내가 살 수도 있었던 삶의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을까? '내가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그럼 지금과 다른 삶을 살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것들 말이다. 나의 경우엔⎯예상 가능하게도⎯ '조금 더 활기차고 열정적으로 살았으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더 많은 기회와 성취를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요즘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간략한 책의 줄거리는 이러하다. 죽기로 결심한 주인공 ‘노라 시드’가 삶과 죽음 사이에 존재하는 미스터리한 도서관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에서 눈을 뜨며 그녀가 살 수도 있었던 삶을 살아볼 기회를 얻게 되고, 인생의 두 번째 기회를 얻은 노라는 가장 완벽한 삶을 찾는 여정을 시작한다. 하지만 완벽한 삶이라는 게 과연 존재할까. 내가 열정 넘치는 사람이었다면 내 삶은 완벽했을까. 순수한 즐거움과 행복만 있었을까. 우리 모두 이미 답을 알고 있는 것처럼 책은 말한다. "아마 쉬운 길은 없을 거예요. 그냥 여러 길이 있을 뿐이죠. 전 결혼한 삶을 살았을 수 있어요. 가게에서 일하는 삶을 살았을 수도 있고요. 함께 커피를 마시자는 귀여운 남자의 제안을 수락했을 수도 있죠. 북극권 한계선에서 빙하를 연구하며 살았을 수도 있고, 올림픽 수영 메달리스트가 됐을 수도 있어요. 누가 알겠어요? 매일 매 순간 우리는 새로운 우주로 들어가요. 자신을 타인 그리고 또 다른 자신과 비교하며 삶이 달라지기 바라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죠. 사실 대부분의 삶에는 좋은 일과 나쁜 일이 공존하는데 말이에요."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매트 헤이그) 그러니까 열정적으로 사는 삶에도 나쁜 일은 있고, 열정적이지 않은 삶에도 좋은 일은 있다. 인생에 올바른 선택 또는 정답은 없으며 그저 수많은 길만 있을 뿐이다.